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윤규진은 팀이 이기면 9회는 물론 8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뒷문을 잠근다. 주위에선 안쓰러워하지만 그는 오히려 ‘구원투수 최다 이닝’을 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을 만큼 팀을 위한 희생정신이 뛰어나다. 스포츠동아DB
■ 한화 윤규진
올시즌 64이닝…순수 구원투수 중 최다
마무리투수? 팀 위급할 땐 7회에도 등판
“팀이 이기기만 한다면 이닝은 상관 없다”
누구도 “네가 마무리투수다”라고 못 박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기는 경기에서 가장 마지막에 나서는 투수다. 게다가 1이닝씩만 막으면 되는 소방수도 아니다. 팀이 필요로 하면 7회에도, 8회에도 마운드에 오른다. 그러면서도 늘 사람 좋게 웃는다. “이닝은 상관없다. 내가 마운드에 올라서 팀이 이기기만 한다면, 오히려 많이 던지는 게 좋다”고 말한다. 한화 윤규진(30) 얘기다.
● 쉬지 않고 마운드에 오르는 한화 불펜의 ‘진’
윤규진은 최근 동기생 안영명(30), 선배 박정진(38)과 함께 한화 불펜의 ‘안정진 트리오’를 이루고 있다. 공교롭게도 박정진과 이름의 끝 글자가 같아 윤규진의 존재감이 조금 덜 느껴지는 별명이기도 하다. 윤규진은 이에 대한 의견을 묻자 “사실 나도 생각했던 바였다. 정진이 형에게 내가 한번 혼나더라도 ‘안정규진’으로 바꾸면 어떻겠느냐”고 농담 섞인 제안을 하기도 했다.
별명의 무게감과는 별개로, 더 이상 윤규진 없는 한화의 뒷문은 상상할 수 없다. 팀이 이기고 있을 때는 물론, 동점 상황이거나 근소한 점수 차로 지고 있을 때도 마운드에 올라 추가 실점을 봉쇄한다. 15일 대전 롯데전이 좋은 증거다. 6-6으로 맞선 8회 구원등판해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8-6 역전승의 발판을 놓았다. 윤규진은 “내가 잘했다기보다, 타자들이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은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쑥스러워했다.
서로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안’과 ‘정’의 존재도 윤규진에게는 든든한 힘이다. 윤규진은 “앞에서 영명이와 정진이 형이 잘 막아주니 나 역시 좋은 쪽으로 긴장을 하게 된다. 셋이서 부담도 나눠 가질 수 있는 것 같다”며 “지고 있어도 ‘우리 다들 잘 해서 이겨보자’고 얘기를 나눈다. 셋이 함께 간다는 느낌이 좋다”고 기분 좋게 웃었다.
● 불펜 최다이닝 목표! ‘안정’ 찾은 ‘규진’의 힘
윤규진에게는 요즘 목표가 하나 생겼다. ‘구원투수 최다 이닝’을 소화하는 것이다. 실제로 윤규진은 올 시즌 벌써 64이닝을 던지면서 선발등판 없이 순수하게 중간으로만 나선 투수들 가운데 최다 이닝을 기록하고 있다. 경쟁자가 있다면 샴성 차우찬, SK 전유수(이상 59이닝), 넥센 한현희(58.2이닝), 두산 윤명준(57이닝) 등이다. 윤규진은 왜 상패도, 상금도 없는 목적지에 도달하려 하는 것일까. 그는 “군대를 다녀온 뒤 첫 시즌이라 무조건 부상 없이 많이 던지고 싶었다. 비록 한 번도 1군 엔트리에서 빠지지 않겠다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구원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이닝을 경험해보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12일 대전 두산전에서 결정적인 홈런 두 방을 맞고도 다음 등판에서 금세 훌훌 털어버린 비결 역시 확실한 책임감과 목표가 생긴 덕분이다. 윤규진은 “앞으로도 ‘잘 마무리하겠다’는 마음으로 던지고 싶다. 이제 ‘안정’을 되찾은 ‘규진’이 될 것이다”며 웃어 보였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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