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조 수석코치 - 프런트 ‘잘못된 만남’

입력 2014-05-29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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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권두조 수석코치. 스포츠동아DB

양승호감독 시절 배재후단장 라인 롯데 인연
김시진감독 체제서도 수석코치로 무혈입성
롯데 4강 위기론 속 사장-단장간 이상 기류
최사장, 선수 집단행동 계기 프런트에 메스


감독도 부지기수로 바뀌는 세상에 수석코치의 거취는 사소한 일일 수 있다. 실제로 한화와 LG는 수석코치 없이 시즌을 치르고 있다. 그러나 롯데에서 권두조 수석코치가 ‘경질’되는 사건은 그 인물의 비중 보다는 왜 물러났느냐는 맥락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선수단이 롯데 신동인 구단주 대행에게 ‘권 수석과 야구를 같이 하기 힘들다’는 의사표시를 한 것이 이유다. 그러나 이 사건의 본질에 접근하려면 권 수석의 발탁에서 낙마까지의 ‘히스토리’를 따라갈 필요가 있다.


● 사태의 씨앗, 권두조와 프런트의 밀월

롯데는 2011년 11월 한화 프런트에서 일하던 권 코치를 수석코치로 모셔왔다. 양승호 감독 임기 때였다. 권 코치는 양 감독보다 나이도 많고, 큰 인연도 없다. 아무리 롯데에 홀몸으로 들어온 양 감독이라 할지라도 권 코치와 같이 일할 필연성은 없었던 셈이다. 권 수석의 영입은 롯데 배재후 단장과 이문한 운영부장의 작품이라는 것이 야구계의 ‘정설’이다. 권 코치를 좌장으로 소위 ‘프런트 라인’의 코치들이 1∼2군 주요 보직에 잇달아 들어왔다. 이들 사이에서 양 감독이 ‘고립감’을 느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양 감독이 물러난 뒤, 2012년 11월 김시진 감독이 영입됐다. 김 감독은 절친한 선배인 권영호 수석코치를 데려왔다. 권두조 수석은 2군감독으로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롯데가 지난해 5위에 그치자 롯데 프런트는 권영호 수석을 2군감독으로 보냈다가 6일 만에 경질하고, 권두조 2군감독을 1군 수석코치로 다시 불러들였다. 이 과정에서 김 감독은 자신이 데려온 권영호 수석이 물러나는데 크게 저항하지 않았다. 결국 코치진 인선은 대부분 프런트 의도대도 진행됐다. 그렇게 2014시즌이 시작됐고, 롯데의 대대적 투자와 별개로 정작 현장의 김 감독에게 힘이 실리지 못했다.


● 최하진 사장의 반전 인사

올 시즌 롯데는 투자가 무색한 성적에 그치고 있다. 올 시즌도 4강에 못 가면 프런트에서도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할 위기감이 닥쳐오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롯데 입사 동기인 최하진 사장과 배재후 단장 사이의 기류가 미묘해졌다. 지난시즌은 야구단에서 잔뼈가 굵은 배 단장의 말을 최 사장이 경청했으나 야구판 돌아가는 사정을 의욕적으로 공부한 최 사장은 상황 파악이 빨랐다.

이런 흐름 속에서 최 사장에게 27일 벌어진 선수단의 집단행동은 프런트를 쇄신할 수 있는 기회로 생각 했음직하다. 롯데 주장 박준서가 27일 신동인 구단주 대행과 독대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상식적으로 최 사장이 자리를 만들어주지 않으면 어려운 만남이다. 롯데 사정에 정통한 인사는 “그 자리에서 신 대행이 권 수석 경질을 승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아가 최 사장은 이문한 운영부장까지 대기발령 조치해 배 단장을 ‘압박’했다.

롯데의 한 인사는 “최 사장과 김 감독이 프런트 라인의 나머지 코치들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두고 볼 일”이라고 말했다. 롯데를 곪게 만들었던 ‘파벌 문화’에 비로소 메스가 가해졌다. 권 수석은 자진사퇴가 아니라 경질로 봐야 옳을 것이다. 롯데의 진짜 개혁이 시작된 것일까.

김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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