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기부 액수의 크기가 애도의 잣대는 아니잖아요

입력 2014-04-28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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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 김보성-그룹 엠블랙 멤버 이준(오른쪽). 스포츠동아DB·동아닷컴DB

세월호 참사로 전 국민이 슬픔에 빠진 가운데 그 깊은 아픔은 연예계라고 또 연예인들이라고 다르지 않다. 오히려 애도의 뜻을 전하는 연예인들의 움직임은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적극적이다.

하지만 사생활 노출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없는 직업적 특성상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이 필요 이상의 관심을 받으면서 ‘호의’가 ‘의무’로 퇴색되는 모양새다. 마땅히 칭찬받아야 하는 선의가 왜곡돼 해석되고, 축하받아야 하는 개인사마저 죄스러워야 하는 서글픈 연예계의 단면이다.

연기자 김보성과 그룹 엠블랙의 멤버 이준은 세월호 사고 피해자들을 위한 기부 행렬에 동참하기에 앞서 “금액이 적어 정말 죄송하다”는 말부터 꺼냈다.

두 사람이 내놓은 금액은 1000만원. 결코 적지 않은 돈을 성금으로 내놓으면서도 이들은 금액에 따라 연예인의 ‘애도의 척도’를 가늠하는 일부 대중의 따가운 시선을 감수해야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특정 연예인의 이름을 거론하며 “왜 아직도 기부를 하지 않느냐”는 반응은 씁쓸할 정도다. 기부가 ‘자발’이 아닌 ‘강요’ 수준이 됐다. 연예인들의 희생자 임시 합동분향소 조문을 마치 ‘출석 체크’인 것마냥 여기는 일부 시선도 오히려 애도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26일 결혼한 개그맨 곽한구와 정철규는 개인적인 행복을 누리기에 앞서 이번 사고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했다. 곽한구는 결혼식 전 “나라가 슬픔에 빠져 있는데 결혼하게 돼 마음이 무겁다.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이들의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한 연예인들 역시 축하의 메시지 대신 애도의 침묵으로 대신했다. 일부는 혹시나 ‘바깥 외출’이 논란이 될까 참석 대신 조용히 축의금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연예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중적 영향력을 떠올리면 누구보다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강요받는 대상 중 하나가 연예인임을 감안하더라도 애도의 표명이 의무나 강요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만큼은 연예인이라고 다를 바 없을 것 같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icky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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