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발매소 현장을 가다] “창원 장외발매소 방과후 교실…아이들의 오아시스죠”

입력 2014-08-12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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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말 신나요.” 창원 장외발매소가 지역의 복지시설과 함께 운영하는 방과 후 문화교실에서 풍물을 배우는 학생들이 환한 표정으로 포즈를 취했다. “문화교실에 다니면서 자신감이 커졌고 미래에 대한 꿈을 갖게 됐다”고 아이들은 입을 모았다. 아래 사진은 문화교실의 미술 수업. 사진제공|한국마사회

2. 창원 장외발매소

2006년 에디슨아동센터 후원 계기로 시작
미술 등 문화교실 운영…7년간 3만명 참여
주민 대상 꽃꽂이 등 문화 프로그램도 인기


“소득 수준이 높은 창원은 사교육 열풍이 거세기로 유명한 도시죠. 하지만 저소득층의 아이들은 수업이 끝나면 갈 곳이 없어요. 더 이상 개천에서 용 나기가 힘든 시대, 장외발매소가 운영하는 방과후 교실은 가난한 아이들의 배움 갈증을 풀어주는 젖줄입니다(권송미 창원 에디슨아동센터 사무국장)”.

한국마사회 창원 장외발매소(렛츠런CCC)가 저소득 가정 초등학생들의 문화, 교육 욕구를 충족시켜주는데 앞장서 지역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복지시설과 손잡고 ‘방과후 교실’을 운영하는 것이다. 창원 지사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활동으로 떠오른 ‘따뜻한 과외’를 소개한다.


● 지역아동센터와 손잡고 방과후 문화교실 운영


지난 4일 오후에 찾은 경남 창원시 의창구의 아동복지이용시설인 에디슨아동센터. “둥둥둥!” 실내를 채우고 있는 신명나는 풍물 소리에 끌려 교실로 들어서니 사물놀이 수업이 한창이었다.

북편(장구의 왼편)과 채편(장구의 오른편)을 두드리는 소리가 잔잔하게 울리는가 싶더니 이내 폭풍 같은 굿거리장단으로 넘어갔다. 이어지는 10분간의 흐드러진 연주. 넘실거리던 가락이 잦아들고, 초등학생들이 차례로 양다리를 쭉 편 채 장구채를 내려놓았다. 아직 신명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듯 얼굴에는 홍조가 남아있었다.

“복지회관 연말 축제에서 공연을 하기 위해 연습을 하고 있어요.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많아 매일매일 이 시간이 기다려져요.”

2년 전부터 이곳에서 사물놀이를 배우고 있다는 박도현(11) 군이 활짝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

창원 장외발매소가 방과후 교실 운영에 참여하게 된 건 2006년 에디슨아동센터에 후원금을 전달한 것이 계기가 됐다. 재정이 열악해 문화교실을 운영하지 못한다는 센터측의 하소연에 강사료, 재료비 등 모든 비용 지원을 약속했다. 단순히 금전 지원을 넘어 프로그램 개설, 강사 선정 등 운영 전반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후 창원지사와 에디슨아동센터는 2007년부터 월∼수요일 방과후 문화교실을 개설했다. 현재 미술, 풍물, 합창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7년간 문화교실에 참여한 초등학생은 3만여 명에 이른다.

창원 에디슨지역아동센터 권송미 사무국장(사회복지사)은 “스스로 성공하기에는 너무나 힘든 환경에 놓인 아이들이 이곳에서 공부도 하고 미래도 설계하고 있다”며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은 대부분 타인과 관계를 맺고 협력하는 사회적 소통 역량이 부족하다. 방과후 교실에서 예술 활동을 통해 자존감을 발견하고 삶의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 최근 3년간 6만5000명 문화센터 프로그램 수강

창원 장외발매소의 방과후 교실이 8년째를 맞으면서 결실을 맺고 있다. 아픈 가정사를 딛고 올해 대학 무용과에 입학한 박민수(19·가명) 군이 대표적이다. 이혼 후 옷가게를 하는 어머니와 살게 된 박군은 초등시절 방치되다시피 했다. 어려운 형편에 학원은 꿈도 못 꾸었고 친구들과 놀이터, 노래방을 전전하는 것이 방과 후의 일상이었다. 그러다 중학교 1학년 때인 2008년, 우연한 기회에 장외발매소의 방과후 문화 프로그램인 국악과 미술 수업을 듣게 되며 미래에 대한 꿈을 꾸게 됐다. 박 군은 “그 수업을 듣기 전까지는 아무런 목표없이 살았다. 방과후 교실을 통해 내가 무얼 잘하고,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를 알게 됐다. 무용학과를 졸업한 후 세계적인 뮤지컬 배우가 되고싶다”고 자신의 꿈을 들려줬다.

미술, 사물놀이, 합창 수업의 성과도 있다. 2009년부터 미술 수업시간에 만든 작품을 모아 ‘창원의 세종문화회관’이라고 불리는 성산아트홀에서 매년 정기 전시회를 열고 있다. 작품 수준도 높아 전시 후엔 구매 문의가 잇따른다. 사물놀이와 합창은 2012년부터 마사회가 공연비용을 전액 지원해 작품발표회를 열고 있다.

이 밖에 창원 장외발매소의 문화 프로그램도 인근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경마가 열리지 않는 월∼목요일 지사 건물을 문화센터로 활용한다. 2011년부터 최근 3년 동안 노래, 탁구, 꽃꽂이 등 1500여회 강좌에 6만5000명이 찾았다. 모든 강좌는 마사회 지원으로 무료로 운영된다.

또 창원지사는 지역의 장애인 재활 치료사 양성을 위해 후원금을 전달하고, 여성 일자리 창출을 위해 관련단체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수강료를 지원했다. 지역사회를 위해 전방위로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창원 장외발매소 김재산 지사장은 “기피시설로 여겨졌던 장외발매소들이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주민친화적인 문화공간으로 환골탈태하고 있다. 결국 지사는 어떻게 기획하고, 어떻게 운영하는가에 달려있다. 지속적인 주민 소통과 협력을 통해 지역사회와 함께 발전해 갈 계획이다”고 전했다.

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aja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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