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체험 Whatever] 내가 나무인지 나무가 나인지…북한산서 깊은 명상에 빠지다

입력 2014-04-29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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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걷기의 계절이다. 북한산 둘레길은 총 71.5km 길이로 21개의 색다른 테마로 구성돼 걷는 재미를 만끽하게 해준다. 스포츠동아는 북한산 둘레길과 요즘 아웃도어 트렌드로 각광받고 있는 트레킹을 소개하기 위해 둘레길 탐방 시리즈를 마련했다. (1) 북한산 둘레길은 곳곳에 이정표가 잘 설치돼 있어 방향을 잃어버릴 염려가 없다. 정보를 제공하는 안내판, 쉼터, 운동기구 등 워커들의 편의를 돕는 시설들이 마련되어 있다. (2) 솔샘길의 무인 북카페. 호젓한 둘레길을 걷다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재미를 누릴 수 있다. (3) 북한산 둘레길의 제4코스인 솔샘길을 걷고 있는 양형모 기자.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북한산 둘레길 ‘명상길’과 ‘솔샘길’


노스페이스 트레킹화·재킷·팬츠로 중무장
부상 예방 위해 산행 전 스트레칭도 꼼꼼히
재킷은 걸을 땐 벗고 쉴 때 걸쳐야 체온유지

나무들 사이로 걸으며 생각 잠기는 ‘명상길’
솔향 맡으며 함께 거니는 산속공원 ‘솔샘길’

서울과 경기북부 지역에 산다는 것은 곧 ‘북한산을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북한산이 가까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시민들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2010년부터 북한산을 빙 둘러 둘레길을 조성했다. 기존의 샛길을 연결하고 다듬어 북한산 자락을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도록 한 길이다. 21개 테마구간으로 구성돼 있으며 총 71.5km에 달한다. 스포츠동아는 북한산 둘레길을 소개하는 시리즈(월 1회)를 마련했다. 둘레길의 아름다움을 소개하고 최근 아웃도어 최고의 ‘히트품목’으로 각광받고 있는 트레킹을 알리기 위한 시리즈다. ‘생생체험 Whatever’ 북한산 둘레길 시리즈와 함께 한 발 한 발 숲길을 걷는 트레킹의 진수를 만끽하시길 바란다.


● 더 멀리, 더 쉽게 걷게 해주는 스트레칭

첫 코스는 솔샘길과 명상길이다. 솔샘길은 제4코스(북한산생태숲 안∼정릉주차장), 명상길은 제5코스(정릉주차장∼형제봉 입구)다. 어느 쪽부터 시작해도 무방하지만 명상길을 지나 솔샘길을 걷는 코스를 택했다.

짙푸른 지중해 바다색에 물을 찍어 바른 듯한 하늘을 올려다보며 다리와 발목을 천천히 풀었다. 트레킹은 걷는 운동이다. 그것도 평지가 아닌 오르막과 내리막, 흙바닥과 돌, 나무뿌리를 밟으며 걷는 운동이다.

요즘 트레킹화들이 워낙 잘 만들어져 예전처럼 발에 무리가 가지는 않지만 그래도 스트레칭은 빼먹지 말아야 한다. 부상 예방차원이 가장 크지만 좀 더 쉽게, 멀리 가게 해준다. 준비운동 없이 곧바로 산길을 걷는 것은 밥을 먹다말고 축구경기에 투입되는 것과 같다. 초반부터 힘이 들게 된다.

트레이닝복에 운동화를 신고 걸어도 뭐라 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왕이면 제대로 옷과 장비를 갖추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 트레킹화는 노스페이스의 다이나믹하이킹 ‘NZS95F10’을 골랐다. 바지는 ‘비엔토(VIENTO)’ 팬츠, 여기에 시도 때도 없이 부는 봄바람을 막기 위해 ‘다이나믹 드라이 재킷’을 걸쳤다. 역시 노스페이스 제품이다. 트레킹화와 팬츠는 나름 ‘깔맞춤’을 해 패션에도 포인트를 주었다.

