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해킹…1200만명 개인정보 무더기 유출

입력 2014-03-07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전문해커 2명 1년간 115억원 부당이익
기업 개인정보 보호 불감증 또 도마 위
악재 연속 KT “고객 피해 최소화 노력”


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일어나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이번엔 통신사 홈페이지가 해킹돼 10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6일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KT 홈페이지를 해킹한 전문해커 2명이 개인정보를 탈취해 사용한 혐의로 구속됐다. 피해 규모는 전체 가입고객 1600만명 중 1200만명. 해커들은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번호, 집 주소, 직업, 은행계좌 등 해킹을 통해 빼낸 고객정보를 휴대전화 개통·판매 영업에 활용해 1년 동안 115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파로스’란 신종 해킹 프로그램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페이지 이용대금 조회란에 고유숫자 9개를 무작위로 자동 입력시켜, 가입 고객의 9자리 고유번호를 맞추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KT 홈페이지에서 많게는 하루 20만∼30만건의 개인정보를 탈취해 왔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업들의 ‘개인정보 보호 불감증’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올해 초엔 KB국민·롯데·NH농협카드에서 고객 개인정보가 1억건 이상 유출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인터넷 서비스 등에서도 개인정보 유출이 잇따르고 있어 소비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최근 개인정보를 암호화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더욱 강력한 정보보호를 위한 사회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번 사태를 빚은 KT는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지난해 횡령 등의 혐의를 받고 전임회장이 불명예 퇴진한데 이어 지난달에는 자회사 직원의 대출 사기사건 연루까지 터진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KT는 “고객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고객 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정보 유출경위에 대해 경찰조사에 적극 협조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2012년에도 고객정보가 유출됐다는 점에서 단조로운 고객 개인정보 접근방식 등 허술한 보안 체계에 대한 비난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취임과 동시에 전 그룹의 인적쇄신과 조직정비를 강하게 단행하면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 황창규 회장이 이번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지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yke76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