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은 지난해 9월 동료 연기자 이보영과 결혼한 뒤 “여유가 생겼다”고 했다. “아내와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싶다”고 말하는 그이지만 주연영화 ‘좋은 친구들’에서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를 풀어냈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seven7sola
“여배우 없는 촬영장 쓸쓸?
남자 셋 찰떡궁합 고교시절 같았죠
아내 이보영을 만나 얻은 여유
가장 큰 바람은 ‘평범한 가정생활’
연기는 그 속에서 만나는 소중함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가고싶어요”
연기자 지성(37)은 아침마다 15km 거리를 뛴다. 매일 90분이 걸린다. 벌써 8년이 된 습관이다. 웬만해선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
“심장이 두근두근 뛰는 기분이 좋다. 생활을 윤택하고 싱그럽게 해주는 것 같다. 그래서 뛴다. 연기자로서 자신감이 좀 떨어졌을 때, 그걸 극복하려고 시작한 게 뛰는 것이었고 이젠 습관이 됐다.”
자기관리가 철저한 지성은 1999년 드라마 ‘카이스트’로 데뷔하고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잡음 한 번 없이 연기 활동을 이어왔다. 7년 동안 교제한 동료 이보영과는 지난해 9월 결혼했다.
요즘 남편이자 가장으로 느끼는 여러 책임 속에 살아가는 지성은 10일 개봉하는 영화 ‘좋은 친구들’을 만나 연기자로서 또 다른 기분을 만끽하며 지내고 있다. 영화 주연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지성은 주변으로부터 여러 시선과 관심을 받는다. 개봉에 앞서 열린 시사회를 거치며 영화를 향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 덕분이다.
“이제 나이가 있잖나.(웃음) 내가 출연하는 작품들은 40대나 50대를 앞두고 내딛는 걸음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내 모습을 스크린에 담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이번 영화가 그렇다. 내 얼굴의 주름살마저도 자연스럽게 보여줬다는 것에 만족한다.”
‘좋은 친구들’은 10대 시절부터 더없는 우정으로 지내온 세 남자의 이야기다.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일상을 보내던 이들에게 뜻하지 않은 사건이 일어나고, 서로 말 못할 비밀이 생긴 친구 사이에는 미세한 균열과 긴장이 퍼진다. 지성은 허풍 많은 친구 주지훈, 순박하고 순진한 친구 이광수의 곁을 든든하게 지키는 주인공 현태를 맡았다.
실제 지성에게도 ‘좋은 친구들’이 있다. 그는 “결혼을 계기로 오랜 친구들과 나눈 우정의 깊이를 새삼 느꼈다”고 했다. 전남 여수에서 자란 지성에겐 요즘도 가까이 지내는 고향 친구 두 명이 있다.
“결혼식 때 고향 친구 둘이 편지를 낭독했다. 우리가 보낸 지난 시간이 새삼스럽게 생각나서 순간 울컥했다. 친구란 든든하고 편한 존재인 것 같다.”
지성은 ‘좋은 친구들’에서 함께한 주지훈, 이광수와도 격 없이 지낸다. 여배우 없이 세 남자배우가 뭉쳐 지낸 촬영장에서 이들은 고향 친구 못지않게 허물없이 어울렸다. 맏형인 지성은 “셋이 고등학교 같은 반이 된 느낌이었다”며 “궁합이 잘 맞았다”고 했다. “서로 너무 달라 더 이해하려” 했고, “성격은 다르지만 성향이 비슷해 더 친해졌다”고도 했다.
‘좋은 친구들’에 온통 신경을 쏟는 듯 보여도 요즘 지성의 최대 관심사는 “가정생활”이다. 꼭 결혼이 계기가 된 건 아니지만 언제부터인가 그는 “내 일상은 평범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지내왔다. 그러면서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좋은 영화나 드라마를 만나는 일이 연기자에게는 중요하지만 나는 연기가 내 평범한 일상 속에서 만나는 소중함 같은 것이었으면 좋겠다. 서두르거나 연연해하지 않고, 매일 아침 달리기를 하듯 그런 마음으로 살고 싶다.”
‘여유가 있는 것 같다’고 묻자, 지성은 “내 여유는 와이프에게서 나온다”며 웃었다.
“가사를 도와주는 분도 없다. 둘이 알아서 한다. 하지 않는 습관이 들면 누군가에게 계속 의존하며 살아야 하지 않나. 우린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려고 한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