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욱 “선배가 아닌 간절함으로 뛴다”

입력 2014-08-15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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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브라질월드컵에서 인상적 활약을 펼친 김신욱이 와일드카드로 아시안게임대표팀에 발탁됐다. 김신욱은 “손흥민의 빈 자리를 위해서라도 열정을 다 쏟아내겠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AG 축구대표팀 와일드카드 선발

A매치서 29경기 3골…풍부한 경험
“난 후배들 기회 빼앗은 사람일 수도
동료 입장에서 팀 중추 역할에 최선”

“선배가 아닌, 간절함으로 뛰어야죠.”

2014인천아시안게임 남자축구대표팀에 뽑힌 김신욱(26·울산현대)의 다부진 각오다. 그는 1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최종엔트리(20명) 명단 발표에서 3명의 공격수 가운데 이름을 올렸다. 와일드카드(23세 이상)다.

사실 예견된 선발이었다. 김신욱의 아시안게임 출전은 기정사실처럼 비쳐졌다. 1986년 서울대회 이후 28년 만의 금메달을 노리는 아시안게임대표팀 이광종 감독도 “우승하기 위해선 수준급 스트라이커가 필요하다.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했고,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였던 김신욱은 아주 훌륭한 대안”이라며 선발 의사를 드러냈다.

김신욱은 “아시안게임 엔트리 발표가 이뤄지자마자, 과거 대회를 되돌려봤다”고 밝혔다. 한국축구에 뼈아픈 순간들이었다. 내로라하던 당대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들이 모여 최강팀을 구성했음에도 번번이 정상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멀게는 1994년 히로시마대회, 가깝게는 4년 전 광저우대회까지 모두 그랬다. 전부 4강에서 미끄러졌다. 안방(부산)에서 열린 2002년 대회 때도 동메달에 그쳤다.

“와일드카드 소식을 듣고 역대 대회를 떠올렸다. 대회마다 그 시점에서 가장 쟁쟁한 멤버들을 불러들였다. 그럼에도 우승과 거리가 멀었다. 이유를 고민했다. 어쩌면 자부심과 자신감이 지나쳤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겸손함도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 싶다.”

1988년생 김신욱은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2번째로 나이가 많다. 최고참은 1987년생 박주호(27·마인츠)다. 그러나 A매치 경력은 김신욱이 가장 풍부하다. 29경기(3골)다. 당연히 부담이 크다. 이 감독도 “와일드카드가 중추 역할을 해야 한다”며 “(김신욱은)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를 전해왔고, 큰 신장(197.5cm)에 비해 발도 강한 선수다. 아시아권에서 충분히 실력이 통할 수 있다”고 신뢰를 보냈다.

김신욱의 마음이 무거운 이유는 또 있다. 가슴 한편에 자리한 미안함 때문이다. 그는 “난 어쩌면 (23세 이하) 후배들의 기회를 빼앗은 사람일 수도 있다. 그래서 더 헌신해야 한다. 선배나 형이란 생각은 않겠다. 동료 입장에서 가장 많이 뛰고 열정을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미안함의 대상에는 ‘단짝 콤비’ 손흥민(22·레버쿠젠)도 포함된다. 기약 없는 성인대표팀 벤치워머 시절부터 둘은 줄곧 함께했다. 얼마 전에도 아시안게임 동반 출전의 꿈을 키웠지만, 레버쿠젠은 손흥민의 차출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는 “누구보다 (손)흥민이가 아쉽고 아플 거다. 간절함과 좌절감을 함께 느꼈던 그 친구의 빈 자리를 위해서라도 열정을 다 쏟아내겠다”며 선전을 약속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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