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보다 조심스러운 세월호 연예인 기부

입력 2014-04-28 06:5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방송인 강호동-미쓰에이 수지(오른쪽). 동아닷컴DB·스포츠동아DB

스타들 직접 연락…성금 전달 문의
홍보로 비춰질까 소속사에도 ‘쉬쉬’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을 위한 따스한 손길이 이어지는 가운데 연예계 기부문화가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타들이 직접 특정 단체에 연락해 성금의 용도 등을 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방송인 강호동은 25일 희생자들이 많은 경기 안산 단원고에 전화를 걸어 기부 방법을 문의한 후 1억원을 전달했다. 배우 설경구·송윤아 부부도 유니세프한국위원회에 1억원을 직접 전달했다. 앞서 배우 하지원은 전남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직접 전화를 걸었고 미쓰에이 수지는 생명나눔실천 광주전남본부에 직접 성금을 기탁했다. 배우 박신혜와 정일우도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무통장입금 방식으로 성금을 전했다.

이 밖에 2PM 준호, 팝핀현준·박애리 부부, 래퍼 산이, 배우 김보성, 박재민, 주상욱, 온주완 등도 여러 구호단체 등에 직접 전화를 걸어 계좌번호 등을 문의한 후 송금하는 방법으로 성금을 내놨다.

이들은 모두 소속사도 모르게 개인 자격으로 남몰래 기부를 했다. 이들의 기부 사실은 더 많은 이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려는 구호단체 측에 의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박경림의 경우 21일 전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화를 걸어 계좌번호를 문의한 후 성금을 보내려다 ‘특이한 목소리’ 때문에 신분이 드러나기도 했다.

스타들의 ‘직접 기부’는 직접 성금을 전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이 어디에, 무엇을 위해 기부할 것인가를 정한다는 점에서도 달라진 기부문화를 보여준다.

김수현과 강호동, 규현은 단원고에 성금을 전달하며 학생들을 위해 써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원과 박경림, 수지도 피해 발생 지역인 전남지역의 구호단체에 성금을 보냈다. 설경구·송윤아 부부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큰 상처를 입은 분들이 부디 무사히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고, 유니세프 측은 그 뜻에 따라 성금 전액을 세월호 피해 학생들의 학업 및 심리상담 프로그램에 쓰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이처럼 이제 연예인들은 소속사와 상의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형편대로 기부를 하면서 더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기부문화가 정착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소속사에도 알리지 않는 기부 행위의 이면엔 이를 홍보 차원으로 보는 왜곡된 시선도 한 몫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관계자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 연예인들이 예기치 못한 논란으로 번지는 것을 우려해 익명을 요구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ziodadi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