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리아 “김연경 선수처럼, 빨리 키가 컸으면…”

입력 2014-08-20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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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언니처럼 될래요” 16일부터 김천에서 벌어지고 있는 2014 KOVO 총재배 전국초등학교배구대회에 서울 반포초등학교 선수로 참가한 벨라루스 태생의 율리아(왼쪽)와 어머니 나탈리아가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 KOVO 총재배 전국초등학교 배구대회 화제의 선수|서울 반포초 ‘율리아 카베트스카야’

벨라루스서 한국인 새아버지 나라로 와
강한 스파이크 위력적…한국어도 능통
“김연경처럼 세계적 배구선수 되는게 꿈”

벨라루스에서 태어난 율리아 카베트스카야(14)는 6년 전 어머니의 손을 잡고 낯선 한국으로 왔다. 유도선수 출신의 어머니 나탈리아 카베트스카야와 대학교수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평생을 벨라루스에서 살 줄 알았지만 운명은 다른 길을 인도했다.

부모가 이혼을 했다. 어머니가 선택한 한국인 새 아버지의 나라로 왔다. 피부색이 다른 오빠 3명을 얻어 기뻤다. 더 좋은 것은 바로 배구라는 새 친구를 만났다는 것이다. 김연경을 롤 모델로 삼는 율리아는 김천에서 벌어지는 2014 KOVO 총재배 전국초등학교 배구대회에 서울 반포초등학교 선수로 출전 중이다.


● 새로운 나라에서 배구를 만나다

율리아는 어머니의 운동 유전자를 받아서인지 운동을 좋아했고 실력도 있었다. 대전 유성초등학교 시절 달리기를 잘했다. 가능성을 알아본 교감선생님이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켜보라고 권유했다. 복싱을 했던 한국인 아버지도 어머니도 찬성했다.

2년 전 율리아는 서울 반포초등학교로 전학 왔다. 본격적인 배구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배구가 재미있다. 운동할 때가 가장 즐겁다”고 율리아는 말했다. 피부색을 제외하고는 다른 꿈나무 선수들과 다르지 않다. 한국어도 능통해 동료 선수들과 장난도 잘 치고 선생님의 말도 다 알아듣는다. “한국어로 하는 공부는 어렵지 않다. 배구가 더 어렵다”고 했다. 율리아의 키는 165cm. 공격에 파워가 넘친다. 또래 선수들보다 스파이크가 훨씬 위력적이다. 팀의 주전 레프트다.

그러나 율리아는 아직 그의 키에 불만이다. 더 빨리 많이 자랐으면 하는 것이 꿈이다. 같은 팀에는 그보다 더 큰 선수도 2명이나 있다. 김연경을 좋아하고 닮고 싶어 하는 이유도 초등학교 시절 김연경의 키가 작았지만 배구를 포기하지 않았고 나중에 키가 쑥쑥 자라서 세계적인 선수가 됐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 모든 경기에 뛰고 싶지만 문제는 국적

팀의 주 공격수지만 율리아는 가끔 경기에 나가지 못한다. KOVO 총재배는 문제없지만 소년체전엔 출전할 수 없다. 대한민국 국적의 어린이만 출전이 가능하다는 규정 때문이다. 율리아가 없는 반포초등학교는 3위를 차지했다. 율리아 가족의 현재 고민은 국적이다. 율리아가 한국 국적을 취득하려면 벨라루스인 아버지가 율리아를 친자포기해야 한다. 이후 새 아버지는 율리아를 입양시켜야 한다. 친 아버지는 벨라루스에서 새로운 가정을 꾸렸다고 했다.

고민을 뒤로하고 율리아의 부모는 운동선수를 둔 다른 가정처럼 열심히 뒷바라지를 한다. 부모가 함께 김천에서 응원을 하고 훈련도 지켜보고 있다. 아버지는 “뒷바라지 하는 것이 재미있다. 율리아가 점프력을 더 키워 프로선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6년 뒤 율리아는 그가 원하는 V리그 선수가 돼서 또 다른 다문화 가정의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을까.


● KOVO 총재배 전국초등학교배구대회 경기결과(19일)

▲여자부 8강전=대전 신탄진 0-2 충북 남천, 제주 동흥 0-2 경기 파장, 경기 안산서 2-1 경남 유영, 대구 신당 0-2 서울 반포

▲남자부 8강전=광주 문정 2-0 경기 금상, 강원 율곡 2-0 충북 각리, 고창 흥덕 1-2 전남 녹동, 서울 신강2-0 충남 청양

김천|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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