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최보경(가운데)이 30일 광양전용경기장에서 열린 FA컵 32강 전남전 전반 42분 선제골을 터트린 뒤 양 팔을 들어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전북 현대
전남은 정규리그 성적 걱정에 휴식 결정
승자는 전북…3-1로 이겨 ‘트레블’ 순항
3부 강릉시청은 1부 경남 격파 최대 이변
전남 드래곤즈와 전북 현대의 올해 2번째 ‘호남더비’가 30일 광양전용경기장에서 펼쳐졌다. 2014 하나은행 FA컵 3라운드(32강전)에서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 팀이 가세한 3라운드부터 5번을 이기면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얻을 수 있다. FA컵이 매력적인 이유다.
그러나 각 팀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전북이 그렇다. K리그와 챔피언스리그 동반 제패를 꿈꾸는 전북으로선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2월 26일 요코하마 마리노스(일본)와의 챔피언스리그 예선 1차전(홈)을 시작으로 지금껏 매주 2경기씩 소화했다. 혹독한 스케줄 때문에 전북은 이날 전남전에 힘을 쏟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실제로 이동국, 이승기, 레오나르도, 한교원, 윌킨슨 등 주력들을 뺐다.
재미있는 점은 전남의 선택이었다. 일정상 여유가 있어 전북을 상대로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됐으나 많은 주전 멤버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베테랑 수비수 현영민을 필두로 이종호, 스테보, 이현승, 임종은 등 골키퍼(김병지)를 제외한 전 포지션에서 핵심들이 빠졌다. 조금은 낯선 김동철, 이중권 등으로 빈자리를 메웠다.
똑같은 선택이었지만, 이유는 달랐다. 전북은 일정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 전남은 장기 레이스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FA컵을) 욕심 낼 수 없다. 주전들의 상태가 말이 아니다. 3일 수원 원정, 6일 포항과 챔피언스리그 16강 홈 1차전을 치러야 한다”며 복잡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전남 하석주 감독은 “(주전들에게) 휴식을 줘야 한다. 선수층도 얇은데 정규리그 매 경기를 결승처럼 치렀다. 끝까지 집중하려면 (FA컵을 통해) 부상 복귀자들과 많이 출전 못한 이들의 실전감각도 올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FA컵에서 우승해도, K리그에서 추락하면 챌린지(2부리그)행을 걱정할 수밖에 없어서다.
그래도 경기에는 박진감이 넘쳤다. 일진일퇴의 공방 끝에 4골이 터졌다. 전북 최보경이 전반 42분 첫 골을 뽑자, 3분 뒤 전남 박준태가 동점골로 응수했다. 최종 승자는 후반 39분 페널티킥 결승골과 후반 45분 쐐기골을 얻은 전북이었다. 좋든 싫든 3-1로 이긴 전북은 세 마리 토끼몰이(K리그·챔피언스리그·FA컵)를 이어가게 됐다.
한편 내셔널리그(3부리그)의 강릉시청은 이날 K리그 클래식의 경남FC를 2-1로 누르고 32강전의 최대 이변을 일으켰다. 챌린지의 수원FC도 클래식의 제주 유나이티드를 맞아 연장까지 3-3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5-4로 이겨 파란을 낳았다. 아마추어 챌린저스리그의 서울중랑코러스무스탕은 클래식의 부산 아이파크를 연장까지 1-1로 물고 늘어졌으나, 승부차기 끝에 3-5로 석패했다.
광양|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