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수첩] 2연승 거두고도 매팅리 감독이 대노한 까닭은?

입력 2014-03-23 18: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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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돈 매팅리 감독. 동아닷컴DB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애리조나 디백스와의 개막 2연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했지만, LA 다저스 돈 매팅리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선수들에게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다저스는 22일(한국시간) 1차전에서 클레이튼 커쇼의 호투와 스콧 밴슬라이크의 홈런포를 앞세워 3-1로 승리한 데 이어 23일 2차전에서도 7-5로 디백스를 제압했다. 5회까지 2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한 선발 류현진을 앞세운 다저스는 7회까지 7-0으로 편안한 리드를 잡았다. 그러나 불펜투수들의 난조로 8회 1점, 9회 4점을 내주며 진땀승을 거뒀다. 경기시간은 무려 3시간59분. 디백스가 6명, 다저스가 8명의 투수를 각각 투입했다. 정규시즌 경기라기보다는 스프링캠프 시범경기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매팅리 감독은 “마지막 2이닝 동안 볼넷을 4개나 내주며 화를 자초했다. 주루 플레이와 수비 모두 많은 문제점을 보여준 경기였다”며 “분명 이겼다는 자체는 기쁘지만, 앞으로 이런 식으로 경기를 해선 절대 이길 수 없다”고 분노를 표출했다.

2차전에서 공식적으로 기록된 다저스의 에러는 1개다. 4회말 폴 골드슈미트가 친 평범한 타구를 놓친 2루수 디 고든의 어이없는 실책이었다. 그러나 이어진 1사 1루서 미겔 몬테로의 땅볼 타구를 잡은 유격수 핸리 라미레스는 2루 커버를 들어온 고든에게 볼을 토스하는 대신 직접 베이스를 밟고 1루로 송구하려다 1루주자와 타자주자를 모두 살려주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 기록상으로는 야수선택이었지만, 손쉽게 처리할 병살 플레이를 제 발로 차버린 격이었다. 그나마 류현진이 흔들리지 않고 후속 타자를 범타로 처리해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지만, 경기 흐름을 빼앗길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무리한 베이스러닝도 문제였다. 1회초 2사 1·2루서 우전적시타를 때려 타점을 올린 안드레 이디어는 2루까지 질주하다 아웃 당했다. 전날 1번타자로 출전해 5타수 무안타(삼진 3개)로 고개를 숙인 뒤 이날은 2번타자로 1회초 첫 타석부터 안타를 쳐 신바람이 난 야시엘 푸이그도 3회초 제대로 사고를 쳤다. 류현진의 안타와 고든의 2루타로 만들어진 무사 2·3루 기회서 타석에 들어선 푸이그는 좌전적시타를 때려 류현진을 홈으로 불러 들였다. 그러나 푸이그는 브레이크가 고장 난 기관차처럼 2루로 향하다 런다운에 걸렸다. 다저스는 3회초 4안타 1볼넷을 얻고도 2득점에 그쳤다. 푸이그의 무리한 질주로 인해 맥이 끊긴 탓이다.

7-1로 앞선 9회말 매팅리 감독은 시속 100마일(161km)에 가까운 강속구를 던지는 신예 호세 도밍게스를 마운드에 올렸다. 그러나 도밍게스는 AJ 폴락과 애런 힐을 연속 볼넷으로 내보내며 화를 자초했다. 골드슈미트가 친 큼지막한 타구가 워닝트랙 앞에서 이디어에게 잡혀 한숨을 돌리는 듯했지만, 마르틴 프라도에게 2타점 우전적시타를 허용했다. 7-3까지 쫓기자 매팅리 감독은 폴 마홀름에 이어 마무리 켄리 잰슨까지 투입하는 총력전을 펼쳐야 했다. 그러나 믿었던 잰슨마저 마크 트럼보에게 2점홈런을 허용해 편안했던 리드는 2점으로 줄어들었다.

올 시즌부터 다저스 경기를 독점 중계하는 ‘타임워너 케이블 스포츠네트’에서 전력분석가로 활약하고 있는 왕년의 명 유격수 노마 가르시아파라는 “매팅리 감독이 이기고도 화를 내는 모습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고 있는 다저스가 2차전과 같은 경기를 펼치면 절대로 목표를 이룰 수 없다”며 “커쇼와 류현진의 호투로 연승을 챙겼지만 아직도 팀의 완성도가 크게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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