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로 쓰는 HE-스토리] 이홍주 “아내가 해준 가물치즙, 부활의 비결”

입력 2014-04-25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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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탄두’ 이홍주는 시원시원한 선행 경주로 경륜팬들의 큰 지지를 얻고 있다. 경륜 데뷔전 보디빌더로 활약하며 다진 근육질 몸이 파워 레이스의 원동력이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핵탄두’ 이홍주는 시원시원한 선행 경주로 경륜팬들의 큰 지지를 얻고 있다. 경륜 데뷔전 보디빌더로 활약하며 다진 근육질 몸이 파워 레이스의 원동력이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 부상·징계 이겨낸 ‘핵탄두’ 이홍주

조종술·작전능력 부족 인지…“선행 선택할 수밖에…”
2012년 실격사건 딛고 승승장구…“보디딜딩 효과”


“비선수 출신이라 조종술이나 작전능력은 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선행을 즐기게 됐다. 다른 선수 눈치 안보고 앞서 달리는 것이 편하다.”

이홍주(37·12기·특선급)의 경주를 보면 시원시원하다. 선두 유도원이 트랙을 떠나면 곧바로 앞으로 튀어나가 레이스를 주도한다. 그래서 그가 출전하는 경주는 스피디하고 박진감이 넘친다. 이런 경주스타일 덕분에 팬들의 지지도 높아 2011년에는 네티즌배 팬 투표 1위를 했다.

하지만 때로는 지나친 과감성이 독이 되기도 했다. 2012년 3월 경주에서 선두유도원이 퇴피하기 전에 앞으로 나가버린 초유의 실격 사건을 일으키기도 했다. 경륜 선수로서 가장 기본적인 룰을 어겨 ‘1년 자격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이홍주는 당시 사건에 대해 “멍 때리고 있다 저지른 어이없는 실수였다. 선행할 생각만 골몰하다가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한국과 달리 두 바퀴를 남기고 치고나가는 경향이 강한 일본경륜에 빠져있던 영향도 컸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팬들의 비난이 쏟아졌고 징계도 생각보다 커서 힘들었지만 프로로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 말처럼 그는 1년 뒤 성숙해져서 돌아왔다. 2013년 2월 벨로드롬에 복귀한 이홍주는 긴 공백기간이 무색하게 6연승의 만점 컴백신고를 했다. 올 시즌에도 트레이드 마크인 선행을 앞세워 상승세를 달리고 있다. 19번의 경주에 나서 5승(승률 26%), 2착 6회(연대율 58%)로 600여명의 선수 중 25위에 올라있다. 입상 전법의 67%가 선행이다.


● 보디빌딩 경험 큰 도움…“올핸 슈퍼등급 꿈 이루겠다”

이홍주의 별명은 ‘핵탄두’다. 폭발적인 선행 자력승부와 함께 보디빌딩으로 다져진 탄탄한 체격 때문이다. 군 제대 후 취미로 시작한 보디빌딩으로 전국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그는 탄탄한 체격을 눈여겨 본 중학교 선배 박석기(39·8기)의 권유로 경륜에 입문했다. 훈련원 시절 낙차사고로 쇄골이 부러지는 위기를 극복하고 비선수 출신으로는 우수한 성적인 11위로 졸업했다. 2005년 데뷔 후에는 불과 5개월 만에 특선급으로 올라 파란을 일으켰다.

“보디빌딩을 했던 것이 식이요법이나 체중관리, 훈련 등 많은 도움이 된다. 요즘 고기어 배수를 앞세운 파워경륜이 대세인데, 근육을 키우는 웨이트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다.”

이홍주는 부상, 징계 등 여러 시련을 이겨내며 정상급 선수로 성장할 수 있던 배경으로 아내를 꼽았다. 둘은 교제시절 새벽에 3시간 거리를 달려가 만날 정도로 뜨거운 연애를 했고, 슬하에 9세 딸과 3세 아들을 두었다. 이홍주는 “아내가 해주는 가물치즙은 체력 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 내가 출전한 모든 경주를 챙겨보고 전문가 못지않은 분석으로 도움을 준다”고 고마워했다.

훈련이 없는 날엔 클레이 사격장을 찾는다. 타깃을 명중시키면 스트레스도 산산조각 나는 듯, 손끝 쾌감이 온 몸을 전율시킨다.

이홍주는 선수생활 9년간 가장 잊을 수 없는 경주로 2006년 올스타전 결승을 꼽았다. “우승을 했냐”고 묻자 “꼴찌였다”고 껄껄 웃었다. 당시 2년차 신예였는데 내로라하는 강자들과 겨뤄 본 경험이 오늘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돌이켰다.

이홍주의 올해 목표는 슈퍼특선급 승급과 대상경주 입상이다. 그는 “경륜선수가 된 만큼 최고 등급에 한번 올라가야 하지 않겠나. 또 그동안 대상경주와는 인연이 없었는데 올해는 입상을 하고 싶다”며 야심을 감추지 않았다.

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aja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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