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짙은은 “상업적으로는 무감해진 거 같은 느낌”이라며 “상품성 보다는 어떤 작품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준화 기자 jjh@donga.com
“이미 내 손을 떠난 노래, 들리는 대로 들어주세요”
자신만의 진한 색깔로 탄탄한 마니아층을 구축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짙은(본명 성용욱·34). 미사여구 없는 깔끔하고 담백한 가사로 곡을 표현하는 것이 그만의 특징이다. 한정 짓지 않은 표현으로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 이런 우아함 때문일까? 짙은의 팬 중에는 유독 화가, 작가, 디자이너 등 예술가들이 많다.
아티스트에게 사랑받는 아티스트, 짙은이 2년 만에 신보 ‘diaspora : 흩어진 사람들’로 돌아왔다. 공백기 동안 그의 음악이 자아내는 특유의 분위기는 한층 깊어지고 짙어졌다. 이번 앨범을 통해 자신만의 음악색을 더욱 진하게 물들인 셈이다.
“저는 ‘나만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만들어요. 제 곡은 잘 부르기가 애매한 노래들이죠. 테크닉이 들어가는 순간 이상해질 수밖에 없어요. 늘 저에게 최적화된,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 곡들을 만듭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죠.”
그의 음악적 성장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EBS 라디오 ‘단편 소설 觀’을 약 2년간 진행하면서 일주일에 서너 권의 책을 읽었다. 그러면서도 음악에 대한 고민은 한시도 멈춘 적이 없다.
“한 곡을 쓰기 위해 정말 고생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에요. 작업 중이 아닐 때도 늘 음악에 주파수를 맞추고 있죠. 최근까지 책을 소개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책을 많이 접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작곡에도 영향을 준 것 같아요.”

짙은은 이번 앨범에 대해 “생소하고 낯설다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찬란한 속살을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준화 기자 jjh@donga.com
“절대적인 힘에 대한 아름다운 도피가 이번 앨범의 주제라고 할 수 있어요. 모두가 평범하게 살아가는 듯하지만 행복할 수만은 없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죠.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그런 마음을 그려냈어요.”
그는 이번 앨범에서 다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다음 앨범에서도 이어갈 예정이다. ‘디아스포라’라는 큰 틀은 유지하면서 세부적인 내용을 덧칠한다.
“이번 앨범을 시작으로 ‘디아스포라’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거창할 것은 없고 할 얘기가 아직 남아서죠. 할 얘기가 끝나면 끝날 거예요.”
이번에도 앨범을 내면서도 짙은은 “딱히 어필하고 싶은 것은 없다”며 곡에 대한 의미 해석을 청자들에게 맡겼다.
“이미 제 손을 떠난 것이에요. 들리는 대로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미완성의 느낌이죠. 많은 분들이 듣고 여러 가지를 떠올리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앨범을 들으며 짧게라도 한번 무계획의 도피를 다녀오는 것은 어떨까요?”
동아닷컴 정준화 기자 jjh@donga.com
사진제공|파스텔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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