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민병헌(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김태균·이재원·김주찬 최근 방망이 주춤
가장 꾸준한 롯데 손아섭, 반전 노려볼만
4위싸움 맞물려 타격집중력 경쟁의 변수
프로야구 출범 이후 최고의 타격왕 싸움이다. 24일 현재 3할6푼대 이상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타자가 무려 6명이다. 최형우(삼성)가 0.367로 1위, 김태균(한화)이 0.366으로 2위, 민병헌(두산)이 0.364로 3위다. 이재원(SK)은 0.363, 김주찬(KIA)과 손아섭(롯데)은 0.362다. 전 구단이 100경기를 넘게 소화한 8월말에 3할6푼 대의 타자가 6명이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사상 유례 없는 대접전이다. 김태균이 유일하게 타격왕 경험이 있고 그 외 5명은 생애 첫 타격왕 도전이다. 최근 페이스는 최형우와 민병헌이 좋다. 김태균, 이재원, 김주찬은 주춤한 상태고 손아섭은 꾸준하다. 역사상 최고의 타격왕 경쟁이다. 타율 5리 안에 3할6푼대 타자 6명이 포진돼 있다.
● 최형우, 홈런 타점에 이어 타격왕까지?
최형우는 2011년 0.340으로 타격 2위를 했다. 당시 이대호(소프트뱅크)가 0.357로 타격 1위를 차지했다. 최형우에게 타격왕은 색다른 의미가 있다. 그는 2011년 30홈런, 118타점으로 홈런왕과 타점왕을 석권했다. 타격왕까지 되면 이만수(SK 감독)와 이대호에 이어 역대 3번째, 좌타자로는 역대 최초로 홈런, 타점, 타율에서 모두 1위에 오른 타자가 된다. 콘택트 능력과 파워, 클러치 능력을 모두 평가받게 되는 셈이다. 최근 타격 페이스가 가장 좋다. 8월 타율이 무려 0.588이다. 9경기에서 34타수 20안타를 기록했다. 전반기 막판 옆구리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졌지만 복귀 후 더 정확해졌다. 시즌 내내 꾸준하다는 점도 최형우의 강점이다. 특히 사이드암에게 0.545로 강했고, 좌투수에게도 0.377을 기록했다. 최형우가 타격 1위에 오르면 장효조 이만수 양준혁에 이어 삼성의 역대 4번째 타격왕이 된다.
● 김태균, 두 번째 타격왕 도전!
김태균은 2012년에 이어 두 번째 타격왕을 노린다. 2012년 0.363으로 타격 1위가 됐고, 올 시즌도 0.366의 고타율을 유지하고 있다. 김태균이 3할6푼 이상의 타율로 타격왕이 된다면 장효조에 이어 3할6푼대 이상의 타율로 두 차례 타격왕에 오르는 두 번째 선수가 된다. 또 우타자로는 이대호에 이어 두 번째로 두 차례에 걸쳐 타격왕을 차지한 선수로 기록된다. 김태균은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 동안 4할을 쳤다. 56경기에서 82안타를 쳐내며 0.404를 기록했다. 8월에는 0.298로 주춤한 상태지만 최근 3경기에서 다시 6안타를 쳤다. 올 시즌 출루율 0.459는 리그 1위다. 52연속경기 출루를 기록할 만큼 페이스도 꾸준하다. NC전에서만 0.294를 기록했을 뿐 다른 7개 구단에게는 모두 3할4푼대 이상의 높은 타율을 유지하고 있다. 가장 꾸준하게 상대를 가리지 않고 안타를 쳐내는 타자가 김태균이다.
● 민병헌, 좌투수 상대타율 1위!
