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토크] 송진형·이용 “우리의 축구 인생 봄날은 지금부터”

입력 2014-04-0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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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유나이티드의 대표 ‘꽃미남’ 수비수 이용(왼쪽)과 미드필더 송진형이 31일 클럽하우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선전을 다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서귀포|남장현 기자

제주 유나이티드의 대표 ‘꽃미남’ 수비수 이용(왼쪽)과 미드필더 송진형이 31일 클럽하우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선전을 다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서귀포|남장현 기자

■ 제주 유나이티드 ‘꽃미남’ 콤비 송진형 & 이용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제주 유나이티드를 대표하는 ‘꽃미남’ 콤비를 만난 31일, 제주도 서귀포의 날씨는 완연한 봄이었다. 온통 눈처럼 새하얀 벚꽃이 만개했고, 노란 유채꽃이 은은한 자태를 뽐냈다. 서귀포에 위치한 제주 구단의 클럽하우스에도 하얗고 노란 꽃들이 가득했다. 추운 겨울은 어느새 새로움과 희망을 알리는 봄으로 바뀌어 있었다. 제주의 공격형 미드필더 송진형(27)과 중앙수비수 이용(25)도 찬란한 봄날을 꿈꾸고 있었다. “내 축구인생의 봄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 20대 청춘들의 시선은 아름다운 내일을 향하고 있었다. 이들의 유쾌한 대화록을 공개한다.


송진형 “벌써 13년차…앞으로 3년 중요
이젠 우승을 할 때가 오지 않았나 싶어요”

이용 “개막부터 2경기 연속 자책골 아휴
앞으로는 더 멋진 플레이로 보답해야죠”



● 축구인생의 봄은 지금부터!


송진형(이하 송)=우리 삶의 봄날이 이제야 조금씩 다가오는 것 같은데? 조금씩 보이는 것 같고 말이지. 어릴 적에는 못 느꼈던 아주 작은 부분까지 손에 잡힐 듯해. 축구를 하면서 훨씬 성숙됐다고 할까?


이용(이하 이)=저도 아직 부족해요. 목표까지 한참 남았죠. 그래도 머지않아 올 것 같긴 해요. 언젠가 태극마크를 가슴에 품고 싶고, 그 어떤 감독님들과 함께 해도 정확히 따라갔으면 하죠.


송=난 이제야 전성기를 찾아야 할 시기라고 생각해. 올해와 내년, 또 내후년까지, 앞으로 3년이 가장 중요할 것 같아. 용이, 너도 꿈이 있잖아.


이=좋은 선수가 되고 싶어요. 어떤 감독님을 만나더라도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스타일에 맞는 축구를 하는 선수. 기회가 되면 저 역시 해외로도 나가보고 싶은데…. 형도 해외에서 뛰어 봤잖아요.


송=호주(뉴캐슬 제츠·2008∼2009년)와 프랑스(투르FC·2010∼2011년)에서 뛰어봤지. 그런데 정말 힘든 기억이 더 많았어. 외로움도 컸고. 특히 이방인으로 산다는 게 쉽지 않았어. 내가 남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성향이 아니라. 아시아인이잖아, 외톨이랄까?


이=우리 팀 용병들과 유독 친하게 지내는 게 혹시?


송=맞아. 내가 경험해봤고, 아파봤잖아. 그래서 한 번 더 말을 건네려 하고, 노력 중이야.


이=열심히 배우고 있어요. 가끔 유럽축구를 보면 맨투맨과 압박이 워낙 강하니 많이 부족하다는 걸 간접 체득 중이죠.


● 넣고 또 넣고!


송=벌써 내가 프로 13년차가 됐어. 중학교 시절, FC서울에 입단한지가 어제 같은데. 물론 어린 나이에 해외무대를 경험했던 건 큰 소득이긴 해. 그렇다고 서두를 필요도 없어. 난 2007년이 정말 힘들었거든. 팀에서도 핵심이 아니고, 누나도 병으로 세상을 떠났어. 환경을 바꿔보려다 보니 그렇게 됐네.


이=2012년 광주FC에서 챌린지(2부리그)로 강등됐던 게 가장 힘든 시간이었어요. 최만희 감독님(현 파주NFC 센터장)의 얼굴을 도저히 볼 수 없었죠. 모든 게 제 탓 같았어요. 제가 아플 때 남 몰래 보약을 공수해주셨던 아빠 같은 분인데…. 언젠가 대표팀 선수가 되면 더 당당하게 스승님을 찾아뵈려고요. 그렇게 2부리그에서 뛸 준비를 할 때 제주가 연락을 해왔어요. 정말 놀랍죠.


송=
하긴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지금 되돌아보면 삶의 돌파구였어. 모든 게 캄캄했는데, 갑자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니깐. 참, 재미있어.


이=파란만장했죠. 제주에선 올 시즌 개막부터 2경기 연속 자책골을 넣었으니. 아휴, 주변에서 은근히 ‘3경기 연속 자책골’을 기대하는 것 같았죠. 동명이인인 대표팀 오른쪽 풀백 (이)용(울산현대)이 형 때문에 제 이름이 좀 알려졌는데, 그것과 자책골은 비교 못 하죠.


송=같은 이름을 가진 선수는 사실 흔치 않잖아.


이=용이 형과는 2009년 세르비아 유니버시아드대회 때 함께 했거든요. 이름이 같아서 나쁠 건 전혀 없어요. 간접 홍보죠. 그런데 저도 2(자책)골인데, (송)진형이 형은 홈 2경기 연속 득점이네요.


● 때는 바로 지금!


송=작년부터 지금까지 부주장 역할을 하고 있는데, 우리 한 번 우승할 때가 오지 않았나 싶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출전도 욕심나고.


이=저도 느낌이 좋아요. 아직까진 100% 상태가 아니지만 한 번 궤도에 오르면 무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죠. 처음 제주에 왔을 때, 환경부터 모든 부분이 좋은 팀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동료, 선후배들도 모두 의지가 가득하고.


송=(우승이) 결코 불가능하진 않아. 조금 더 다듬어지면, 또 신뢰와 믿음이 쌓이면 뭔가를 뿜어낼 것 같아. 호주에서 ACL에 나가봤는데, 사실 간절함이 없었어. ‘나만 잘 해야 한다’는 조금 이기적인 생각뿐이었지. 이젠 아냐. 정말 간절하다.


이=여기서 진정한 프로가 뭔지를 알게 됐어요. 이제는 자책골 말고 훨씬 멋진 플레이로 보답해야죠. 가치는 스스로 만드는 거니까.


송=10골-10도움쯤 하고 싶다. 공격포인트 20개, 충분하지? 많이 좀 도와줘.

서귀포|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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