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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큰 기대를 받는 ‘천재 투수’에서 한 순간에 몰락을 경험한 ‘비운의 천재’ 릭 엔킬(35)이 결국 선수 은퇴를 선언했다.
미국 CBS 스포츠는 6일(한국시각) 엔킬이 11년간의 메이저리그 선수 생활을 마무리 하고 은퇴를 결심했다고 전했다.
이어 엔킬은 은퇴 후 지도자가 아닌 자신을 메이저리그에 데뷔시켜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프런트에 몸담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엔킬은 지난 1997년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세인트루이스에 지명됐고, 이후 메이저리그 최고의 왼손 투수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인 자격을 유지하고 있던 지난 2000년 11승 7패 평균자책점 3.50을 기록하며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몰락은 순식간에 찾아왔다.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와의 2000년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서 계속해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며 폭투를 남발했다.
이후 엔킬은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는 스티브 블레스 증후군이라는 판정을 받았고, 결국 마운드를 떠나 타석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파워와 강한 어깨를 갖춘 중견수로 변신한 엔킬은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타석에 나섰고 2008년에는 한 시즌 25홈런을 때려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정확성에서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며, 캔자스시티 로열스, 애틀란타, 워싱턴 내셔널스, 휴스턴 애스트로스, 뉴욕 메츠를 전전했다.
메이저리그 11년 통산 타율 0.240과 76홈런 251타점 260득점 462안타 출루율 0.302와 OPS 0.724를 기록했다.
투수로서는 51경기(41선발)에 등판해 242이닝을 던지며 13승 10패 평균자책점 3.90과 탈삼진 269개, 볼넷 130개, 몸에 맞는 공 12개 등의 기록을 남겼다.
동아닷컴 조성운 기자 madduxl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