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리안 벨트레. 동아닷컴DB
추신수(32)의 소속팀 텍사스의 거포 3루수 애드리안 벨트레(35)를 보고 있으면 세월이 그를 피해가는 것 같다.
벨트레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매 시즌 홈런 30개 이상을 쏘아 올렸다. 타율도 2011년 0.296을 시작으로 2012년(0.321)과 2013년(0.315) 모두 정상급이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자신의 빅리그 커리어 하이인 시즌 199안타 기록도 달성했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인 벨트레는 1994년 다저스에 입단하며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4년 뒤인 1998년 6월 빅리그에 데뷔했다. 당시 내셔널리그 최연소(19세) 선수였던 벨트레는 그 해 총 77경기에 출전해 타율 0.215 7홈런 22타점을 기록했다. 다소 실망스러운 성적이었다.
하지만 벨트레는 자신의 빅리그 2번째 시즌이었던 2009년만 제외하고 지난해까지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홈런을 기록하는 거포로 성장했다. 특히 2004년에는 홈런 48개를 쏘아 올려 메이저리그 전체 홈런왕에 올랐고 당시 타율 또한 자신의 커리어 하이인 0.334를 기록했다.
2004년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가 된 벨트레는 시애틀과 5년 총액 6400만 달러(약 684억)에 계약했다. 하지만 시애틀로 이적한 뒤에는 자신의 명성과 몸 값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2009년에는 타율(0.265)뿐만 아니라 홈런도 겨우 9개에 그쳤다. 빅리그 데뷔 후 가장 부진한 성적.
애드리안 벨트레. 동아닷컴DB
하지만 2010년 보스턴을 거쳐 2011년 텍사스로 이적한 벨트레는 이후 매년 3할 대의 타율과 30홈런 이상을 쏘아 올리며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벨트레의 메이저리그 16년 통산 성적은 타율 0.282 376홈런 1307타점 2426안타. 메이저리그 홈런왕을 비롯해 올스타(3회), 골드글러브(4회), 그리고 실버슬러거 상(3회)까지 수상 경력도 화려화다.
올해도 텍사스 타선의 중심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되는 벨트레는 1998년부터 4년간 박찬호(은퇴)와 함께 다저스에서 뛴 경험도 있다.
동아닷컴은 최근 미국 현지에서 벨트레를 만나 단독 인터뷰했다. 그가 기억하는 박찬호는 어떤 선수였으며 텍사스에 합류한 추신수에게는 어떤 기대를 하고 있는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음은 벨트레와의 일문일답.
-스프링캠프 중반인데 현재 몸 상태는 어떤가?
“(웃으며) 아주 좋다.”
-시즌 준비는 잘 되가는가?
“물론이다. 지금 당장 시즌을 시작해도 될 만큼 몸 상태도 좋고 모든 준비도 잘 되어있다. 매년 스프링캠프에는 새로운 얼굴이 많이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체력적인 시즌 준비도 중요하지만 새롭게 팀에 합류한 선수들을 알아가고 그들과 함께 좋은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애드리안 벨트레(왼쪽)와 추신수. 동아닷컴DB
-빅리그에서 무려 16년 동안이나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비결이 있다면?
“(웃으며) 운이 좋았을 뿐이다.”
-단순히 운이라고 하기엔 성적이 너무 좋다. 분명 남보다 더 열심히 했을 것 같다.
“열심히 하는 건 기본이다. 뿐만 아니라 시즌이 끝난 뒤에도 최고가 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열심히 운동하며 매 시즌을 준비해왔다. 아울러 개인성적보다는 팀이 승리하는데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할애했다. 물론 열심히 한 것도 도움이 됐지만 16년이란 긴 시간 동안 빅리그에서 뛸 수 있었던 것은 내가 복이 많은 것 같다.”
-올 시즌 목표가 있다면?
“개인성적보다 우리 팀이 월드시리즈에 진출해 우승하는 것이 우선이고 가장 큰 목표이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선수로서 해야 할 것을 꼽자면?
“잘 알겠지만 텍사스는 지난 4-5년간 성적이 좋았다. 올해도 월드시리즈 진출은 물론 우승까지 넘볼 수 있는 전력을 갖추고 있다. 팀 전력이 좋다고 자만하기 보다는 선수 개개인이 늘 최선을 다하고 팀 분위기를 좋게 유지해 팀 플레이를 우선시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분위기를 시즌 내 이어간다면 올해는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
애드리안 벨트레. 동아닷컴DB
-개인적인 목표도 있을 것 같다. 특히 지난 3년간 매년 30홈런 이상을 기록하며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지 않나.
“제2의 전성기라고 말할 수 있다. 모든 선수가 좋은 성적을 올리고 싶어한다. 하지만 원한다고 다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지 않나. 나 같은 경우는 운이 좋았던 것 같다. 특히 텍사스의 팀 분위기와 성적이 좋다 보니 그런 좋은 환경과 분위기가 일정부문 내 개인성적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오랜 시간 빅리그에서 뛰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까다로운 투수를 꼽자면?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투수들은 모두 다 수준급 선수들이다. 어느 한 명만 콕 집어 어렵다고 말할 수 없을 만큼 그들은 모두 다 상대하기 어려운 투수들이다.”
-연습이나 경기가 없는 날은 주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궁금하다.
“특별한 행사나 약속이 없는 한 쉬는 날은 주로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긴 시즌을 치르다 보면 본의 아니게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집에 있을 수 있는 시간만큼은 최대한 가족들과 함께 보내려고 노력한다.”
-추신수와 프린스 필더가 합류해 올 시즌 텍사스의 공격력이 배가될 것 같다.
“물론이다. 추신수와 필더가 합류해 텍사스 공격력이 좀 더 밸런스를 갖추게 된 것 같다. 추신수는 출루율만 좋은 것이 아니라 리드오프로는 보기 드물게 파워까지 갖췄다. 필더는 알다시피 지난 8-9년간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로 특히 타점을 생산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두 선수의 가세로 텍사스의 공격력은 다른 팀에게 분명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다. 나를 포함한 이들 모두가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치른다고 하면 분명 올해는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
애드리안 벨트레. 동아닷컴DB
-90년대 후반 다저스 시절에 박찬호와 함께 뛴 경험도 있다.
“그렇다. 박찬호는 당시 리그를 대표하는 최정상급 투수였다. 그런 선수와 함께 빅리그에서 선수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소중한 추억이자 영광이다.”
-끝으로 한국에 있는 당신과 텍사스 팬들을 위해 한 마디 해달라.
“먼저, 텍사스를 응원해 주는 한국 팬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올 시즌 추신수와 필더의 합류로 인해 타격이 배가된 우리 팀이 반드시 월드시리즈에 진출해 우승할 수 있도록 한국에 있는 팬들도 시즌 내 관심을 갖고 계속 응원해 주었으면 좋겠다. 고맙다.”
애리조나=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22.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