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세계가 먼저 주목한 여배우 천우희…“마리옹 꼬띠아르 반응에 눈물”

입력 2014-04-09 10: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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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천우희는 “첫 주연이라 책임감에 어깨가 무거워졌다”고 말했다.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최근 영화계 핫이슈 중 하나는 ‘한공주’(감독 이수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폭행을 당한 여성의 삶을 담담하고 세심하게 그려나간 이 작품은 해외유수영화제에서 상을 휩쓸며 주목을 받았다. 탄탄한 스토리와 섬세한 연출로 찬사와 호평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그 중심에는 배우 천우희(27)가 있었다.

잔인한 세상과 맞닥뜨린 여고생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표현한 천우희는 국내외 영화판에 자신의 존재와 진가를 제대로 알렸다. 연기자 선후배들에게도 그는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은 배우가 됐고, 이런 반응에 그도 자못 놀란 듯 했다.

“보자마자 ‘내 영화다!’ 싶어 참여했을 뿐인데…. 이렇게까지 좋은 반응은 기대하지 못했어요. 낯설지만 인기를 조금씩 실감하고 있어요. 하하. 이천에 계신 부모님도 이웃들에게 입에 침이 마르도록 딸 자랑 중이세요.”

한공주는 또래 남학생들에게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 마땅히 보호를 받아야하는 입장이지만 세상은 그를 지켜주지 않는다. 오히려 네 잘못이라며 궁지에 몰아세울 뿐이다. 하지만 한공주는 아무렇지 않은 듯 담담히 상황을 받아들인다.

“공주는 어렸을 적부터 보살펴주는 사람이 없었잖아요. 그래서 삶의 막막함을 잘 못 느꼈을 거라 생각했어요. 게다가 사건이 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기에 공주가 분노나 격분하기보다 담담하게 살았을 것 같았어요. 저 역시 눈물을 흘리는 모습보다 상처를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하지만 관객의 입장으로 ‘한공주’는 애써 담담히 볼 수 없다. 피해자 공주에게 아무도 손 내밀어주지 않는 현실이 답답해 화를 감출 수가 없다. 하지만 천우희는 “현실에 대해 분노하기 보다는 주위를 돌아보라”며 “그게 ‘한공주’의 메시지”라고 전했다.

“지금도 우리가 피해자들을 방관하고 있진 않은지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또 주변에 피해자가 있다면 예전처럼 똑같이 대해줬으면 좋겠어요. 저 역시 세상의 ‘한공주’들을 응원하며 살고 싶어요.”

배우 천우희.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한공주’는 개봉 전 로테르담 국제영화제(타이거상), 도빌아시아영화제(심사위원상) 등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일찌감치 입소문을 탔다. 특히 지난해 열린 마라케시 국제영화제의 심사위원이었던 배우 마리옹 꼬띠아르는 “천우희의 연기가 놀랍고 훌륭하다. 그의 팬이 될 것 같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충무로 역시 그를 한국영화를 이끌 차세대 여배우라고 재평가하고 있다.

이에 천우희는 “칭찬을 많이 받아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한공주’로 받은 호평이 연기자로서 전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 마리옹 꼬띠아르의 팬이었는데 그가 제 연기를 봤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어요. 아침 6시에 그 소식을 듣고 얼마나 펑펑 울었는지….”

천우희는 ‘한공주’를 통해 인생의 전환점을 맞기도 했다. 2011년 개봉해 흥행한 영화 ‘써니’의 ‘본드 소녀’의 이미지가 강해 벗어나려는데 노력을 했지만 시선을 끌지 못한 것. 침체기를 맞은 그에게 다가온 ‘한공주’는 배우로서 한 발자국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줬다.

“개인적으로 힘든 시절에 만난 ‘한공주’ 덕분에 성장한 것 같아요. 촬영을 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거든요. 또 배우로서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지 조금은 더 알게 된 것 같아요.”

앞으로 시나리오가 쏟아질 것 같다는 말에 그는 웃으며 “좋은 작품이라면 언제나 환영”이라며 “소소한 캐릭터나 실험적인 캐릭터도 하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이 정말 많다”고 말했다.

“어떤 배우가 될지, 목표는 뭔지, 어떤 연기를 하고 싶은지 생각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인 것 같아요. 요즘은 조화로운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연기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것만큼은 유지하고 싶네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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