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트랙] 피에로 본 역대 외국인선수의 기행

입력 2014-04-18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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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용병 외야수 펠릭스 피에(가운데)가 16일 광주 KIA전 4회말 도중 느닷없이 내야까지 달려와 통역에게 “선발 투수 클레이를 진정시켜 달라”는 뜻을 전달하고 있다. 피에가 보여준 상식 밖의 돌발 행동에 KIA는 물론 한화 김응룡 감독과 선수단까지 당황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16일 KIA전 마운드로 달려가는 돌출행동
롯데 호세, 1999년 관중석에 배트 던져
브리또는 2001년 삼성 덕아웃 난입 충격
2003년 프랭클린 판정불만에 운동장 돌아


한화 중견수 펠릭스 피에가 16일 광주 KIA전에서 기행을 저질러 눈길을 모았다. 4회말 수비 때 팀이 무사 1·2루로 몰리자 갑자기 2루까지 달려왔다. 구단 직원과 심판이 저지하지 않았다면 마운드까지 달려갈 기세였다. 그는 “투수인 케일럽 클레이에게 부담 갖지 말고 편안하게 던지라고 말하고 싶었다”는 황당한 얘기를 늘어놓았다. 외야수가 투수를 진정시키기 위해 경기를 중단시킨 뒤 마운드로 달려가는 것은 동네야구에서도 볼 수 없는 상식 밖의 일이다. 1998년 외국인선수 제도가 도입된 뒤 기량과 야구를 대하는 태도 등에서 국내 선수들이 보고 배울 만한 모범적인 외국인선수도 많았다. 그러나 야구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돌출행동으로 파문을 일으킨 선수도 없지 않았다.


● 악동의 대표주자 호세

펠릭스 호세는 1999년 롯데에 입단해 타율 0.327, 36홈런, 122타점으로 맹활약했다. 그러나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7차전에서 그는 관중석에 배트를 집어던지는 사상 초유의 사건을 저질렀다. 6회초 홈런을 날린 뒤 3루를 도는 시점에 관중석에서 맥주캔 등 오물이 날아들자 흥분을 참지 못하고 덕아웃 앞에서 방망이를 관중석에 집어던진 것. 결국 팬들과 선수들이 살벌하게 대치하는 장면이 펼쳐지고 말았다.

2001년 9월 18일 마산 삼성전 배영수 폭행사건도 잊을 수 없다. 7회말 자신의 등 뒤로 날아가는 공에 흥분한 호세는 일단 볼넷으로 1루에 출루했다. 그런데 다음 타자 훌리안 얀이 배영수의 투구에 옆구리를 맞자 마운드로 달려갔다. 타자와 투수가 빈볼 시비로 정면 출동하는 장면은 종종 발생하지만, 1루에서 달려가 무방비 상태의 투수를 주먹으로 가격하는 것은 흔치 않은 장면이었다. 2006년 8월 5일 문학 SK전에서는 신승현의 투구를 맞은 뒤 도망가는 신승현을 잡기 위해 1루 덕아웃 쪽으로 돌진하다 최태원 코치의 허리 감아 돌리기에 진압되기도 했다.


● 방망이 들고 상대 덕아웃 난입한 브리또

2004년 8월 5일 문학구장. 삼성 외국인투수 케빈 호지스가 7회 2사 후 SK 외국인타자 틸슨 브리또의 등 뒤로 공을 던지면서 볼넷이 됐다. 이에 흥분한 브리또는 8회초 방망이를 들고 구장 내 복도를 돌아 삼성 덕아웃으로 난입했다. 싸움을 말리기 위해 SK 선수들이 몰려들면서 덕아웃 안에서 집단 몸싸움이 펼쳐지는 보기 드문 광경이 벌어졌다. SK 외국인투수 호세 카브레라는 의자에 앉아 있던 김응룡 감독에게 달려들었지만, 당시 환갑을 넘긴 김 감독에게 헤드락을 당하고 말았다.


● 그라운드를 질주한 프랭클린

2002시즌 도중 현대 유니폼을 입은 마이크 프랭클린은 크고 작은 말썽을 많이 일으켰다. 특히 2003년 5월 11일 대전 한화전에서 기이한 행동을 했다. 8회초 심판의 삼진 판정에 불만을 품은 그는 헬멧과 배트를 타석에 내려놓고는 갑자기 1루∼2루∼3루를 돌아 홈까지 달려오더니 슬라이딩까지 하는 괴상한 시위를 했다. 프랭클린은 벌금 300만원과 5경기 출장정지를 당했고, 현장에서 구경만 하다 퇴장조치를 취하지 못한 심판들도 100만원의 벌금을 받았다. 프랭클린은 앞서 4월 30일 스윙판정에 항의하다 벌금을 물었고, 이후 KBO에 항의 팩스를 보내는 등 연이어 기행을 저지르다 결국 6월에 퇴출했다.


● 안하무인 용병, 돌연 귀국한 용병

1999년 45홈런 109타점을 기록하며 한화 우승을 이끈 댄 로마이어는 한국야구를 무시하는 언행을 일삼고, 코치를 제쳐두고 선수들에게 야구를 가르치기도 했다. 45홈런은 아직도 깨지지 않는 역대 외국인타자 최다홈런 기록. 2000년에도 26홈런 96타점을 올리는 등 기량은 출중했지만 한화는 결국 재계약을 포기했다.

2001년 시즌 도중 삼성 유니폼을 입은 갈베스는 그해 8월 모친의 병환을 이유로 돌연 고국인 도미니카공화국으로 가더니 돌아오지 않았다. 별도의 보너스를 요구하면서 7차례나 귀국약속을 어겼다. 결국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구단 직원이 현지로 날아가 데리고 왔지만 이렇다할 활약 없이 팀 분위기만 흐렸다. 갈베스는 1998년 일본 요미우리 시절 판정에 불만을 품고 심판에게 강속구를 던져 잔여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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