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국내 유일 복합리조트 강원랜드, 골든타임 놓치나?

입력 2014-07-04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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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 워터월드 조감도

5개월째 대표이사 공석·노사간 갈등 고조
1671억짜리 숙원사업 ‘워터월드’ 착공 지연


국내에 카지노가 도입된 이후 40여년간 평온하던 곳에 변화의 격랑이 일고 있다. 남들은 모두 이때를 놓치면 안 된다고 바삐 움직인다. 하지만 정작 대표기업을 자부하는 곳은 집안문제로 손놓고 지켜보고 있다.

관광산업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복합리조트(Integrated Resort)는 여행·레저업계는 물론이고 지자체들도 경쟁적으로 관심을 갖는 분야다. 해외 기업들이 잇따라 한국진출을 추진 중이고, 파라다이스그룹과 그랜드코리아레저(GKL) 같은 국내 기업도 해외자본에 밀리지 않으려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유정복 신임 인천시장은 복합리조트 붐의 무대인 영종도에 “카지노를 2∼3개 추가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국내 유일의 본격 복합리조트 강원랜드는 기업 미래를 좌우할 중요 정책을 마련해야할 지금, 엉거주춤한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직 착공일정도 잡지 못한 ‘워터월드’가 대표적이다. 1671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워터월드는 ‘숙원사업’이란 표현이 딱 맞는 프로젝트다. 당초 감독부처에서 사업성이 없다고 브레이크를 걸었던 것을 지역주민들이 단체행동까지 벌여 관철시켰다. 2016년 7월 완공 목표로 시공사와 계약을 끝냈고, 6월말에서 7월초 착공하겠다고 공언한지 한참이다. 그리고 3일 현재까지 감감무소식이다. 강원랜드측은 “내부협의 중이어서 곧 확정된다”고 밝힐 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경영을 책임질 최고 책임자, CEO 자리가 비어있기 때문이다. 전임 최흥집 사장이 도지사 출마를 위해 물러난 것이 2월, 대신 경영을 맡던 부사장이 사임한 게 4월이다. 이후 경영지원본부장이 사장직무대행을 맡아 지금까지 오고 있다. 한시적인 임기와 권한을 가진 직무대행에게 기업의 미래가 걸린 사항을 결정하고 추진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더구나 현 사장직무대행은 인사문제 등 정책마다 노조와 갈등을 겪고 있다. 정부가 공기업 방만경영을 해소하겠다고 추진하는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도 노사합의를 못 이뤄 제출하지 못했다. 노조는 사측에 반발해 11일부터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할 계획이다.

뒤늦게 정부가 부사장과 사장 선임을 서두르겠다고 하지만 새 사장이 오기까지는 빨라야 8월말이나 9월이다. 연매출 1조3000억원, 영업이익 3880억원인 우량기업 대표가 7개월이나 공석인 것이 강원랜드의 현실이다.

가슴 아픈 세월호 사건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에는 ‘골든타임’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강원랜드에는 지금이 바로 골든타임이다. 하루하루 소중한 시간인데, 계속 흘러만 가고 있다.

김재범 전문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kobau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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