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CAFE] 올해만 10여권째…서점가에도 ‘정도전’ 열풍

입력 2014-03-14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난세에 영웅을 찾는다고 했던가. 가히 정도전의 화려한 부활이다. 조선의 설계도를 그린 혁명가 정도전이 서점가에서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TV 드라마 ‘정도전’의 인기를 업고 석 달 새 정도전 관련 책이 10여권이나 쏟아졌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난세에 영웅을 찾는다고 했던가. 가히 정도전의 화려한 부활이다. 조선의 설계도를 그린 혁명가 정도전이 서점가에서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TV 드라마 ‘정도전’의 인기를 업고 석 달 새 정도전 관련 책이 10여권이나 쏟아졌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 왜 지금 정도전인가?

드라마 인기타고 관련 서적 출간 러시
최상용 “정도전 리더십 귀 기울여야”
박봉규 “길 잃은 현재…정도전이 답”


“정도전은 중세의 붕괴를 예견하며 근대 국가의 미래를 구상한 이탈리아의 시인이자 정치가인 단테에 비견할 만한 인물이다.”

정치사상 전문가인 고려대 최상용 명예교수가 본 정도전의 인물평이다.

삼봉 정도전. 고려 말 민본을 주창한 정치가. 조선의 설계도를 그린 혁명가. 고려의 아웃사이더. 이성계의 장자방…. 그러나 그토록 자신이 원했던 국가, 조선을 건국했지만 개국 6년 만에 정적의 칼날에 스러진 비운의 사나이. 그가 죽은 지 600여년. 다시 삼봉이 부활하고 있다.


● 서점가에 부는 ‘정도전 열풍’… 정도전 관련서 10여권 잇달아 출간

지금 대한민국은 ‘정도전’ 열풍이다. 진원지는 KBS 1TV 대하사극 ‘정도전’(시청률 16.5%, 3월9일 기준)이지만 출판계에도 후폭풍이 거세다. 찬바람이 세차게 불던 1월부터 시작해 꽃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3월까지 무려 10여권에 가까운 ‘정도전 서적’들이 쏟아지고 있다. ‘정도전과 그의 시대’(이덕일 지음|옥당 펴냄)를 비롯해 ‘정도전’(이재운 지음|책이있는마을 펴냄), ‘정도전과 조선건국사’(조열태 지음|이북이십사 펴냄), ‘혁명1,2’(김탁환 지음|민음사 펴냄), ‘정도전을 위한 변명’(조유식 지음|휴머니스트 펴냄), ‘광인 정도전’(박봉규 지음|아이콘북스 펴냄), ‘정도전1,2’(임종일 지음|인문서원 펴냄) 등이 책방에 나란히 얼굴을 내밀었다.

출판계 정도전 바람의 포문을 연 건 사학자 이덕일의 ‘정도전과 그의 시대’. 지난 1월 초 발간된 이 책은 KBS 대하사극 ‘정도전’ 팀을 대상으로 한 강연 내용을 엮은 것이다. 삼봉은 왜 새로운 나라 조선을 세우려 했는지, 무엇이 삼봉으로 하여금 백성을 대변하는 정치가로 만들었는지, 그가 추구했던 이상적인 나라는 무엇이었는지를 풀었다. 특히 토지공개념(정전제)을 도입해 조선 건국이 정권 찬탈이 아닌 민본을 위한 경제체제를 세우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소설 토정비결’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재운의 ‘정도전’은 백성을 하늘로 섬기는 민본 국가를 완벽하게 설계한 정도전의 야망과 좌절의 삶을 장쾌하게 담은 작품이다. 승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옹호하는 역사의 이면과 행간에 숨겨진 진실을 소설적 상상력과 고증을 비단옷감 짜듯 교직하며 풀어냈다. 특히 정도전의 큰아들 정진에게 “나는 정도전을 죽이지 않았다”는 태종 이방원의 고백을 통해 정도전 살해의 미스터리를 던지는 소설적 매력이 돋보인다.

소설가 김탁환이 두 권으로 펴낸 ‘혁명1,2’도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고려 말∼조선 초 3대 인물로 평가되는 정도전 이성계 정몽주의 각기 다른 혁명을 향한 순수한 열망을 그렸다. 고려 마지막 임금 공양왕 4년에 왜구를 섬멸하기 위해 이성계가 강화도로 출정해 낙마한 날부터 정몽주가 선죽교에서 살해당한 날까지 18일간의 서사를 섬세하게 풀었다.

‘정도전을 위한 변명’은 1997년 동명의 책을 복간한 것이다. 출간 당시 ‘정도전에 관한 최고의 책’이라는 찬사를 받은 뒤 17년 만에 다시 ‘정도전의 변호인’으로 돌아온 것이다. 저널리스트였던 지은이 조유식 씨의 생명력 있는 문체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난세에 민본주의와 합리주의를 바탕으로 새로운 국가 건설을 꿈꾸고 마침내 그 뜻을 이룬 혁명가 정도전의 삶을 잘 복원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진보적인 지은이의 세계관답게 노비해방정책과 토지공개념을 도입한 전제개혁안에 점수를 후하게 주고 있다.


● 왜 지금 정도전에 열광하나…“답은 정도전에 있다”

사실 새로운 정권이 등장할 때면 역사적인 인물도 새롭게 조명됐다. 이를테면 김대중정부 땐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박영규 지음|웅진닷컴 펴냄)이, 노무현정부 땐 ‘미쳐야 미친다’(정민 지음|푸른역사 펴냄) 등 역사서가, 이명박정부 땐 ‘엄마를 부탁해’(신경숙 지음|창비 펴냄) 등이 그것이다. 박근혜정부 들어서선 ‘정도전’이 뜨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럴까. 왜 지금 정도전에 열광할까.

최상용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지금 대한민국은 양극화에 시달리고 있고, 타성과 개혁이 싸움이 계속 된다. 고려 말과 비슷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확고한 철학과 전략을 갖고, 그것을 추진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을 지닌 지도자다. 600여년 전 정도전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건국대 석좌교수인 박봉규 씨는 그의 책 ‘광인 정도전’에서 삼봉을 백성에 미친 사나이로 규정하면서 “정도전은 마르크스보다 더 혁명적인 사람이고 마키아벨리보다 더 현실적인 사람이다. 그리하여 민(民)의 나라를 건국한 사람이다. 이 시대의 갈 길을 잃은 우리들에게 ‘정도전은 그 길을 알고 있다’”며 “600여년 전으로 돌아가면 현재의 답이 있다”고 말한다.

2014년 봄. 600년의 긴 잠을 깨고 다시 살아 돌아온 ‘정도전’이 현세의 카오스를 해결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