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김태군 “수염 세리머니=승리…기분좋은 공식”

입력 2014-06-16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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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군이 LG에서 NC로 이적한 뒤 주전포수로 성장해가고 있다. 올해는 팀 방어율 1위를 이끄는 안방마님으로 자리매김해 팀을 승리로 이끌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NC 안방마님 김태군

특유의 친화력…테임즈와 분위기 메이커
투수와도 호흡 척척…팀방어율 1위 견인
“내가 공부하고 버텨야 팀이 이길 수 있어
이젠 내 야구인생 바꿔준 NC에 보답할 것”


한때는 야구보다 ‘밥 많이 먹는 선수’로 더 유명했다. 외가가 쌀집이어서 어릴 때부터 쌀밥을 밥그릇이 아닌 국그릇에 먹다보니 자연스레 위가 커진 덕분이다. LG 시절엔 팀 내 최고 대식가로 꼽혔다. ‘포수 치고는 체격이 작다’는 주변 평가에 그렇잖아도 많이 먹던 밥을 더 많이 먹었다. 그런데 이젠 ‘밥’보다는 ‘야구’로 더 유명해지고 있다. NC로 이적한 뒤 주전 포수가 됐고, 팀방어율 1위를 이끄는 안방마님으로 자리 잡았다. 과거 쉬어가는 타순으로 인식되던 그의 ‘물방망이’도 상대가 신경을 쓸 만큼 야무지게 변했다. 올스타 팬투표 웨스턴리그(서군) 포수 부문 1위를 달리는 NC 안방마님 김태군(25) 얘기다.


● 팀방어율 1위를 이끄는 포수


올 시즌 NC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위로 선두 삼성을 근거리에서 추격하고 있다. 알을 깨고 1군에 진입한 지 2년. 아기공룡은 어느덧 초원의 강자로 성장했다. 그 힘의 원천은 역시 마운드다. 15일까지 팀방어율 4.06으로 9개 구단 중 가장 좋다. ‘마운드 왕국’으로 평가받던 삼성(4.13)보다 우위에 있다. 뛰어난 투수들이 포진한 덕분이겠지만, 그 이면에는 김태군의 힘을 빼놓을 수 없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구종만큼이나 다른 외국인투수들을 잘 다루고 있다.

김태군은 “에릭은 경기 전에 예민한 편이다. 찰리와 웨버의 성격은 털털하다”고 소개하면서 “에릭은 구위가 위력적이라 공격적으로 붙으려고 한다. 찰리와 웨버는 구종이 많아 이들을 리드할 때는 로케이션에 신경 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외국인투수들은 처음엔 자신들이 미국에서 하던 대로 던지려고 했지만, 지금은 그들이 나를 믿고 잘 따라와 준다”고 고마워했다. 배터리의 절묘한 하모니 속에 NC 마운드는 더욱 굳건해지고 있다.


● 테임즈와 ‘수염 세리머니’는 덕아웃의 에너지

에릭 테임즈와는 단짝이 됐다. 원정에서 돌아와 밤늦게 귀가할 때면 김태군은 자신의 차에 테임즈를 태워 집까지 바래다줄 정도다. 테임즈가 홈런을 칠 때마다 펼치는 유쾌한 ‘수염 세리머니’는 NC 돌풍을 상징하는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그가 테임즈의 수염을 잡아당기면 팀은 100% 이긴다. 테임즈가 홈런(19개)을 친 15경기에서 NC는 전승을 거뒀다.

김태군은 “보스턴이 2012년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꼴찌를 했는데, 지난해 선수들이 수염을 기르면서 팀이 하나가 돼 월드시리즈 우승을 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우리 둘이 스프링캠프에서 수염 세리머니를 해보자고 약속했다. 수염 세리머니가 나올 때마다 팀이 이기는 공식이 있으니까 더 기분 좋다”며 웃었다.


● 공수에서 기량 발전, 올스타 포수 눈앞


이제 누구도 NC 안방을 ‘구멍’으로 보지 않는다. 김경문 감독도 기자들의 이런 평가에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그러나 김태군이 옆을 지나가면 김 감독은 근엄하게 “김태군 아직 멀었다. 더 좋아져야한다”며 채찍질을 가한다. 최고의 포수가 돼 달라는 주문이다.

김태군은 “난 감독님을 만나고 모든 게 달라졌다. 예전엔 부모님께서 내가 언제 2군 갈지 몰라 노심초사했는데, 이젠 야구장에서 매일 볼 수 있어서 좋다고 하신다. 감독님 덕분에 내가 효자가 됐다. ‘그 자리에 머물러 있으면 프로가 아니다’는 감독님의 말씀을 항상 가슴에 새기고 있다”며 더 노력하는 포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강인권 배터리코치는 “감독님도 그렇지만 나도 벤치에서 절대 김태군에게 사인을 안 낸다. 혼자 부딪쳐보고 깨져봐야 성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전포수로 계속 출전하다보니 투수와 타자를 읽어가고 있다. 많이 늘었다. 이제 통산 400경기 정도 포수를 봤는데, 500경기 정도 출장하면 더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충분한 자질이 있다”며 믿음을 보였다.

NC는 팀타율 0.300으로 2위다. 김태군의 방망이도 업그레이드돼 상대팀은 더 힘들다. 올 시즌 그의 타율은 0.268. 더 이상 2할 언저리의 ‘멘도사 라인’ 타자가 아니다. 올스타 팬투표 웨스턴리그 포수 부문 단독 1위를 달린다. 팬들에게도 존재감을 인정받고 있다.


● 내 인생을 바꾼 NC, 이젠 내가 NC에 보답할 차례

김태군의 성격은 밝고 긍정적이다. 게임에 임하는 자세도 마찬가지다. 그는 “포수로 앉는 순간 난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밖에 하지 않는다. 내가 부정적이면 게임을 해보지도 못하고 밀리게 된다. 내가 버텨야한다. 버티기 위해 경기 전에 상대에 대해 연구도 하고, 공부도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알고 보면 속도 깊고, 책임감도 강하다. 1남1녀 중 장남인 그는 “NC에서 주전 포수가 되고, 연봉이 올랐다. 그 돈으로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하는 여동생을 중국으로 유학 보낼 수 있었다”면서 “NC가 내 야구인생을 바꿔준 만큼 이젠 NC를 위해 나의 모든 것을 바칠 각오가 돼 있다”며 하얀 이를 드러내고는 해맑은 웃음을 지었다.

마산|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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