먼저 명상길을 걷는다. 정릉로의 국민대학교 정문 쪽에서 진입하는 코스. 명상길은 탐방로와 형제봉 능선 사이를 경유하는 곳으로, 2.4km 구간이다. 천천히 걸으면 1시간 10분 정도 소요된다. 북악하늘길과 연결되어 있다. 백두대간에서 한북정맥으로 이어지는 북한산의 혈류(血流)를 잇는 의미를 지닌 구간이라고 한다.


● 걷다보면 저절로 생각에 빠지게 되는 명상길

왜 명상길일까. 의문은 걸어보면 5분 만에 알게 된다. 다른 구간과 다른 점이 확연하게 느껴지는 길이기 때문이다.

일단 길의 폭이 좁다. 길에 따라서는 한 사람이 지나가면 마주 오던 사람이 잠시 비켜주어야 할 정도로 좁은 곳도 있다. 길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적절하게 배합되어 있다.

굳세어 보이는 참나무들이 길을 열어준다. 움켜쥐면 연녹색 녹차가 우려질 것 같은 잎사귀들 사이로 햇살이 쏟아진다. 사위가 고요하다. 그래서 명상길이다. 걸으며 생각에 잠기기에 더 없이 적당한 길이다. 터질 것 같은 심장을 껴안고 헉헉대며 올라야 하는 등반과는 다른 트레킹의 재미가 여기에 있다.

명상길 구간은 경사가 완만한 데다 나무들 사이로 길이 좁게 나 있어 풍경에 눈을 빼앗기지 않는다. 풀 냄새와 적당한 햇살을 즐기며 아무 생각 없이, 또는 각별한 생각에 잠겨 앞만 보며 걷기에 좋다. 예술가들이 걸으면 창작의 아이디어가 샘솟을 것도 같다. 명상길에 별명을 붙인다면 ‘예술길’이라고 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악쉼터에서 잠시 땀을 훔친다. 바람에 땀이 순식간에 씻겨 나간다. 이럴 때는 배낭 속에 구겨 넣어둔 바람막이 재킷을 걸쳐 주어야 한다.

여기서 트레킹 팁 하나. 처음부터 바람막이 재킷을 입는 사람들이 많은데 ‘촌스러운’ 행위다. 고수들은 재킷을 벗어 허리에 두르거나 배낭 안에 넣어놓고 걷기 시작한다. 재킷을 입고 출발할 경우 처음에는 괜찮은 듯싶지만 10분만 걸으면 금세 땀이 나기 때문이다. 그때라도 벗으면 다행이지만 ‘귀찮은데 이따 벗지’하고 그냥 걷게 된다. 그러다 쉴 때 벗는다. 거꾸로 됐다. 산 속은 바람이 많고 기온도 산 밑보다 낮다. 축축한 옷에 밴 땀이 순식간에 바람에 날아가며 체온이 떨어진다. 불청객 감기는 이럴 때 찾아온다.

다시 한 번 알려드린다. 걸을 때는, 특히 땀이 날 때는 즉각 재킷을 벗을 것. 쉴 때 땀이 마르면 재빨리 걸쳐 체온을 유지할 것.


● 산 속의 공원 같은 친근한 솔샘길

산길은 천연의 ‘지뢰밭’이다. 거친 흙길에 모난 돌들이 허다하게 뿌려져 있다. 여기에 슬그머니 다리를 뻗는 나무뿌리도 요주의. 움푹 팬 구덩이를 잘못 밟으면 발목이 삐끗하게 된다. 그래서 트레킹화가 필요하다. 물론 등산화도 나쁘지 않다. 다만 등산화는 트레킹화에 비해 무겁다. 멀리 걷기에는 등산화의 어지간한 기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가벼운 트레킹화가 낫다.

명상길이 끝나고 마을을 관통하자 솔샘길이 눈앞에 나타났다.

