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필드 돌아와 준우승…‘엄마’ 안시현의 힘

입력 2014-04-14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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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필드에 복귀한 안시현이 13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 스카이힐 골프장에서 끝난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안시현이 최종라운드 3번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KLPGA

■ 롯데마트 여자오픈 14언더파 공동 2위

11년 만에 KLPGA 복귀…‘30대 바람’ 주도
“어린 딸 위해서 고1 이후 가장 열심히 훈련”
이민영, 데뷔 첫 승 이후 5개월 만에 2승째

2003년 이후 11년 만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복귀한 ‘엄마골퍼’ 안시현(30·골든블루)이 30대 바람을 일으키며 지각 변동을 예고했다. 안시현은 13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 스카이힐 골프장에서 열린 KLPGA 투어 국내 개막전 롯데마트 여자오픈(총상금 5억원)에서 공동 2위(14언더파 274타)를 차지했다. 우승은 놓쳤지만 2년 여 만의 필드 복귀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올 시즌 ‘엄마골퍼’의 맹활약이 기대된다.


● 2년 공백 깨고 안정적 필드 복귀

2002년 고교 2학년 재학 중 프로로 데뷔한 안시현은 2부 투어에서 3승을 거둔 뒤 2003년 정규투어에 직행했다. 2003년 제주도에서 열린 미 LPGA 투어 CJ나인브릿지 클래식 우승을 차지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신데렐라’라는 평가 속에 2004년부터 미 LPGA 투어에서 활약한 그는 한국인으로는 4번째 신인상을 받으며 안정적인 투어 생활을 시작했다. 같은 해 KLPGA 투어 엑스캔버스 여자오픈에서 박지은과 박세리를 제치고 우승하며 전성기를 맞았다.

그러나 이후 7년 동안의 LPGA투어 생활은 기대에 못 미쳤다. 우승 없이 평범한 선수로 전락한 뒤 2011년 결혼과 함께 필드를 떠났다. 결혼 생활도 평탄하지 못했다. 2년 만에 이혼의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이혼은 그를 필드로 다시 돌아오게 했다. 지난해 11월 KLPGA투어 ADT캡스챔피언십에서 추천 선수 자격을 얻어 복귀전을 치렀다. 적응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그는 공동 9위에 오르며 성공적인 복귀전을 치렀다. 그리고 이어진 시드전에서 공동 22위를 차지해 11년 만에 KLPGA 투어로 돌아왔다.


● “부끄럽지 않은 엄마 될 것”

2011년 결혼과 함께 필드를 떠났던 안시현은 투어를 떠난 지 2년여 만에 복귀에 성공했다. 후배들에게 밀리지 않으려 더욱 독하게 마음먹었다. 준비도 철저하게 해왔다.

지난 겨울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동계훈련을 한 안시현은 “복귀를 앞두고 철저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서 9주 동안 훈련을 하고 돌아왔는데, 고등학교 1학년 이후로 가장 열심히 했다”면서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첫 대회부터 좋은 결과가 나와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23개월 된 딸 그레이스도 안시현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그는 “해가 뜰 때 골프장으로 나가 점심 먹고 해가 질 때까지 연습했다. 딸 그레이스에게 보다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더 열심히 하게 됐다. 파이팅 넘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엄마의 강인함을 드러냈다.

안시현에게 딸은 보물이다. 안시현은 1월 기자회견에서 “딸은 보물이자 하늘에서 주신 선물이다. 딸 때문에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부끄러운 엄마가 아니라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어서 다시 골프를 하게 됐다”며 모성애를 보여주기도 했다.


● KLPGA 우승 도전, 그러나

“대단하다. 2년 넘게 필드를 떠났다가 돌아온 것 같지 않다. 특히 퍼팅 감각과 쇼트게임이 뛰어나다.”

안시현과 경기를 펼친 후배들은 하나같이 그의 ‘감각’에 엄지를 세웠다. 안시현은 필드 복귀 후 가진 2차례 대회에서 모두 ‘톱10’에 진입하며 녹슬지 않은 실력을 과시했다.

이제 그의 목표는 우승을 향하고 있다. 안시현은 이번 대회 3라운드를 단독 선두로 끝낸 뒤 “아직은 우승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러나 남은 경기에서 잘 풀어가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뒤에서 응원해 주신 팬들이 있기에 언젠가는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살짝 욕심을 보였다. 안시현의 KLPGA 투어 우승은 2004년 엑스캔버스 여자오픈이 마지막이다. 올해 우승컵을 들어올릴 경우 10년 만의 우승이라는 진기록을 쓰게 된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는 이민영(22)이 합계 16언더파 272타로 우승했다. 지난해 11월 포스코 챔피언십에서 데뷔 첫 승을 거둔 이후 5개월 만에 2승 달성에 성공했다.

서귀포|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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