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을 설계할 감독이 필요하다

입력 2014-06-30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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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홍명보(오른쪽). 동아일보DB

■ 위기의 한국축구, 변해야 산다

1. 사령탑의 연속성

2. 4년 마스터플랜 수립하라
3. 스타를 키우고 살려라
4. 한국형축구 전문가를 찾아라
5. K리그가 희망이다

아시아예선은 조광래·최강희…본선은 홍명보
1년의 시간엔 국내외선수 폭넓은 점검 역부족
2010년 1인 감독 허정무호 사상 첫 원정 16강
4년 뒤 월드컵 대비한 축구협회 장기플랜 중요

한국축구는 2014브라질월드컵에서 조별리그(H조) 탈락의 고배를 들었다. 1998프랑스월드컵 이후 16년 만에 다시 ‘본선 무대 무승’의 아쉬움을 곱씹었다. 반드시 이겨야 할 상대들을 맞아서도 제대로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1무2패에 그치고 말았다. 스포츠동아는 위기에 처한 한국축구의 현실을 점검하는 한편 향후 과제들을 짚어본다.<편집자 주>

대표팀 사령탑에 연속성이 없는 한국축구다. 4년 뒤를 내다보는 준비와 기다림이 없었다. ‘월드컵 아시아 예선 따로, 본선 따로’의 행태가 재현되다 보니 선수단 구성과 전략 선택 등에서 일관성이 사라졌고, 여러 시행착오도 불가피했다. 당연히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라이벌 일본만 해도 월드컵 본선 주기에 맞춰 최소 4년간의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대표팀이 중단 없이 전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다.

2014브라질월드컵을 치른 홍명보 감독은 지난해 7월 동아시안컵을 통해 데뷔했다. 그리고 1년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월드컵 본선에 도전했다.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책임졌던 이는 최강희 감독(전북)이었고, 아시아 3차 예선은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 때 지휘봉을 잡은 조광래 감독이 맡았다.

특수 상황이었던 2002한일월드컵을 제외하더라도 2006독일월드컵, 2010남아공월드컵, 이번 브라질월드컵을 되돌아보면 ‘예선 따로, 본선 따로’의 폐해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남아공월드컵만 허정무 감독이 끝까지 맡았을 뿐, 독일월드컵과 브라질월드컵에선 사령탑이 ‘예선용’과 ‘본선용’으로 나뉘어졌다.

독일대회 본선 때는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나섰지만, 아시아 예선 때는 조 본프레레 감독이 지휘했다. 아시아 예선 막바지 드러난 불안한 행보에 여론이 들끓었고, 대한축구협회는 경질의 칼을 휘둘렀다. 승부수였지만,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2010년에는 전혀 달랐다. 위기가 반복된 가운데 ‘허정무호’는 예선부터 본선까지 도전을 거듭했다. 결과도 좋았다.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의 위업을 달성했다.

‘홍명보호’는 출발부터 불안했다. 핵심 선수들의 연이은 은퇴에 미처 대비할 틈도 없이 사령탑이 새로 취임했기 때문이다. 대개 대표팀 감독은 월드컵 지역예선을 거치면서 인력 풀을 확보하고, 조정해나간다. 그러나 홍 감독은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시간이 짧았다. 국내외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을 좀더 폭넓고 꾸준하게 점검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한정된 A매치 기회에서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에 알던 선수들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16년 만의 월드컵 본선 무승의 아쉬움 때문에 홍 감독을 향한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그러나 일각의 주장처럼 당장 홍 감독을 경질한다고 해서 뚜렷한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위기일수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적잖은 목소리들의 근거다.

월드컵 직후면 계약만료 또는 경질의 형태로 물러나는 사령탑들이 제법 많이 생긴다. 반면 일부 국가들은 아예 월드컵을 앞두고 일찌감치 장기계약을 맺어 각종 루머를 사전에 차단한다. 과연 어느 쪽이 현명할까.

홍 감독의 계약기간은 내년 1월 호주 아시안컵까지다. 4년 뒤 러시아에서 똑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선, 사령탑 선임에서부터 장기적 안목의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 월드컵 관련기사 2·3·4면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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