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종오, 세계선수권 50m 권총에서 34년 만에 세계기록 경신하며 금메달

입력 2014-09-09 21: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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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종오(35·kt)가 9일(한국시간) 스페인 그라나다 후안 카를로스 1세 올림픽 사격장에서 열린 제51회 세계사격선수권대회 남자권총 50m 본선에서 34년 만에 세계기록을 경신하자 곳곳에서 기념 사진촬영 요청이 빗발쳤다. 올림픽에서만 6개의 메달을 획득한 중국의 사격영웅 왕이푸(중국 대표팀 감독)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그라나다(스페인)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스페인 그라나다 세계선수권(6~20일) 남자 50m 권총 본선 583점 명중
알렉산드르 멜레니에프(소련)가 1980년 세운 세계기록(581점) 34년 만에 경신
2012런던올림픽 10·50m권총 2관왕에 이어 10·50m권총 모두 세계기록 보유
결선에선 192.3점으로 금메달. 생애 첫 세계선수권 개인전 금메달 획득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쿼터 획득

‘권총 황제’ 진종오(35·kt)가 34년 묵은 세계기록을 갈아 치우며, 생애 첫 세계선수권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진종오는 9일(한국시간) 스페인 그라나다 라스 가비아스에 위치한 후안 카를로스 1세 올림픽 사격장에서 열린 제51회 세계사격선수권대회 남자 50m권총 본선에서 60발 합계 583점을 기록해 새 역사를 썼다.

종전 세계기록은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에서 알렉산드르 멜레니에프(소련)가 세운 581점이었다. 34년 간 수많은 선수들이 이 기록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진종오 역시50m 종전 개인 최고기록(한국기록)은 2012년 5월 제8회 경호실장기에서 세운 579점으로 세계기록에는 2점 뒤졌다. 멜레니에프의 남자 권총 50m 기록은 국제사격연맹(ISSF)의 각 부문별 세계기록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마의 벽으로 꼽히고 있었다.

이로써 진종오는 남자 10m공기권총과 50m권총 세계기록을 동시에 보유하게 됐다. 이미 그는 2009년 4월 창원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 남자 10m공기권총에서 594점(60발 합계)을 쏘며 세계기록을 경신한 바 있다. 2012런던올림픽 10m·50m권총 2관왕 달성에 이어, 두개 종목 세계기록에도 모두 자신의 이름을 올림으로써 ‘권총 황제’의 위상을 다시 한번 드높였다.

본선 1시리즈(10발)와 2시리즈 97점, 3시리즈 96점, 4시리즈 97점을 기록한 진종오는 5시리즈에서 단 한 발만 9점을 쏘며 99점을 찍었다. 이 때부터 기록 경신을 예감한 전 세계의 사격 관계자들은 진종오의 사대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마지막 6시리즈 최후의 한발이 남은 상황에서 그의 점수는 574점이었다. 8점 이상이면 세계기록 경신이었다. 총구를 떠난 탄환은 34년의 세월을 넘어 9점표적에 꽂혔다. 6시리즈(60발) 합계 583점. 사격 관계자들은 다른 선수들의 경기가 끝나기 전임에도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진종오는 환한 얼굴로, 두 손을 들며 화답했다. ‘중국의 사격 영웅’ 왕이푸 등은 진종오와 기념촬영을 청하기도 했다.

진종오는 이어 열린 결선에서도 안정된 실력을 과시하며 192.3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2위를 달리던 진종오는 16번째 발에서 9.7점을 쏘며, 8.8점을 기록한 팡웨이(중국)를 추월했다. 이후 20번째 발까지는 1위를 놓치지 않았다. 진종오는 2010년 독일 뮌헨에서 열린 세계사격선수권에서 50m권총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세계선수권 개인전 금메달 획득은 생애 처음이다.

◆다음은 진종오와의 일문일답.


-언젠가는 50m권총에서도 세계기록을 깰 수 있다고 생각했나?

“50m에선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종전 개인 최고기록이 579점이었는데, 넘기 힘든 기록이라고 생각했다.”


-오늘 경기에서 고비는?

“오늘 바람이 많이 불었는데, 어제 단체전에서 바람을 경험했던 것이 도움이 됐다. 50번째 발을 쏜 다음부터 세계기록이 의식됐다. 신중해 질 수밖에 없었다. 평소보다 본선 시간이 20분 이상 더 걸린 것 같다. 58번째 발이 최대 고비였다. 10점을 쏘면 나머지 2발이 편해지겠다고 생각했다.”


-언제 세계기록을 예감했나?

“58번째 발이 10점에 들어가면서 세계기록을 예감했다. 그 다음 2발은 모두 9점을 쏴도 세계기록을 깰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다.”


-마지막 발을 쏘고 난 뒤의 심정은?

“그냥 ‘이제 끝났다’는 생각뿐이었다. 관중들의 박수 소리를 들으며 ‘영광스럽다’고 느꼈다. 한편으로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어제 만약에 이 기록을 쐈으면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땄을 것이다.”


-많은 사격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축하인사를 건넸는데?

“이 순간에 누릴 수 있는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세계기록을 다시 깰 수 있을 것 같나?

“나 스스로는 못 깰 것 같다.(웃음)”

그라나다(스페인)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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