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범슨의 퍼거슨 따라잡기] 칠레 ‘120분 압박’…브라질도 진땀 뺐다

입력 2014-06-30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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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칠레, 강한 체력 바탕으로 풀타임 압박
덤비지 않는 수비로 상대 개인기 봉쇄
세계 최강 브라질도 전술 변화 불가피

체력·전술만으로도 명승부 연출 교훈

브라질과 칠레의 2014브라질월드컵 16강전은 한국축구가 갖춰야 할 승리의 조건들을 제대로 보여준 경기였다. 개최국 브라질은 29일(한국시간) 벨루오리존치의 에스타디오 미네이랑에서 벌어진 칠레와의 경기에서 연장까지 120분을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2로 간신히 이겨 8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상대에 따른 전술 변화, 상황에 따른 대처 능력, 체력적 준비 등 우리로선 배울 점이 많은 경기였다.


● 체력과 전술의 중요성 보여준 칠레

칠레는 브라질을 상대로 끊임없이 강한 압박을 가했다. 브라질 선수가 볼을 잡으면 주변에 3∼4명의 칠레 선수들이 나타났다. 칠레 선수들의 움직임은 놀라웠다. 그들의 압박은 120분 내내 지속됐다. 칠레가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체력적으로 완벽한 준비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덤비지 않는 수비’였다. 개인기가 출중한 브라질 선수들이 볼을 완벽하게 컨트롤하면 칠레 수비수들은 빼앗으려 하지 않고 기다렸다. 그러나 컨트롤이 되지 않은 상황에선 강하게 부딪혔다. 이 때문에 브라질의 현란한 개인기가 통하지 않았다. 후반 중반 이후 브라질의 체력이 떨어지면서, 칠레는 경기의 주도권을 잡았다. 기술적 향상은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지만, 체력적 준비와 전술적 대응은 짧은 기간에도 가능하다는 점을 칠레가 입증했다.


● 세계적 강호도 맞춤형 전술 선택

브라질은 칠레와의 16강전에서 특유의 스타일을 포기했다. 칠레가 전진 압박을 강하게 구사한 까닭에 브라질은 짧은 패스 위주의 플레이를 펼치기 힘들었다. 브라질은 긴 패스를 통해 상대 수비의 배후공간을 적극적으로 파고들었다. 또 신장이 작은 칠레 수비수들을 괴롭히기 위해 세트피스의 정확도를 높였다. 전반 18분 다비드 루이스(첼시)의 골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나왔다. 브라질의 노림수는 어느 정도 적중했다. 브라질이라는 세계적 팀도 상대 전술에 따른 변화를 통해 경기를 풀어나갔다.

그에 반해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상대 전술에 따른 대처에서 문제점을 노출했다. 전술적 부분에서 2안, 3안 등 다양한 카드를 준비해야만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브라질-칠레전은 이 같은 교훈을 일깨워준 한판이었다.


김학범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정리|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gtyong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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