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인사이드] 170km대 던지는 선발투수? 인간계 거부하는 괴물 벤투라

입력 2014-03-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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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캔자스시티 강속구투수 벤투라

시범경기 오클랜드전 163km 던져
압도적 구위로 4.1이닝 6K 1실점
포수는 제구 위해 161km이하 주문
“간혹 흥분해서 110마일 찍듯 던져”


2011년 4월 19일(한국시간)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 모인 신시내티 레즈 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앤드루 맥커친을 상대로 던진 아롤디스 차프만의 강속구가 106마일(약 171km)이나 나왔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빠른 볼을 던지는 투수로 공인된 차프만의 기록은 난공불락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차프만에 도전장을 던진 신예가 나타나 화제를 모으고 있다. 주인공은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5선발 후보인 요르다노 벤투라(22)다.

벤투라는 13일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의 시범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최고 101마일(163km)의 불같은 강속구를 앞세워 4.1이닝 동안 삼진을 6개나 잡아내며 1실점으로 호투했다. 벤투라가 공식경기에서 기록한 최고 구속은 지난해 마이너리그 트리플A 오클라호마 소속일 때 던진 103마일(166km)이다. 이날 경기 후 로열스 포수 살바도르 페레스는 “벤투라에게 ‘제발 110마일(177km)짜리 공을 던지려고 시도하지 말라’고 주문했다”며 “점점 안정된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압도적 구위로 타자들을 잡아내고 있기 때문에 선발로테이션에 진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 제2의 페드로

키 193cm, 몸무게 91kg의 거구인 좌완투수 차프만과 달리 벤투라는 키 183cm, 몸무게 82kg으로 비교적 작다. 같은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인 ‘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스와 체형이 거의 비슷하다. 다이내믹한 투구폼도 닮았다. 100마일(161km) 안팎의 강속구 외에도 92∼95마일(148∼153km)의 컷패스트볼을 주무기로 삼고 있다. 어지간한 투수의 직구 구속과 맞먹는 스피드로 들어오다 살짝 바깥쪽으로 휘기 때문에 공략하기 쉽지 않다. 여기에 낙차 큰 커브와 체인지업도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한다.


● 제구력이 관건

동전의 양면처럼 강속구 투수의 문제점은 역시 제구력이다. 지난 시즌 트리플A에서 벤투라는 134.2이닝을 던져 119개의 안타만 허용했다. 삼진은 무려 155개나 잡았지만, 볼넷도 53개나 내줘 이닝당출루허용(WHIP)이 1.24로 다소 높았다. 그러나 13일 경기에서 벤투라는 4.1이닝 동안 단 한 개의 볼넷도 허용하지 않았다. 올 스프링캠프 2경기에서 9.1이닝 동안 내준 볼넷은 1개에 불과해 WHIP를 0.75로 끌어내리며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확실하게 받았다. 페레스는 “가급적이면 100마일 이하의 공을 던질 것을 주문하고 있다. 간혹 경기 중 흥분해 마치 110마일을 찍겠다는 듯 전력투구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때마다 벤투라를 진정시키느라 애를 먹고 있다”고 혀를 내둘렀다.


● 선발 또는 불펜?

퀄리파잉오퍼를 뿌리치고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은 어빈 산타나는 13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1년 1410만달러(약 150억4000만원)에 계약했다. 지난 시즌 산타나는 9승(10패)에 그쳤지만, 211이닝이나 던지며 방어율 3.24로 로열스의 주축 투수로 활약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서 15.1이닝을 던진 것이 전부인 애송이 벤투라가 한층 성숙해진 모습을 보임에 따라, 일부 로열스 팬들은 그가 산타나에 못지않은 성적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벤투라가 빠른 공을 앞세워 삼진을 많이 잡는 스타일이라, 불펜투수로 더 잘 어울린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또 다른 5선발 후보 대니 더피가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있어 벤투라는 불펜보다는 선발로 시즌을 맞이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팬들은 벤투라가 ‘로열스판 호세 페르난데스(마이애미 말린스)’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합류한 페르난데스는 12승6패, 방어율 2.19로 내셔널리그 신인왕을 차지했다. 과연 올 시즌 ‘100마일의 사나이’ 벤투라는 어떤 성적을 올릴까. 1985년 월드시리즈 우승 이후 한 번도 가을야구를 구경하지 못한 로열스 팬들의 이목이 그에게 집중되고 있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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