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 고 라이벌’ 이민지, 10대 돌풍 주역 될까

입력 2014-03-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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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지. 스포츠동아DB

호주서 태어나 4년째 국가대표로 활약
지난주엔 아마추어 세계랭킹 1위 꿰차
260야드 장타력·과감한 플레이가 장점


“성장 가능성이 높은 선수다. 나는 그 나이에 그렇게 좋은 경기를 보여주지 못했다.”

호주 출신으로 미 LPGA 투어에서 40승을 올린 베레랑 골퍼 카리 웹이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 선수는 다름 아닌 호주교포 이민지(18)다.

그는 올해로 4년째 호주 국가대표로 활동 중인 아마추어 골퍼다. 뉴질랜드 출신 리디아 고(17·한국이름 고보경)와는 주니어 시절부터 대등한 실력을 보여 왔다. 리디아 고처럼 프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경험이 많지 않지만 주니어 무대에서 만큼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이민지는 리디아 고가 프로로 전향한 틈을 타 여자 아마추어 골프 세계랭킹 1위 자리를 꿰찼다. 지난 주 발표된 랭킹에서 처음 1위가 됐다.

그가 골프팬들에게 이름을 알린 건 2월 9일 끝난 미 LPGA 투어 시즌 두 번째 대회인 호주여자오픈에서다. 최종라운드에서 최운정(24·볼빅)과 우승을 다퉈 새롭게 주목받았다. 2주 뒤엔 호주 빅토리아주에서 열린 호주여자프로골프(ALPG) 투어 빅토리안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해 프로 무대 첫 우승을 신고했다. 리디아 고가 2012년 ALPG 뉴 사우스 웨일즈 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두각을 보였던 것과 비슷하다.

이민지는 호주에서 태어났다. 국내에서 프로골퍼를 준비했던 어머니 이성민(46)씨의 피를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이씨는 1990년대 초 KLPGA 투어의 프로테스트를 1차까지 통과했지만 호주 퍼스로 이민을 떠나는 바람에 프로가 되지 못했다. 그 꿈을 딸에게 물려줬다. 남동생 민우(16) 역시 골프선수로 활동 중이다.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의 대표 선수다.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는 수영 선수로 활동했다. 골프채를 잡은 건 10살 때. 늦게 골프를 시작했지만 골프선수를 했던 어머니 덕에 빠르게 성장했다.

호주여자아마추어 챔피언십을 두 번이나 석권했고, US주니어챔피언십 우승 경험도 있다. 리디아 고가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주니어 골프스타였다면 이민지는 호주를 대표했다.

이민지의 장점은 260야드를 쉽게 넘기는 장타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퍼팅, 그리고 과감하면서 침착한 플레이다.

이민지의 어머니 이성민 씨는 “성적이 좋든 나쁘든 감정의 기복이 심하지 않다. 아무리 성적이 나쁘다고 해도 화를 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가는 게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민지는 올해 9월 프로 전향을 준비 중이다. 8월 열리는 US 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십을 끝내고 미 LPGA 투어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여자골프에 또 한 번의 무서운 10대 돌풍이 불어 올 전망이다.

하이커우(중국 하이난)|주영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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