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인사이드] 방울뱀의 저주…애리조나 떠나면 펄펄, 들어오면 빌빌

입력 2014-07-3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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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카티·케네디·스캑스 이적 후 꾸준한 호투
굴러온 돌 케이힐·델가도·리드 최악의 피칭

데릭 지터가 이끄는 뉴욕 양키스가 보물을 얻었다.

양키스는 선발 로테이션이 붕괴된 상태다. 에이스 C.C. 사바시아와 우완투수 이안 노바가 60일자 부상자 명단(DL)에 오른 가운데 ‘일본특급’ 다나카 마사히로마저 팔꿈치 이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비상이 걸렸다.

올 시즌 내내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돌풍에 밀려 아메리칸리그(AL) 3위권에 머물러 플레이오프(PO) 진출 전망이 불투명해진 양키스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난 7월9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로부터 우완투수 브랜든 맥카티를 영입했다.

애리조나에서 거둔 맥카티의 성적은 3승10패 방어율 5.01에 불과했기에 팬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그러나 양키스 줄무늬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후 맥카티는 전혀 다른 투수로 변신했다. 3경기에 선발로 나서 18.2이닝을 던져 6실점(3자책점)으로 방어율 1.45를 기록하며 2승을 따낸 것이다. 맥카티는 “컷 패스트볼의 비중을 크게 늘린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애리조나 시절에는 팔꿈치 부상 우려 때문에 컷 패스트볼 대신 싱커를 던지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말했다.

맥카티 외에도 애리조나를 떠나 다른 팀으로 옮긴 후 더 좋은 성적을 내는 투수로는 이안 케네디(샌디에이고), 타일러 스캑스(LA 에인절스), 트레버 바우어(클리블랜드) 등을 꼽을 수 있다.

반면 애리조나 유니폼을 입은 뒤 뒷걸음질 치고 있는 선수로는 트레버 케이힐, 랜달 델가도, 애디슨 리드 등이 대표적이다. 오클랜드에서 2009년부터 3년 동안 40승을 따냈던 케이힐은 올 시즌 1승7패 방어율 5.72로 최악의 성적을 내고 있다. 올 시즌부터 불펜으로 밀려난 델가도는 1승2패 방어율 4.71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시즌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40세이브를 따냈던 리드는 불론세이브를 5개 기록하며 1승5패 방어율 3.80에 그치고 있다.

애리조나의 팀 방어율은 4.23으로 콜로라도 로키스(방어율 4.98)에 이어 내셔널리그(NL) 꼴찌에서 두 번째다. 메이저리그 전체로는 26위에 해당된다. 같은 NL 서부지구에 속해 있는 샌디에이고(방어율 3.20)가 4위, LA 다저스(방어율 3.35)가 6위, 샌프란시스코(방어율 3.38)가 7위에 올라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올 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LA 다저스, 샌프란시스코에 버금가는 전력을 구축했다는 평가와는 달리 투수진이 붕괴된 애리조나는 콜로라도와 지구 꼴찌 다툼을 벌이고 있어 일찌감치 PO 진출을 포기한 상태다.

애리조나에서 최근 5년 동안 토미 존 수술을 받은 투수는 무려 8명이나 된다. 심지어 2005년부터 지난시즌까지 8년간 평균 211이닝을 던진 ‘고무팔 투수’ 브론슨 아로요마저 지난 6월17일 수술대에 올라 일찌감치 시즌을 마쳤다. 이쯤이면 ‘방울뱀의 저주’라 해도 지나침이 없을 듯 하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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