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불능 히메네스, 수수방관하는 롯데

입력 2014-08-20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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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외국인타자 루이스 히메네스가 시즌 초 감기에 걸렸다며 마스크를 쓰고 덕아웃에 앉아 있는 모습. 히메네스는 ‘이상 없다’는 의료진의 진단과 달리 ‘무릎이 아프다’며 엔트리에서 빠져있다. 롯데 코칭스태프는 이미 수차례 교체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왜 그럴까. 스포츠동아DB

롯데 외국인타자 루이스 히메네스가 시즌 초 감기에 걸렸다며 마스크를 쓰고 덕아웃에 앉아 있는 모습. 히메네스는 ‘이상 없다’는 의료진의 진단과 달리 ‘무릎이 아프다’며 엔트리에서 빠져있다. 롯데 코칭스태프는 이미 수차례 교체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왜 그럴까. 스포츠동아DB

■ 6위로 떨어진 롯데, 이유있는 추락

출전가능 진단불구 부상 핑계 드러누워
오전엔 수영, 오후엔 휴식모드 안하무인
롯데 프런트 “원하는 대로 해주라” 방관
현장의 교체 요청도 미루다가 기한 넘겨


시즌 전만 해도 삼성의 대항마로 첫손에 꼽혔던 롯데. 그러나 지금은 4강마저 위태롭다. 과거 5년(2008∼2012년)간 4강에 꼬박꼬박 갔던 롯데가 왜 이런 지경까지 왔을까. 용병타자 히메네스를 둘러싼 롯데의 처신은 그 의문에 답을 줄 단서가 될만하다.


● 히메네스를 애당초 바꿀 생각 있었나?

사실 히메네스는 뽑아올 때부터 말이 많았다. 엄밀하게 말하면 현장에서 원해서 데려온 타자가 아니었다. 그러나 롯데 프런트는 A플랜으로 생각한 타자 영입이 틀어지자 히메네스로 선회했다. 5월까지 놀라운 활약(11홈런 41타점)을 펼치던 히메네스는 6월부터 주저앉기 시작했다. 히메네스는 치열한 노력 대신 이런저런 핑계를 댔다. 팀 동료들을 대하는 태도도 엇나갔다. 상황을 감지한 현장에서는 6월부터 프런트에 교체를 요청했다. 그러나 프런트는 대안부재를 이유로 차일피일 시간을 미루다 7월24일 웨이버 신청 마감일을 넘겨버렸다. 우연의 일치일까, 히메네스의 경기출장도 24일이 끝이었다. 25일부터 히메네스는 무릎이 아프다는 이유로 드러누웠다.

히메네스를 바꾸기 위해 롯데는 스카우트 팀을 미국에 파견했다. 그런데 여기에 권두조 수석코치가 끼어있었다. 권 코치는 선수단의 집단행동으로 수석 자리에서 타의로 물러난 상황. 롯데 수뇌부는 이런 사람을 스카우트 팀으로 돌려서 미국에 파견시키는 중책을 맡긴 것이다. 롯데 프런트의 ‘회전문 인사’다. 선수단 반발로 현장에서 밀려난 사람에게 위기에 빠진 선수단을 도울 용병을 성심껏 뽑으라고 자리를 만들어준 셈이다.


● 히메네스 진짜 아픈가?



히메네스는 12일 경기 전 사직구장 덕아웃에 앉아있었다. 롯데 구단 누구에게도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 경우 없는 등장이다. 롯데 김시진 감독이 덕아웃에 있었음에도 아랑곳없이 히메네스는 자기 입장만 주장했다. 요지는 “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결과 왼쪽 무릎에 동전 크기만 한 구멍이 나 있다. 무리했다가는 선수생명이 끝날 수 있어 주사치료를 선택했다”는 얘기였다.

그런데 히메네스에게 동전크기만한 구멍이 나 있다고 진단한 병원은 과연 어디일까? 그렇다면 수차례에 걸쳐 ‘경기 뛰는데 별 지장이 없다’는 진단 소견을 낸 롯데 지정병원이 수차례에 걸쳐 오진했단 말인가.

무릎 뼈에 구멍이 났다는 히메네스를 두고 김 감독은 당초 “이르면 23일부터 1군 복귀가 가능하다”고 했다가 19일 경기를 앞두고 “히메네스가 23일 복귀한다는 건 와전된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롯데 한 관계자는 이를 두고 “세계 의학사에 기적이 일어났다”고 비꼬았다.

진위 여부가 불분명한 부상을 핑계로 히메네스는 러닝도 안 하고 오전엔 수영, 오후엔 휴식을 취하며 지내고 있다. 그러나 롯데 프런트에서는 제재는커녕 “원하는 대로 다 해주라”고 하고 있다.


● 롯데의 품격은 어디로?


김 감독의 한탄처럼 히메네스가 돌아온다 한들 얼마나 잘할지 회의적이고, 포지션 중복마저 발생한다. 히메네스가 팀 분위기를 흐리는 데도 현장과 프런트 그 어디서도 따끔한 언행으로 롯데의 품격을 지키려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어떡하면 책임지지 않을까’만 궁리하는 모양새다. 무슨 약점이 잡히기라도 한 것일까? 국내선수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특혜가 원칙 없이 쏟아지고 있다. 금이 간 롯데의 품격은 어디서 찾을 것인가.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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