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한 시즌 두 자릿수 완투 투수 다시 볼 수 있을까

입력 2014-06-10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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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야구의 천연기념물

박철순, 한 시즌 최다완투 15경기 대기록
1997년 정민철 10경기 완투 후 명맥 끊겨
15이닝 완투는 10회…선동열은 2차례나

1985년엔 1시간35분 만에 끝난 경기도
1999년 현대-쌍방울전 관중 54명 ‘굴욕’

1999∼2000년을 전후해 야구가 많이 달라졌다고 야구인들은 말한다. 이유가 있다. 1999년 프로야구선수협의회 탄생을 둘러싸고 구단과 선수들이 격돌했다. 그 여파로 KBO(한국야구위원회)는 FA(Free Agent)제도를 도입했다. 1998시즌부터는 외국인선수에게 문호를 개방했다. 그 이후 21세기 야구와 20세기 야구는 같은 야구 같지만 많은 면에서 차이가 났다. 달라진 야구는 기록에서도 잘 드러난다. 20세기에서는 흔했지만 21세기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기록들이 생겨나고 있다. 21세기 프로야구의 ‘천연기념물’이 된 기록들은 무엇일까.


● 한 시즌 두 자릿수 완투…1983년 36경기 VS 2013년 3경기

1982년 프로야구 원년에 6개 팀은 팀당 80경기를 했다. 시즌 최다완투기록은 OB 박철순이 보유한 15경기다. 1983년 삼미 장명부는 상상도 못할 36경기 완투기록을 세웠다. 1987년 빙그레 이상군은 24경기 완투를 했다. 이상군은 1986년에도 선동열(해태)과 함께 시즌 최다 19경기 완투를 했다. 1997년 정민철(한화)의 10경기를 끝으로 한 시즌 두 자릿수 완투는 사라졌다. 이후 시즌 최다완투는 송진우(한화) 최상덕(KIA)이 기록한 8경기를 넘지 못했다. 2011, 2013시즌은 고작 3차례였다. 갈수록 투수들의 한계투구수가 줄어들고 타고투저가 심해진 2014시즌에는 6월9일 현재 시즌 통틀어 완투만 고작 2번 나왔다.


● 2시간대 이하 경기, 한 경기 200개 이하 투구

경기시간이 평균 3시간30분에 육박하는 최근 프로야구에 익숙한 팬들에게는 생소하겠지만 야구경기는 2시간 이내에도 끝난다. 1985년 9월21일 청보-롯데 경기는 3-0으로 끝났다. 경기 소요시간은 1시간35분이었다. 임호균 장명부가 각각 96구 105구로 완투했다.

그 경기 이후 아직 2시간대 경기는 나오지 않았다. 지금처럼 많은 불펜투수를 쓰고 플레이가 늘어지는 21세기에는 2시간대 이하 경기가 영원히 사라질 지도 모르겠다. 한국프로야구에서 나온 한 경기 최소투구 기록은 177구다. 1990년 6월2일 잠실 태평양-LG전과 1993년 6월27일 사직 태평양-롯데전이다. 공교롭게도 91구-86구로 같았다. 한 팀의 경기 최소투구기록은 1987년 8월25일 인천의 청보-해태전에서 청보가 기록한 73구다. 타자들의 커트 기술이 발달한 요즘은 한 경기 200개 투구도 보기 힘들다.


● 두 자릿수 관중…관중이 54명, 선수 취재진보다 적어

한때 프로야구도 암흑기가 있었다. 팬들이 외면해 빈 관중석에서 그들만의 리그를 하던 때도 있었다. 1999년 10월17일 전주 현대-쌍방울 경기는 고작 54명의 관중이 지켜봤다. 그날 경기에 참가한 두 팀 선수와 취재진을 합친 숫자보다 적은 관중이었다. ‘지구 최대 노래방’ 사직구장도 한때 비극적인 때가 있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열풍이 지난 간 뒤였다. 10월19일 한화-롯데 경기는 69명의 관중만이 넓은 사직구장을 채웠다. 2002년 사직은 롯데 팬들의 외면을 많이 받았다. 구단은 되돌아선 관중들의 마음을 달래보려고 모든 관중에게 아이스크림도 나눠줬지만 그것이 100개를 넘어가지 못한 때가 2번, 200개를 넘어가지 못한 때도 2번이나 있었다.




● 15회 완투…선동열 등 총 10회

지금처럼 100개 한계투구를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상황에서 15회를 완투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한국프로야구에서 나왔던 15회 완투는 10번이다. 1985년 5월7일 해태 강만식이 삼성과 대구원정에서 0-1로 패한 경기에서 15회 완투패를 한 것이 처음이다. 이만수의 끝내기홈런으로 삼성이 이겼다. 1986년 7월27일 해태 차동철과 청보 김신부는 인천에서 0-0 15회 완투를 했다. 기교파 투수가 보여준 기술피칭의 백미였다. 1987년 4월19일 광주 OB-해태전에서 김진욱과 선동열이 1-1 15회 완투대결을 했다. 선동열은 5월16일 사직 롯데전에서도 최동원과 전설의 2-2 15회 완투경기를 했다. 선동열은 유일하게 2차례 15회 완투했다. 1993년 해태-삼성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는 삼성 박충식이 15회 완투를 했다. 스코어는 2-2. 1994년 4월28일 광주에서 쌍방울 김원형-해태 조계현이 3-3 15회 완투대결을 벌인 것이 마지막 15회 완투다.


● 데뷔 첫 해 신인왕

우리 야구의 어두운 현실이 잘 드러내는 것이 신인왕이다. 2007년 두산 임태훈 이후 프로데뷔 첫해 신인왕을 차지한 선수가 나오지 않았다. 2008년은 그런 면에서 상징적인 해다. 시즌 MVP(SK 김광현)보다 신인왕(삼성 최형우)의 나이가 훨씬 많았다. 5세 차이다. MVP의 나이가 반드시 신인왕보다 많아야한다는 법은 없지만 요즘은 프로에 입문해서 몇 년은 2군에서 기량을 닦아야 1군 무대에서 활약할 기회가 생긴다는 잘 보여준다. 덩달아 프로 데뷔 첫해 3할타자, 20홈런 타자도 갈수록 드물어진다. 1998년 삼성 강동우는 타율 0.300(시즌 타격랭킹 12위)으로 마지막 데뷔 첫해 3할타자가 됐다. 데뷔 첫해 20홈런은 한화 김태균이 2001년 기록했던 20개(홈런 랭킹 16위)가 마지막이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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