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파 위주 대표팀 ‘홍명보호’의 딜레마

입력 2014-05-08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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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 스포츠동아DB

오늘 최종 엔트리 발표…국내파 비중 촉각

2014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할 축구국가대표팀 최종엔트리 23명이 8일 오전 11시 경기도 파주 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 풋살구장에서 발표된다. ‘2회 연속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최소 목표로 내세운 홍명보(45·사진) 대표팀 감독은 국제축구연맹(FIFA)에 제출할 30명의 예비명단과 별도로 23명의 최종엔트리만 이날 공개한다. 본선에 데려가지 못할 선수를 괜히 뽑아 훈련만 시키고 돌려보낸다면, 팀워크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8일 발표될 23명 중 혹시 부상자가 생기면 30인 예비엔트리 내에서 교체된다. 그러나 홍 감독은 23명이 변동 없이 끝까지 갈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홍 감독의 최종 낙점을 받을 23명의 명단에 축구팬들의 관심이 온통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한편에선 해외파의 비중이 과거 어느 월드컵 때보다 월등히 높아질 것이라며 ‘K리그의 위기’를 언급하고 있다. 월드컵 본선이라는 대사를 앞두고 불가피한 측면을 내포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홍명보호’의 딜레마이자 한국축구의 엄연한 현실이다.


● 부상자 조기 귀국이 가져온 또 다른 오해

홍명보 감독의 대표팀 운영 철칙과 모토는 ‘원(One·하나)’이다. 이는 하나의 팀으로, 한 가지 정신으로 뭉쳐 동일한 목표를 향해 함께 하자는 의미다. 따라서 태극전사들이 해외파와 국내파로 나뉘는 것을 용납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 과거 기성용(25·선덜랜드)이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계정에 전임 대표팀 사령탑인 최강희 감독(전북 현대)을 조롱하는 글을 남겨 논란을 일으키자 한동안 대표팀에서 제외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다. 기성용의 사과로 사태가 일단락된 듯했지만, 이번에는 연이은 부상자 발생과 조기 귀국이 사단이 됐다. 공격수 박주영(29·왓포드)과 왼쪽 풀백 박주호(27·마인츠)가 봉와직염(피부의 균이 상처 부위에 침투해 발생하는 질병)으로, 미드필더 박종우(25·광저우 부리)가 오른쪽 허벅지 뒷근육 부상으로 조기 귀국했다. 6일에는 기성용이 오른 무릎 슬개건염(인대 염증)으로 귀국했다. 공교롭게도 4명의 해외파 모두 시즌이 종료되지 않은 시점에 귀국했다. 여기에 대표팀 주치의 송준섭 박사(서울 제이에스병원 대표원장)가 이들을 치료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홍 감독과 대표팀은 의도치 않은 오해를 샀다. 특히 박주영이 파주 NFC에서 대표팀 이케다 세이고 피지컬코치의 관리 하에 개인훈련을 하자, 반대 여론이 들끓었다. 월드컵 최종엔트리가 발표되기 전부터 해외파에 프리미엄을 준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했다. 이에 대해 대한축구협회는 “박주영은 월드컵 예비엔트리(30명) 범위에 포함돼 있다. 특정 선수를 감싸거나 혜택을 주는 게 아니다. 당연한 대표선수 관리소임을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충분히 이해되는 대목이다. 꾸준히 대표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고, 많은 공헌을 했던 선수들이 다친 몸으로 돌아왔는데 ‘나 몰라라’ 방치할 수 없는 노릇이다. 자칫하면 축구협회와 대표팀이 직무유기로 비난을 살 수도 있다. 많은 축구인들은 “홍명보호뿐 아니라 많은 월드컵 출전국들도 일찌감치 부상선수 관리에 돌입했다”며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인다.


● 구조적 한계도 아쉬워

이미 오래 전부터 최종엔트리의 큰 밑그림은 나와 있었다. 3월 그리스 원정 평가전의 명단은 대표팀이 월드컵 본선 체제에 돌입하기에 앞서 마지막으로 치른 A매치라는 점에서 ‘미리 본 월드컵 최종엔트리’로 불리며 축구계의 큰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당시 대표팀에 승선한 선수 중 3명의 골키퍼를 뺀 20명의 필드플레이어 중 K리거는 5명에 불과했다. 25% 비율이다. 그리스전 엔트리에서 엿볼 수 있듯, 8일 발표될 23인의 최종엔트리에서 해외파의 비율은 50%를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역대 월드컵대표팀 중 국내파의 비율이 50%에 미치지 못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확실히 다를 전망이다. 일각에서 “대표팀 엔트리를 전부 해외파 선수들로 채울 수 있다”고 우려할 만하다. 그야말로 ‘K리그의 위기’다. 한 축구계 인사는 “유럽에 진출했다는 건 수준급 실력을 갖춰서다. 요즘은 마케팅용 영입조차 드물다”며 “역대 어떤 대표팀 감독도 선호하는 타입은 있을지언정, 아무렇게나 선수를 선발하진 않았다. K리그의 경쟁력이 높았다면, (해외파 조기귀국 및 개별훈련 지원 등으로 촉발된) 대표선수 관리 탓에 홍 감독이 지탄받을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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