민병헌은 좌투수에게 가장 강한 타자다. 올 시즌 좌투수를 상대로 0.436을 기록했다. 반면 사이드암에게는 약하다. 41타수 7안타로 0.171에 불과하다. 타격왕 경쟁을 하는 다른 5명은 좌·우·사이드암을 가리지 않고 모두 3할대 이상을 치고 있다. 사이드암에 대한 적응력만 좀더 키우면 훨씬 강한 타자가 될 수 있다. 그래도 민병헌은 신선하다. 후반기 20경기 이상을 치른 타자 가운데 0.397로 가장 타격감이 좋다. 지난해 민병헌은 0.319로 생애 첫 3할을 쳤다. 올 시즌에도 짧게 쥔 배트로 연일 안타를 쳐내며 주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두산이 배출한 타격왕은 김동주(2003년)와 김현수(2008년) 두 명이다. 거침없는 민병헌이 두산의 역대 세 번째 타격왕에 등극할지 주목된다.
● 이재원, 30년 만에 포수 타격왕?
이재원은 4월 30일 규정타석을 채우고 타격1위에 올랐다. 당시 타율은 0.463. 그리고 7월 28일까지 3개월 가까이 1위 자리를 지켰다. 7월 7일까지 4할을 쳤고, 전반기가 끝났을 때 그의 타율은 0.394였다. 그가 가지고 있는 타격재능을 유감없이 뽐냈다. 생애 처음 주전포수로 뛰면서 겪었을 많은 악재를 이겨냈다. 하지만 8월 들어 흔들리고 있다. 8월 타율이 0.229에 불과하고 최근 4경기에서 13타수 무안타로 슬럼프다. 그래도 1위와는 불과 0.004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2006년 입단한 이재원은 지난해까지 단 한 차례도 규정타석을 채운 적이 없다. 타격능력은 인정받았지만 주전은 아니었다. 그런 그가 생애 처음 규정타석을 채우면서 타격왕 경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우선 대단하다. 이재원이 타격왕이 되면 SK 팀 창단 이후 최초의 선수가 된다. 또 1984년 이만수 이후 30년 만에 탄생하는 포수 타격왕이다.
● 김주찬, 10연속G 멀티히트와 최소G 100안타!
올해 김주찬은 굵직한 두 가지 기록을 수립했다. 10연속경기 멀티히트와 최소경기 100안타다. 7월 5일 넥센전에서 종전 9경기를 뛰어넘는 10연속경기 멀티히트를 작성했다. 7월 29일 NC전에서는 62경기 만에 최소경기 100안타도 때려냈다. 6월 타율 0.467, 7월 0.407을 기록하며 안타를 몰아쳤다. 현재 김주찬의 타율은 0.362다. 몰아치기에 능한 그의 장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타격왕을 노려볼 만하다. 부상으로 한 달 가량 빠져 상대적으로 적은 타수도 긍정적이다. 타율의 상승과 하락폭이 다른 타자보다 크다. 당장은 8월의 부진에서 벗어나는 게 급선무다. 8월 타율 0.184로 10경기에서 7안타밖에 못 때렸다. 김주찬의 방망이가 다시 터진다면 4위 싸움을 하는 KIA에게도 큰 호재다. 그는 경기의 흐름을 지배하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
● 손아섭, 생애 첫 타격왕 기회!
손아섭은 지난해 0.345로 아쉽게 타격 2위에 머물렀다. 올해도 그는 강력한 타격왕 후보로 꼽혔다. 그리고 자신의 역대 최고타율 0.362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경쟁자들이 만만치가 않다. 3할6푼대 타자가 그 말고도 5명이 있다. 손아섭은 지난 3년 동안 모두 타격랭킹 5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까지 4년 연속 3할을 쳤고, 2년 연속 최다안타를 기록했다. 가장 안정감이 있고 가장 꾸준한 타자다. 시즌 초 이재원이 4할대 타율로 고공행진을 할 때 손아섭의 타격왕은 어려워 보였다. 김태균과 김주찬도 3할8푼대 타율을 기록하며 손아섭을 앞서갔다. 하지만 손아섭은 흔들리지 않고 자기 위치를 지켰다. 한 타석, 한 타석의 집중력과 승부근성은 손아섭이 최고다. 그에게 타격 1위의 기회가 왔다. 지난해는 아쉽게 놓쳤지만 생애 첫 타격왕이 될 수 있는 해볼 만한 싸움이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