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명량’ 김한민 감독 “’이순신 신드롬’ 일으키고 싶다”

입력 2014-07-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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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민 감독은 “이순신 장군의 참모습은 바다 위에 있을 때라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해전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

‘성웅’ 이순신의 강한 울림이 스크린을 통해 전달된다. ‘명량대첩’을 배경으로 한 영화 ‘명량’이 개봉(30일)을 눈앞에 두고 있다. ‘명량대첩’은 정유재란(1597년) 당시 군선 12척으로 330척에 달하는 왜선을 격파한 한국사에 길이 남을 전투다.

연출과 각본을 맡은 김한민 감독은 “’이순신 신드롬’을 일으키고 싶은 마음에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갈수록 분열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인간관계마저 단절된 느낌이다. 힘든 일을 겪으면서 사회분위기도 침체된 것 같다. 이런 아픔이 ‘이순신’이라는 인물을 통해 치유됐으면 했다. 영화를 통해 긍정과 희망의 기운을 전하고 싶었다.”

‘명량’은 약 2년의 작업 끝에 탄생했다. 컴퓨터그래픽(CG) 작업에만 1년이 걸렸다. 컴퓨터그래픽이 조잡하면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없는 작품이다. ‘명량’의 성패도 컴퓨터그래픽을 앞세운 61분의 ‘해상전투’가 좌우할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실감나는 전투장면과 150인조 오케스트라의 음악은 웅장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1년 동안 후반작업을 했는데도 시간이 부족했다. 욕심만 많아지고, 끝이 없더라. 그래도 100% 우리기술로 완성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명량’의 컴퓨터그래픽 기술이 한국영화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그래픽 못지 않게 중요한 건 철저한 고증(考證)이다. 허술한 사극은 관객들에게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김 감독은 “‘고증’과 ‘개연성’의 조화에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명량대첩을 목격한 사람이 없기 때문에 완벽한 고증은 힘들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당시의 상황을 기록한 난중일기가 있고, 417년이 지났음에도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울돌목이 있다. 이를 골격으로 고증작업을 진행했다. 더 큰 고민은 고증에 개연성을 더하는 일이었다. 그 중심은 감독으로서 전하고자 했던 ‘두려움을 극복하자’는 메시지였다. ‘이순신 장군이 두려움을 극복해 병사들에게 용기를 주고, 그 용기가 승전의 원동력이 됐다’는 큰 테마를 바탕으로 작은 작업들이 이뤄졌다.”

‘명량’은 제작에만 150억 원이 투입된 대작이다. 흥행에 대한 부담은 없을까. 전작 ‘최종병기 활’(747만)은 넘겨야 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부담 없이 영화를 만들었다. 오히려 개봉이 다가오면서 없던 부담이 조금 생긴 것 같다”고 대답했다.

“영화를 준비하면서 세운 ‘플랜’이 있다. 이순신 장군의 ‘3대 대첩(명량 한산 노량)’을 차례로 만드는 것이다. 그 첫 과정이 ‘명량’이다. 장기적인 계획에 맞춰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에 부담 없이 작업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한산’과 ‘노량’을 진행하겠다는 각오다. 김 감독은 “’명량’만으로도 너무 힘든 작업이었다”며 “지금은 무조건 쉬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한민 감독은 “이순신 장군의 참모습은 바다 위에 있을 때라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해전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김 감독은 영화만큼 야구를 좋아한다. 쉴 때면 야구를 즐긴다. 영화인들로 구성된 야구팀을 만들었고, 사회인리그도 직접 운영하고 있다. ‘명량’의 제작 과정에도 야구에서만 볼 수 있는 두 가지 ‘키워드’가 있다. ‘팀 결속력’과 ‘유망주 발굴’이다. ‘명량’에는 최민식 류승룡 조진웅 이정현 등 톱스타들이 총출동한다. 대작이다 보니 스태프의 규모도 엄청나다. 일명 ‘팀 케미스트리(Team Chemistry)’라고 불리는 결속력이 깨지면 ‘모래알팀’이 될 수 있다.

“쉽지 않았지만 ‘명량’이기에 하나의 팀이 될 수 있었다. 배우부터 스태프까지 ‘인화단결’한 작업이었다. ‘이순신이라는 인물에 누가 되지 않겠다’는 미션을 개개인이 갖고 있었고, 그런 생각들이 좋은 방향으로 모인 것 같다.”

‘유망주 발굴’에는 더 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주요 인물 옆에 있는 참신한 친구들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없지만 영화를 통해 여러 친구가 새로운 유망주로 떠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감독의 마지막 한마디는 ‘한국영화의 중흥’이었다. ‘군도’ ‘명량’ ‘해적’ ‘해무’의 경쟁이 승자를 가리는 것이 아닌 ‘관객 동원’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

“한국영화의 중흥을 이끌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많은 제작비가 들어간 네 작품이 모두 성공을 거둔다면 한국영화 전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동아닷컴 임동훈 기자 arod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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