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배려하고 영광을 돌리는 것이 매너라고 한다면 2014년 MBC 드라마는 상반기에 나무랄 데 없는 완벽한 매너를 보여줬다.
MBC는 지난해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기황후' 덕에 2014년을 기분좋게 시작할 수 있었다. 길었던 회차 탓에 올해 초 '총리와 나', '따뜻한 말 한마디'의 파상공세를 이기고 동시간대 1위를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이에 MBC는 '기황후'의 하지원에게 지난해 말 연기대상을 안겨줬다. '앞으로도 열심히 해달라'는 격려 차원에서 전해진 이 대상의 주인공은 4월까지 자신에게 부여된 책임을 온전히 해냈다.
그러나 '기황후' 이후 MBC 월화 드라마는 그 기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아직 본격적인 전개가 열리지 않았지만 '트라이앵글'은 '빅맨', '닥터 이방인'을 이겨내지 못하고 최근에 이르러서야 7%대 시청률에 진입했다.
월화 드라마에 하지원이 있었다면, 수목 드라마에는 이연희가 있었다. MBC 수목 드라마 '미스코리아'는 1997년 IMF 외환위기로 인해 겨울에 열려야 했던 미스코리아 대회에 도전한 오지영(이연희)과 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역경을 이겨내고 버티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그려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본 것은 이연희였다. 그는 그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연기력 논란을 이 작품을 통해 말끔히 씻어냈다. 이연희는 망가짐을 두려워 하지 않았고, 적재적소에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눈물을 흘릴 줄 알게 됐다. 얼굴만 예쁜 줄 알았던 여배우가 보여준 인간승리의 드라마였다.
최근에는 ‘왔다! 장보리’의 오연서가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끌며 MBC 드라마 여주인공들의 인기 행진을 잇고 있다.
하지만 MBC 드라마의 혜택은 여배우들만 마음껏 누렸다. 호평을 받은 '미스코리아' 역시 시청률면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후속작인 '앙큼한 돌싱녀', '개과천선'도 호평에 반비례하는 성적표를 받았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나름 착한 드라마를 만들어 내려한 MBC의 노력은 가상하다. '오로라 공주'로 대표되는 막장 드라마를 쏟아내 논란을 자초했던 것에 비하면 미니 시리즈는 충분히 착했고 시청자들의 감동을 불러일으키는데도 성공했다.
물론 '호텔킹'의 PD 교체 논란과 '개과천선'의 종영 문제, 그리고 끝내 이루지 못한 이영애가 출연하는 '대장금2'의 꿈은 현재 진행형이지만 이들은 이미 자신의 문제를 파악하고 하반기 주도권을 잡고자 준비 중이다.
MBC의 매너(?)는 이미 볼만큼 봤다. 하반기에 이르러 승기를 잡으려면 더욱 공격적인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다시 '오로라 공주' 같은 기형아를 낳으라는 것이 아니다. 착하면서 재미있을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이를 위한 MBC의 노하우를 믿어 본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