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제조기’ 언더그라운드에 손 내밀다

입력 2014-05-15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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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코베리-잔나비(오른쪽). 사진제공|안엔터테인먼트·캐시미어 레코드

로코베리-잔나비(오른쪽). 사진제공|안엔터테인먼트·캐시미어 레코드

SM 이어 신사동호랭이 인디밴드 투자

티아라의 ‘롤리폴리’, 트러블메이커(현아·현승)의 ‘트러블메이커’ 등을 작곡한 신사동호랭이가 인디레이블 캐시미어레코드를 설립하고 ‘잔나비’라는 밴드를 최근 소개했다. SG워너비 다비치 등의 음반에 참여했던 작곡가 안영민도 이달 초 언더그라운드에서 활약하던 록밴드 로코베리와 손잡았다. 앞서 SM엔터테인먼트는 2월 ‘발전소’라는 신생 인디레이블에 투자했다. 음반 제작·유통사인 발전소에는 플레이 더 사이렌, 홀린, 웨이스티드 자니스, 신촌타이거즈 등 4팀의 밴드가 있다.

이른바 ‘아이돌 제조기’가 인디에 빠져들었다. 이들은 아이돌 그룹을 키워내듯 연습생을 발굴·트레이닝시켜 인위적으로 밴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던 밴드들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들은 “음악에 대한 순수한 진정성”, “가요계의 다양성 확보”를 그 배경으로 설명한다. 신사동호랭이는 “그동안 히트곡에 대한 강박으로 힘들었지만, 잔나비를 만나면서 처음 음악할 때 기분이 들었다”면서 “앞으로 더 많은 인디밴드들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했다. 안영민도 “제작자나 시장의 기호에 상관없이 평소 좋아하던 음악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발전소 강병용 대표는 “비주류 음악을 재조명하고 부활시키는 것이 발전소의 설립 목표”라며 “한류문화의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SM엔터테인먼트도 케이팝의 다양성을 부각시키고 세계화하기 위해 지분투자를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류시장을 이끌던 이들이 손을 대는 순간 이미 ‘인디’의 의미가 퇴색된다는 지적도 있다. ‘인디’란 자본의 영향을 받지 않으며 아티스트들은 자유의지대로 음악을 하기 때문이다.

신사동호랭이는 “나는 간섭하지 않는다. 잔나비가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유통문제 등 행정적 도움만 줄 뿐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영민도 “잠재력 있는 인디 뮤지션들이 좋은 환경에서 자유롭게 음악적 이상을 펼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제공한다”고 했다. 발전소는 소속 밴드들의 TV출연을 지양하고 공연을 지원할 예정이다. 6월엔 ‘비몽사몽’이라는 밴드 축제도 벌이고, 향후 공연을 브랜드화할 예정이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ziod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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