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감독. 스포츠동아DB
염 감독은 19일 목동 LG전에 앞서 “나는 꿈에서도 야구를 한다. 제발 잠 좀 푹 잤으면 좋겠다”면서 “아무래도 자기 전까지 야구 생각을 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새벽에 자꾸 꿈 때문에 깨는데, 주로 전날 경기 장면이 많이 나온다”며 웃었다.
예전에도 염 감독은 비슷한 고충을 토로했다. 시즌 중에는 “자꾸 연패에 빠지는 꿈을 꾼다”고 했고, 스프링캠프를 앞두고서는 “캠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구상했던 것들을 꿈에서 하나씩 해본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늘 최악의 상황을 먼저 걱정하고 준비하는 성격 덕분에 팀은 위기를 별 탈 없이 넘기지만, 감독은 꿈자리마저 뒤숭숭할 수밖에 없다. 염 감독은 “경기를 이겼다고 좋은 꿈을 꾸는 게 아니다. 위기였던 장면이 꿈에 나온다”며 “대부분 꿈에서는 많이 지는 것 같다. 그래서 꿈에서도 괴롭고, 한번 깨면 다시 잠이 잘 오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팀 성적이 상위권에 올라 있어도 늘 방심해선 안 되는 감독의 숙명이다.
그런데 신기한 게 있다. 늘 ‘지는 꿈’을 꿨다는 염 감독이 “오늘(19일) 경기를 앞두고서는 다행히 아무런 꿈도 꾸지 않고 잘 잤다”고 했다. 취재진이 ‘혹시 선발투수가 에이스인 앤디 밴 헤켄이어서 그런 건 아니냐’고 묻자 기분 좋은 웃음으로 답을 대신했다. 밴 헤켄은 이날 경기 전까지 최근 14연승을 달리면서 벌써 17승을 따낸 올 시즌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다. ‘이번엔 이길 수 있다’는 염 감독의 무의식이 반영된 건 아니었을까.
그러나 이날 경기는 믿었던 밴 헤켄이 무너졌다. 2회까지 타선이 4점을 먼저 뽑아주며 여유를 줬지만 5.2이닝 6실점으로 부진한 투구를 해 14연승 행진이 깨졌다. 팀도 5-7로 패하면서 최근 5연승 행진을 마감했다. 모처럼 야구 꿈을 꾸지 않아 단잠을 잤던 염 감독. 아무래도 다시 그의 꿈에 야구가 나타날 듯하다.
목동|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