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시즌 10승 23패…8위 한화와도 3게임차
‘감독의 무덤’ LG…양 감독 선수단 장악 관건
양상문(53). LG 구단이 김기태 전 감독이 자진사퇴한 4월 23일 이후 무려 18일 동안 장고 끝에 선택한 이름이다.
그동안 LG 구단은 수많은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조계현 수석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임명하고 잔여 시즌을 치르는 것이 손쉬운 길이었다. 그러나 아직 4월말이었다. 빨리 팀을 정비해 시즌 마지막까지 전력을 다하기 위해서는 대행이 아닌 새 감독에 힘을 싣는 것이 더 옳은 판단이었다. 조계현 수석코치도 그래서 구단에 “제 거취보다 팀이 더 중요하다. 언제든지 물러날 수 있으니 팀을 위해 좋은 감독을 모셔 달라”는 의견을 말하기도 했다.
LG는 양 신임감독을 선임한 11일 목동에서 넥센에 1-8로 대패했다. 시즌 34경기를 치러 10승23패1무로 승률은 0.303이다. 1위인 넥센에 10.5게임차로 뒤져 있고, 가을잔치 마지노선인 4위 롯데에도 7.5게임차로 밀려 나 있다. 8위인 한화와도 3게임차다. LG는 시즌 일정의 26.6%를 소화했기 때문에 아직 4분의 3이 남아 있는 상황. 포기를 하기엔 남은 시즌이 길지만, 4강을 향해 전력투구를 하기엔 상위권과의 게임차가 많이 벌어져 있다.
양 신임감독이 올 시즌 목표를 어디에 두고 팀을 운영할지는 차츰 드러나겠지만, 현재로선 팀 분위기 수습이 매우 중요하다. LG는 선수들의 개성이 강한 팀으로 꼽힌다. 2002년 김성근 감독 퇴임 이후 선수단을 강하게 장악하려고 했던 사령탑들은 모두 실패했다. 지난해 무려 11시즌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끈 김기태 전 감독은 고참 선수들을 인정하고 배려하면서 그들의 리더십을 활용해 선수단 전체를 이끈 스타일이었다. 양 신임감독은 선수들이 스스로 마음을 움직여 따를 수 있는 인품을 가진 스타일의 지도자라 LG에 가장 맞는 리더의 유형일 수도 있다.
양 신임감독은 힘든 상황에서 지휘봉을 잡았다. 장수도 사라진 치열한 난전 속에 말 위에 올랐다. ‘감독의 무덤’, ‘독이 든 성배’라는 극언까지 뒤따르는 LG 감독직. ‘독이 든 성배’를 받아든 그는 과연 LG를 위기에서 탈출시키는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