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취소까지 81일…이용대는 라켓을 놓지 않았다

입력 2014-04-16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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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대. 스포츠동아DB

대표팀도 소속팀도 규정상 훈련 못 도와
개인훈련 진행…“국민 성원에 보답할 것”


지난 1월 24일부터 4월 14일까지 단 81일.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길고 긴 시간이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스물일곱이 된 지금까지 언제나 정확히 짜여진 훈련 스케줄 속에서 살았다.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태릉 국가대표선수촌에 합류한 뒤에는 그 강도가 더했다. 스무 살부터는 한 해 절반 이상을 국제대회에 참가하며 전 세계를 누볐다. 그러나 1월 말부터 갑자기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됐다. 국가대표팀은 물론 실업 소속팀에서도 훈련 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주저앉지 않았다. 처음 라켓을 잡은 이후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지난 3개월도 단 하루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이용대(26·삼성전기·사진)에게 세계배드민턴연맹(BWF)으로부터 도핑검사 절차 위반으로 자격정지 1년을 통보받은 지난 1월 24일부터 징계가 취소된 14일(15일 대외적으로 발표)까지 81일간은 10년보다 더 길게 느껴진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그러나 낙담만 하지 않았다. 이용대의 훈련을 지켜본 한 친한 선배는 15일 “함께 자격정지를 받은 김기정과 함께 서울에 머물며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 대표팀에 있을 때 보다 체력적인 강도는 더 컸다. 오전에 웨이트트레이닝과 자전거 타기, 오후에는 회복훈련을 서둘러 끝내고 실내체육관을 빌려 셔틀콕을 치고 또 쳤다. 정말 하루를 알차게 보냈다”고 말했다.

자격정지기간 동안 국가대표팀도, 소속팀 삼선전기도 이용대의 훈련을 돕지 못했다. 작은 도움만으로도 징계위반 사항이 돼 더 큰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초 징계 철회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였다. 그 사례도 많지 않았다. 비영어권 국가대표팀 선수들은 그동안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매우 엄격한 위치 등록 절차에 큰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징계가 취소된 가장 큰 배경도 언어소통에 대한 부분이었다.

이용대는 그동안 틈틈이 변호인들과 만나 세부적인 내용을 상의하기도 했다. 금지약물에 손을 댄 것이 아니라 행정적 착오로 세계반도핑기구의 불시검사에 응하지 못해 받은 1년 자격정지는 너무나 억울했다. 그러나 아시안게임에 꼭 뛰고 싶다는 작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하루하루 땀을 쏟았다.

이용대는 이번 징계 취소 결정으로 국가대표팀에 합류해 그리웠던 동료들과 함께 훈련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훈련으로 체력적인 문제가 없기 때문에 경기 감각만 빨리 찾는다면 세계 정상권을 되찾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용대는 협회를 통해 “국민여러분께 죄송하고 감사하다. 국민의 성원을 열심히 훈련해서 보답하겠다”고 말 했다.

고향 화순군에서 마음 졸이며 결과를 기다렸던 아버지 이자영(56) 씨도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잘 될 거라고 생각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어떻게 고마움에 보답할지 모르겠다”고 기뻐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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