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복합리조트 산업의 미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입력 2014-08-08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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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는 1년에 6조원의 매출을 기록한다는데.” “마카오는 라스베이거스의 6배인 48조의 매출이랍니다.”

요즘 복합리조트를 말할 때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화려한 해외 성공담이다. 숙박, 쇼핑, 엔터테인먼트, 게이밍(카지노) 등이 한데 어우러진 복합리조트는 불과 2∼3년 전만 해도 업계 관계자들 외에는 일반인에게 무척 낯선 용어였다. 하지만 이제는 ‘미래 관광산업의 꽃’으로 불리며 수천, 수조원의 엄청난 숫자와 함께 언론에 등장하는 시사용어가 됐다. 지자체가 대규모 지역발전계획을 발표할 때도 단골로 등장하는 아이템이고, 거액의 해외투자 유치를 진행할 때도 복합리조트 추진을 들먹인다.

그런데 이렇게 서비스산업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복합리조트가 정작 어떻게 추진되어야 하고, 어떤 준비과정을 거쳐야할지 구체적인 부분으로 들어가면 이상할 정도로 이야기가 없다. 그저 ‘수천억원의 이익이 기대된다’, ‘수십만명의 관광객을 부를 것이다’, ‘수만명의 고용효과가 있을 것이다’라는 장밋빛 전망만 난무한다.

복합리조트 조성에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게이밍 시설, 즉 카지노다. 영종도를 뜨겁게 달군 해외자본의 투자계획이나, 이웃 일본을 비롯해 복합리조트단지를 추진하는 외국의 사례, 그리고 얼마 전 잠실에 10조원을 투자해 복합리조트를 만들겠다고 했던 미국 샌즈 그룹의 제안에서도 핵심은 카지노다.

하지만 카지노 역시 진지한 고민이나 토론 연구가 없다. ‘죄악산업’의 대표적인 업종이라며 무시하거나 거론 자체도 부정시하는 정서적인 반대만 있을 뿐, 미래의 카지노 운영 정책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냉정하게 검토해보는 노력이 보이질 않는다.

복합리조트 도입의 기준이 될 정책을 마련해야할 정부기관도, 앞으로 해외자본의 국내 진출로 새로운 경쟁상황을 맞게 될 카지노업계도 모두 조용하다. 일본에서는 총리까지 나서 정책을 추진하는데 우리는 “괜히 말을 꺼냈다가 여론의 도마에 오르면 손해”라는 보신주의만 있다.

이런 가운데 9월이면 영종도에 쏟아졌던 여러 복합리조트 추진 계획 중 첫 주자로 국제업무지구에 파라다이스 시티가 착공된다. 이제는 프로젝트로 발표된 기획이 아닌 실제로 벌어지는 상황이 된 것이다. 논쟁과 고민, 연구를 차일피일 미루며 버티다가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그제야 허겁지겁 속도전으로 처리하는 모습. 너무 자주 본 익숙한 행태이지만, 이제는 그만 보고 싶다.

김재범 전문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kobau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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