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와 부상…2가지 ‘유령’과 싸워야하는 야구대표팀

입력 2014-07-3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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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찬-이태양(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쟤 국가대표 맞아?”…AG 승선한 선수들 부담
2000년 송지만 부상·2010년 김광현 신체이상
류중일호, 선수들 컨디션 체크·부상 경계 해야

야구용어에 유령태그(Phantom Tag)라는 표현이 있다. 2루에서 병살시도가 있을 때 1루주자가 2루를 밟기 전에 공을 잡은 수비수가 2루를 밟는 흉내만 내도 명백한 아웃타이밍일 경우 심판이 아웃을 선언한다. 수비수가 2루를 밟지 않았지만 밟은 것으로 인정한다. 이것이 유령태그다. 2루에서의 충돌로 선수들이 부상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네이버후드 플레이(Neighborhood Play)의 탄생이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에 뽑힌 24명의 선수들은 이제부터 2개의 유령과 싸워야 한다. 하나는 비교라는 유령이고 하나는 부상이다. 정신과 몸 모두 완벽하지 못하면 대표팀 유니폼은 아직 내 것이 아니다.


● “그것 봐, 걔보다는 얘가 낫다니까”…의미 없는 비교에 선수들은 피곤하다

28일 대표팀 명단을 둘러싸고 말이 많다. 여기저기서 대표팀에 뽑힌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를 비교했다. 29일 넥센전에 선발등판해 2.2이닝동안 7안타를 맞고 8실점했던 한화 이태양, LG전에서 7회 구원 등판해 장원삼의 승리를 날려버린 차우찬은 즉시 엔트리에 들지 않았던 경쟁 선수와 비교 됐다. 야수도 마찬가지다.

아직 많은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선수가 대표팀에 뽑히지 않은 것에 불만이 많다. 그들의 눈에는 다른 선수들이 어떤 활약을 해도 눈에 차지 않을 것이다. 충성스러운 팬이 갖는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의 발달이 문제를 키운다. 개인의 의견이 마치 다수의 생각이나 진실처럼 왜곡돼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술자리에서 서로 내가 잘났다고 떠드는 수준의 얘기가 오랜 수명을 가지고 온라인에 남아서 선수들에게 상처를 준다. 이 상처를 치료하는 일은 쉽지 않다. 치료 방법도 없다.

야구의 특성상 경기마다 매번 잘 할 수는 없다. 잘 할 수도 못할 수도 있지만 생각이 다른 사람들은 나쁜 결과를 더 오래 그리고 잘 기억한다. 대표팀 사령탑 류중일 감독과 24명의 대표선수들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하는 이유다.


● 송지만 김광현 과거 탈락 악몽…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대표팀 선수들은 지금부터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 선수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다. 역대 드림팀에서 그런 사례가 있었다. 송지만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대표선수에 뽑혔지만 본 경기를 앞두고 벌어진 연습경기에서 큰 부상을 당했다. 결국 추석 때 혼자 쓸쓸히 객지에서 귀국행 비행기를 탔다. 김광현도 2010년 광저우 행을 앞두고 신체이상으로 대표팀에서 탈락했다.

만일 정상적인 경기를 할 몸이 아니라고 판단하면 코칭스태프는 교체카드를 검토할 것이다. 지금 1군 엔트리에서 빠져 있는 손아섭이 빨리 팀에 복귀해야 하는 이유다. 선수들은 몸도 몸이지만 행동도 조심해야 한다. 최근 프로농구에서는 대표팀에 뽑혔지만 음주운전 사고를 당한 선수가 있었다. 프로배구에서는 더 극적인 스토리가 있다. 어느 선수는 도하아시안게임 대표팀 출전을 앞두고 마지막 훈련에서 부상을 당했다. 다른 선수로 교체됐다. 결국 이 선수는 상무에 입대했는데 거기서 승부조작에 가담해 선수생활마저 끝났다. 비극이었다.

그래서 요즘 대표팀 선수들이 경기 때 더욱 몸조심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는 심정이겠지만 야구는 본인이 조심한다고 해서 부상을 피하지는 못한다. 아직 아시안게임은 시작되지 않았고 매일 매일의 경기 도중에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 부상이라는 유령은 누구에게도 찾아올 수 있다.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여담으로 메이저리그에는 이런 우스개가 있다. 미국에서 신문의 부고란을 가장 열심히 보는 직업은 무엇일까? ①꽃가게 주인 ②장의사 ③목사 ④심판. 정답은 ④심판이다. 마이너리그 심판은 메이저리그 심판에 결원이 생겨야 올라갈 수 있기에 누구보다 열심히 매일 부고란을 읽는다고 한다. 대표선수의 부상은 누구에게는 희망이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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