상식 하나. 북한산 둘레길은 구간과 구간 사이에 마을을 지나야 하는 곳이 많다. 둘레길을 걷다 마을을 지나며 구경도 하고, 동네 가게에서 음료수라도 사 마시라는 뜻이 담겨있다. 그런데 자칫 마을구경에 빠지다 보면 정작 다음 구간 진입로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럴 때는 땅을 유심히 살펴보면 된다. 둘레길 안내를 위해 친절하게도 길 바닥에 녹색 라인을 그려놓았기 때문이다. 이 라인을 따라가면 다음 구간에 진입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솔샘길. 누가 지었는지 참 적당한 이름을 붙였구나 싶다. 명상길이 참나무 길이었다면 솔샘길은 소나무가 주인장이다. 샘솟는 듯한 솔향이 코를 습격해 온다. 실은 소나무가 무성하고 맑은 샘이 있어 솔샘이라 불렸다고 한다.

솔샘길은 인공의 손길이 가미된 구간이다. 둘레길치고는 산 속에 조성된 공원의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인지 등산복보다는 평상복 차림의 행인들이 많이 눈에 띈다.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을 나온 어머니, 운동 나온 어르신들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우리동네 둘레길’이라고 할 만하다.

도시공원 스타일의 구간답게 꽃길이 조성되어 있다. 철쭉과 개나리가 곳곳에서 얼굴을 내민다. 자연 그대로의 오솔길 느낌이 짙은 명상길과 달리 솔샘길은 가족 나들이 코스로도 제격이다. 곳곳에 돗자리를 펼 만한 명당자리들이 널려 있다.

누구나 꺼내 읽을 수 있는 숲 속의 도서관(북카페)도 마련돼 있다. 동네 공원에서 볼 수 있는 운동기구들도 설치돼 있어 다시 한 번 ‘우리동네 둘레길’이란 느낌을 들게 한다.

솔샘길은 2.1km로 약 1시간 코스다. 난이도 등급은 명상길이 ‘상’인데 비해 솔샘길은 ‘하’로 표기되어 있다. 트레킹과 산책의 중간쯤 되는 단계로 보면 될 듯하다.

솔샘길을 끝으로 북한산 둘레길 트레킹의 첫 코스를 마쳤다. 중간 중간 휴식과 사진촬영 시간을 포함해 2시간 40분가량 소요. 걸음만 걸었으면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걸어도 ‘더 걷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만큼 북한산의 둘레길은 매력이 있는 길이다. 특히 비 온 다음 날, 산안개 속에 잠긴다는 명상길만큼은 꼭 다시 한 번 걸어보고 싶다.


■ 주변 맛집


셔틀콕 스타 이용대도 반한 맛

‘와 오징어다’의 간제미 회무침

솔샘길에서 내려와 조금 걸으면 ‘와 오징어다’를 발견할 수 있다. 허름하고 작은, 전형적인 동네 음식점이지만 ‘오징어 통찜’과 ‘간제미 회무침’으로 입소문이 난 집이다. 배드민턴 간판스타 이용대도 반한 집이라는 후문이 있다.

간제미 회무침


오징어가 다 떨어져 간제미 회무침(1만5000원)을 주문했다. 새콤하면서도 지나치게 맵지 않다. 싱싱한 간제미를 사용해 쫄깃쫄깃한 식감을 제공한다.

매운 혀는 계란말이(7000원)로 달래줘도 괜찮다. 계란 사이에 치즈를 넣고 말아 부드럽다. 식사를 하고 싶다면 매생이국(7000원)을 추천한다. 뜨거운 국물에 약한(?) 사람이라도 이 집 매생이국은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온도로 나온다. 02-941-9932


■ 교통편


● 4구간 솔샘길=①북한산 생태숲 앞(지하철 4호선 길음역 3번 출구→ 버스1014, 1114번 성북생태체험관) ②정릉주차장(지하철 4호선 길음역 3번 출구→버스 143, 110B번 정릉대우아파트 하차)


● 5구간 명상길=①정릉주차장(지하철 4호선 길음역 3번 출구→143, 110B 북한산관리공단 입구) ②형제봉 입구(지하철 4호선 길음역 3번 출구→153, 721번 롯데삼성아파트)


※ 북한산 둘레길 탐방안내센터 : 운영단(정릉) 02-900-8085, 센터(수유) 02-900-8086, 홈페이지 ecotour.knps.or.kr/dulegil/index.asp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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