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오재원. 스포츠동아DB
사이클링히트·개인최다타점 최고의 활약
두산 오재원(29)은 재주가 많다. 올 시즌 대부분을 2루수로 경기에 출전하고 있지만, 1루수와 유격수, 3루수까지 포수를 제외한 전 내야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다. 보통 수비수들은 송구 위치가 조금만 바뀌어도 힘들어하지만, 그는 “8년째 멀티 포지션을 소화해왔더니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문제없다”며 개의치 않았다.
타선에서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출루가 필요하면 어떻게든 살아나가기 위해 애쓰고, 출루하면 빠른 발을 이용해 2루를 훔친다. 2번타자답게 작전수행도 빼어나다. 23일까지 희생번트를 5개 성공하며 팀에 공헌했다. 이뿐 아니다. 홈런타자와는 다소 거리가 먼 신체조건(185cm, 80kg)임에도 장타를 칠 줄 안다. 실제 장타율이 0.581로 높다.
오재원은 23일 잠실 한화전에서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했다. 이날 프로야구 역대 16번째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사이클링히트는 개인 1호이자, 1992년 8월 23일 잠실 롯데전 임형석(OB·은퇴)과 2009년 4월 11일 잠실 LG전 이종욱(현 NC) 이후 팀 역사상 3호 기록이다.
오재원의 방망이는 1회부터 날카롭게 돌아갔다. 무사 1루서 좌전안타를 때리며 타격감을 조율하더니, 1-4로 뒤진 3회 1사 후에는 스코어를 2-4로 만드는 추격의 우월 솔로홈런을 쏘아 올렸다. 2-5로 뒤진 5회 2사 1루서도 좌익수 쪽 적시 2루타를 치며, 앞서고 있는 한화를 강하게 압박했다.
하이라이트는 6회였다. 4-5로 턱밑까지 추격한 뒤 계속된 2사 만루서 타석에 들어선 오재원은 1B-2S의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3타점짜리 싹쓸이 우익선상 2루타를 쳐냈다. 빠른 발의 덕도 봤다. 한화 야수진은 중계 플레이를 하던 도중 포수 뒤로 송구하는 실책을 범했고, 오재원은 그 틈을 타 비어있는 홈으로 질주해 득점까지 성공했다. 두산은 6회에만 한꺼번에 5점을 뽑으며 승기를 잡았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오재원은 8회에도 선두타자로 나와 바뀐 투수 황재규를 상대로 1B-2S로 몰린 뒤 4구째를 통타해 좌중월 3루타를 치며 사이클링히트를 완성했다. 5타수 5안타 1홈런 3득점 5타점의 맹타. 5안타와 5타점은 개인 한 경기 최다안타와 최다타점 기록(종전 4안타 4타점)이었다.
두산은 오재원의 활약에 힘입어 3일 휴식 후 돌입한 3연전 첫 경기를 11-5로 대승을 거두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오재원은 경기 후 “마지막 타석 들어서기 전에 형들이 이전 타석(6회)에서 ‘왜 3루까지 안 뛰었느냐. 뛰었으면 사이클링히트였다’고 하더라. 솔직히 그때까지 몰랐다”며 “8회 타석이 돌아왔을 때 오히려 스윙이 커질까봐 최대한 신경 안 쓰려고 했고, 마침 실투가 들어와서 공을 치고 타구도 안 보고 뛰었다”고 사이클링히트를 완성한 순간을 설명했다. 이어 “원래 휴식 후에는 잘 못 쳤던 기억이 많아서 쉬면서도 이미지트레이닝을 계속 했다. 다행히 오늘 운이 많이 따라서 기록을 달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올 시즌 좋은 타격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서는 “확실한 목표(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가 있어서 그런지 기록에 대해서는 집착을 안 하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며 “1번타자인 (민)병헌이가 너무 잘 해주고 있어서 타석에서 마음도 편하고, 우리 타자들이 너무 잘 쳐주고 있기 때문에 도루도 일부러 안 하고 있다. 그게 정말 좋다”고 팀 동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잠실|홍재현 기자 hong927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