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O
주장 홍성흔은 “어젯밤 뉴스만 보게 되더라”고 말했다. 국민이자 아이 가진 부모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프로야구 선수라고 다를 리 없었다. 두산의 한 선수는 “기대와 달리 사건이 악화되는 방향으로 가니까 야구를 할 분위기도, 볼 분위기도 아닌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계속 야구를 해야 되느냐?”라고 물었다. 구조 작업이 장기화되면서 추모 열기도 계속될 수밖에 없고, 선수나 구단 모두 행여 의도하지 않은 오해라도 살까봐 조심스럽다.
프로야구를 관장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도 난감하다. KBO 관계자는 “천재지변이 발생하면 프로야구가 중단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천재지변으로 야구가 중단된 전례는 없다”고 말했다. 프로야구가 시즌을 일시 중단한 적이 없지 않은데 2002년 월드컵과 야구국가대표팀이 출전했던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스포츠 빅 이벤트가 열렸을 때뿐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2001년 9·11 테러나 2013년 보스턴 테러 당시 시즌이 일시 중단된 적이 있다. 그러나 그 때에는 추가테러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지키기 위한 조치였다. 재해 사고를 입은 한국과 처한 상황이 조금 다르다.
KBO는 “9월에 인천 아시안게임을 치르기 위해 월요일 경기까지 편성한 상황에서 시즌 중단 결정을 내리기는 참 어렵다”고 곤혹스러움을 내비쳤다. 아시안게임 기간 시즌을 일시 정지시켜놓기 위해 스케줄을 꽉 차게 잡아놓은 것이다.
KBO는 20일까지 9개 구단에 응원 자제 지침을 내려놓은 상태다.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어느 정도 수위로 국민적 추모열기에 프로야구가 보조를 맞출 수 있을지 판단할 생각이다.
잠실|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