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군도’ 하정우 “직접 연출 해보니 윤종빈 감독에게 미안해져”

입력 2014-08-04 01: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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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맘마미아(Mamma Mia·어머나)….”

배우 겸 감독 하정우(36)가 작년을 돌이키며 남긴 한마디다. 작년 초 ‘베를린’을 홍보하면서 ‘더 테러라이브’를 찍었고 연이어 전국을 돌아다니며 ‘군도 : 민란의 시대’(이하 ‘군도’)를 7개월간 촬영했다. 모든 촬영을 마친 11월 1일, 그는 바로 앓아누웠다.

“‘군도’ 촬영이 그렇게 힘들 줄 몰랐어요. 촬영이 끝나자마자 감기몸살과 여러 가지가 한꺼번에 겹쳐서 그냥 뻗었어요. 정말 ‘맘마미아’였죠.”

영화를 보니, 하정우가 앓아누워도 될 것 같다. ‘군도’서 최하층 천민인 백정 출신의 ‘돌무치’서 의적떼인 군도로 합류해 에이스로 변해가는 ‘도치’ 역을 맡은 하정우는 순수함과 강렬함까지 연기했다. 모자란다 싶을 정도의 순진한 백정에서 호쾌하게 쌍칼을 휘두르는 군도의 신 거성으로 변신하며 그만의 강력한 매력으로 관객들을 빨아드렸다.

“‘어, 이거 재밌겠네’라고 생각이 들었죠. 이야기가 새로웠고 사극이지만 영화적인 판타지가 있더라고요. 코미디도 많고…. 오락영화로서 매우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조윤 을 강동원이 해준다면 금상첨화겠다 싶었죠. 처음엔 좀 걱정이 됐어요. 저는 윤 감독과 스태프, 그리고 배우들까지 전작에서 다 만났으니까 친하잖아요. 혹여 동원이가 낯설어하진 않을까 걱정이 됐는데, 완전 상남자던데?(웃음) 인간성 자체가 훌륭하고 서슴없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 단숨에 걱정을 덜어냈죠.”

하정우의 돌무치와 도치는 관객이 무엇을 원하든 그 이상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18살의 귀여운 매력부터 가족을 위한 복수를 위해 카리스마 넘치는 한 남자의 매력까지. 역시 대체불가 배우임을 증명했다.

“귀여운 것들을 많이 생각했어요. 외모가 충분히 강해보이니까 코믹을 가미하려고 뭔가 모자란 사람처럼 연기했어요. 하지만 도치가 성장하는 모습도 표현해야 했죠. 마지막 조윤(강동원)의 상투를 자르지 않은 것이 그런 의미기도 해요. 도치가 재미삼아 했던 일이 더 이상 재미가 아니게 된 거죠. 그만큼 도치가 성숙해진 것 같아요.”

‘용서받지 못한 자’부터 ‘범죄와의 전쟁’까지 꼬박 4작품을 윤종빈 감독과 함께한 하정우는 ‘군도’를 조금은 다른 마음가짐으로 대했다. 그는 지난해 ‘롤러코스터’을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다. 올해는 ‘허삼관매혈기’의 메가폰을 잡고 있다. 연기를 하는 배우에서 모든 것을 총괄하는 연출자가 되니 마음가짐도 다를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 열심히 하지만 가끔은 의견도 틀어지고 할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마다 묵묵히 도와줘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기도 했어요. 제가 봐도 ‘참 못됐었네’라고 생각이 들 만큼. 두 작품을 찍으면서 영화는 한 사람이 만드는 게 아니라는 걸 다시금 피부로 느끼게 된 것 같아요. 참 어려워요. 연출을 해보니 영화가 더 어렵고 이 세상의 모든 감독님이 존경스러워졌어요. 저도 잘 해봐야죠.”

최근 순천에서 영화 촬영을 하며 탁구와 편백나무에 푹 빠졌다는 하정우는 “탁구 방송을 보고 편백나무 숲에서 요가도 하며 배우들과 한국 영화의 오늘과 내일에 대해 논하기도 한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연출을 하면서 개인적인 시간을 잃은 것 같아요. 촬영이 끝나더라도 집에 못 간다는 거? 내가 출연하는 분량이 없어도 촬영장에 나가야 한다는 거? (웃음) 다른 일이 많아지더라고요. ‘허삼관매혈기’가 끝나면 바로 새로운 영화 ‘암살’에 들어가요. 더 집중력이 필요한 시기예요. 김용환(감독) 형이 족욕을 권하더군요. 정신이 맑아진다고…. 그래서 족욕기도 갖고 다녀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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