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배구 핀란드에 3-0 완패, 왜?

입력 2014-09-04 10: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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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3일(이하 현지시간) 폴란드 카토비체 스포덱 아레나에서 벌어진 2014 세계남자배구선수권대회 B조 2차전에서 핀란드의 벽을 넘지 못하고 세트스코어 0-3(22-25 24-26 15-25)으로 졌다. 한국은 서재덕이 9득점으로 팀내 최고득점을 기록했다. 서브리시브가 흔들려 상대에게 무려 9개의 서브에이스를 내준 것이 패인이다. 공격(31-33)과 블로킹(8-10)은 핀란드와 어느 정도 균형을 맞췄다. 인천아시안게임을 대비해 선수들이 좋은 플레이를 해야 하지만 B조 1라운드를 통과하면 10일까지 한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한국으로서는 전략적인 판단도 필요한 경기였다. 이번 대회는 각조 6팀 가운데 상위 4팀이 2라운드에 진출한다.


●젊은 선수 이민규 송명근에게 경험을 쌓게 해준 한국 벤치

박기원 감독은 세터 이민규, 공격수 송명근 곽승석 서재덕, 미들블로커 신영석 최민호, 리베로 부용찬을 스타팅으로 내세웠다. 주전세터 한선수가 전날 마지막 마무리훈련 때 수비를 하다 오른손 중지 손톱이 뒤집어지는 부상을 당한 데다 아시안게임을 대비해 이민규에게 국제대회 경험을 쌓아주려고 했다.

1세트 시작하자마자 핀란드의 플로터 서브에 리시브가 흔들리면서 주도권을 빼앗겼다. 첫 번째 테크니컬 타임 때 스코어는 5-8로 핀란드 리드. 한국의 주 득점 아포짓 자리의 송명근이 핀란드의 높은 블로킹에 고전했다. 날개 공격수 서재덕이 국제대회용 기량으로 반격했지만 두 번째 테크니컬 타임 때도 14-16으로 뒤졌다. 한국은 곽승석의 연타와 서재덕의 블로킹으로 19-20까지 잘 따라붙었다. 한국은 미코 에스코에게 중앙속공을 허용해 먼저 세트포인트를 내주고도 송명근의 퀵 오픈으로 22-24까지 따라붙었다. 핀란드는 오르포 시불라의 오픈공격으로 첫 세트를 따냈다. 박기원 감독은 두 번째 비디오 챌린지를 신청했으나 판정은 뒤집어지지 않았다. 서브에이스 3-0의 차이가 첫 세트 승패의 분수령이었다.


●서브에 흔들리고 경기장 분위기에 압도당하고

2세트도 한국의 스타팅은 달라지지 않았다. 신영석이 블로킹 2개와 속공으로 8-5 리드를 이끌어냈다. 신영석의 서브에이스로 10-5까지 앞섰지만 핀란드의 맹렬한 추격에 16-15로 따라잡혔다. 중반에 한선수 박철우를 투입했지만 안티 시탈라의 스카이 서브에 에이스를 내주며 17-18로 역전 당했다. 20점 이후 공방에서 한국은 곽승석 신영석의 활약과 최민호의 속공으로 24-23 리드. 그러나 이후 송명근의 서브아웃과 곽승석, 최민호의 공격 아웃으로 세트를 내줬다. 곽승석의 공격아웃은 상대의 블로킹에 맞은 터치아웃이 확실했지만 비디오 챌린지 기회가 없었다. 한국은 2세트 5개의 블로킹을 성공시키며 전날 이란의 장신공격을 대비한 훈련의 성과를 확인했다.

3세트는 전광인 박상하가 먼저 투입됐다. 초반 서재덕 곽승석의 공격이 상대의 블로킹에 걸리며 주도권을 내줬다. 1-6에서 박기원 감독은 타임아웃을 걸어 흐름을 끊었다. 올리 쿠나리에게 3개의 서브에이스를 허용하며 1-10까지 벌어졌다. 주도권을 쥔 핀란드는 강한 서브로 한국의 리시브를 흔든 뒤 2단 공격은 블로킹으로 막아내며 16-5까지 달아났다. 핀란드는 지역예선에서 우크라이나, 그리스, 슬로바키아를 누르고 1982년 아르헨티나 대회 이후 32년만의 세계선수권대회 본선에 진출했다. 핀란드 역사상 가장 뜨거운 배구열풍이 일고 있다고 했다.

3000여 명의 응원단은 꼬박 하루가 걸리는 장거리 버스를 타고 스포덱 아레나에 모였다. 1일 쿠바전 때도 홈경기 같은 응원단의 열광적인 응원에 힘을 얻어 핀란드 선수들은 3-2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도 신이 난 핀란드 응원단의 함성에 파묻혀 한국 선수들은 반격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15-24에서 전광인의 서브가 네트를 넘지 못하며 15-25로 경기가 끝났다. 이로서 한국은 B조에서 1승1패를 기록했다.

1993년 월드리그에서 처음 만난 이후 한국-핀란드의 통산대결 성적은 3승8패다. 한국은 24개 참가팀 가운데 평균 신장(193cm)과 스파이크 높이(316cm) 블로킹 높이(306cm)에서 가장 낮다. 핀란드는 194cm, 340cm, 320cm다. 기술보다 높이의 차이가 여전히 팀 코리아의 과제다. 한국은 4일 하루를 쉰 뒤 5일 오후 1시(한국시간 8시) 2연패의 쿠바와 3차전을 벌인다. 쿠바는 독일과의 경기에서 0-3(16-25 21-25 19-25)으로 졌다. 독일은 1승1패.


●박기원 감독의 말

모든 선수들의 컨디션을 체크했다. 경기 결과를 떠나서 어떤 부분은 준비한 효과가 나오지만 어떤 부분은 아니다. 서브리시브가 결국 오늘 경기를 결정했다. 앞으로 이 부분에서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부용찬 정민수 두 명의 리베로가 다른 역할을 하고 있는데 만일 이 역할을 한 명이 전담한다면 수비에서 선수를 한 명 더 쓰는 효과가 나올 수 있다.

카토비체(폴란드) l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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