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연 이어 이지애까지…간판급 아나들도 사표 왜?

입력 2014-03-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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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에 사표를 내고 프리랜서를 선언한 이지연(왼쪽), 이지애 아나운서. 최근 외부 진행자 기용이 활발해지면서 방송국 아나운서들의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KBS

김성주·전현무 월드컵 중계 낙점 등
프리랜서 방송인들 주요 프로 기용
아나들 점점 설자리 잃고 박탈감 커
출연료도 하늘과 땅…악순환 키워


대학생들의 희망 직업 순위에서 늘 상위권에 꼽혀온 아나운서들이 흔들리고 있다.

방송사 ‘직원’으로서 부딪히는 환경의 변화와 한계 속에서 아나운서들이 회사를 떠나고 있다. 또 아나운서 출신 프리랜서 방송인들이 주요 프로그램을 꿰차면서 방송사 내부의 불만도 커져가고 있다.

최근 KBS 간판급 아나운서들이 잇따라 퇴사 의사를 밝혔다. 11일 이지연 아나운서가 사표를 제출한 데 이어 일주일 만에 이지애 아나운서도 사직 의사를 밝혔다. 앞서 최송현, 전현무, 박지윤, 김경란 아나운서 등이 사직하고 프리랜서로 활약 중인 상황이다. 심지어 KBS의 간판급 남자 아나운서도 조만간 프리랜서로 전향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돌아 방송가에는 긴장감이 번지고 있다.

이미 퇴사한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이 각 방송사의 주요 프로그램에 기용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MBC가 2007년 퇴사한 김성주를 소치 동계올림픽 주요 캐스터로 기용한 데 이어 KBS 출신 전현무가 브라질 월드컵 캐스터로 영입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2012년 퇴사한 전현무가 6월 브라질 월드컵 KBS 캐스터로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다. 김성주 역시 브라질 월드컵 MBC 캐스터를 이미 예고했다.

당연히 각 방송사 아나운서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스포츠중계 캐스터로 활약할 수 있는 아나운서 인력이 충분한데도 퇴사한 ‘외부’ 인력을 기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방송사 입장에선 이들이 ‘집 나갔다 들어온 복덩이’처럼 보일 수 있지만 아나운서들이 감당해야 할 상대적인 박탈감은 크다. 방송사가 화제성과 시청률에만 목을 맨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는 아나운서들이 결국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우려를 단적으로 설명해준다. 최근 KBS 자회사인 KBS N의 모 아나운서가 조만간 KBS 프로그램을 진행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또 KBS 1TV ‘뉴스 7’의 앵커가 아나운서에서 기자로 교체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KBS 측은 “사내 공모를 통해 실력 있는 앵커를 발탁한 것이다”고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방송가에서는 갈수록 아나운서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지속적인 아나운서 이탈로 이어지며 악순환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아나운서들의 경우 뉴스와 라디오, 교양프로그램과 사내 행사 진행 등 한정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지닌 끼나 역량을 펼칠 무대가 제한적이라는 말이다.

급여와 별도로 지급되는 낮은 프로그램 출연료도 개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나운서들은 자사 TV프로그램의 경우 2만원, 라디오는 1만원선의 출연료를 추가 수당으로 지급 받는다. 최소 수십만원에서 최대 수백만원까지 받는 유명 연예인들과 한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느낄 수밖에 없는 자괴감도 크다.

현재 프리랜서로 활동 중인 김성주, 전현무, 오상진, 박지윤, 문지애가 아나운서로 재직할 때보다 더욱 활발한 활동으로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는 모습도 동료 아나운서들에게 자극제가 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상파 방송사 아나운서는 “상대적으로 활동이 자유로운 프리랜서 방송인들이 환영받는 환경으로 변하면서 아나운서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에 대해 걱정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아나운서는 “방송사에 소속된 아나운서는 아무래도 출연 프로그램 선택이나 활동 범위 면에서 제약이 클 수밖에 없다. 이미지 때문에 예능프로그램에 투입되는 것도 쉽지 않다. 프리랜서로 활동 중인 동료들의 자유로움이 부러울 때도 있지만 결국은 어떤 것에 더 가치를 두느냐의 차이인 것 같다”며 조심스러움을 드러냈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icky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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