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영통신원의 네버엔딩스토리] 월드시리즈 3번째 우승 노리는 ‘SF 영건’ 범가너

입력 2014-09-18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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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디슨 범가너. 동아닷컴DB

2007년 데뷔…싱글A 트리플크라운의 실력자
2009년 ML 입성…팀 2차례 WS 우승 이끌어
사상 첫 투·포수 동반 만루포…타격에도 재능

올해 개인 최다 18승 달성…NL 다승 공동 2위


LA 다저스의 최대 라이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2010년대에 두 차례(2010년, 2012년)나 월드시리즈 패권을 차지했다. 공교롭게도 짝수 해에 정상에 올랐기 때문에 2014년에도 우승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우완 에이스 맷 케인이 부상으로 낙마했고, 두 차례나 사이영상을 수상한 팀 린스컴이 최근 부진으로 불펜으로 밀려나는 등 선발진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매디슨 범가너(25·사진)가 팀의 에이스로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17일(한국시간) 현재 페넌트레이스 11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 다저스에 3경기차까지 밀려 있어 지구 우승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는 가장 앞서 있어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은 충분하다. 샌프란시스코 선발진의 막내이자 에이스인 범가너는 이제 25살에 불과하지만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두 개나 보유하고 있다. 올 시즌에는 개인 최다승 기록인 18승을 이미 달성해 내셔널리그 다승 부문에서 공동 2위를 달리며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패기로 무장한 범가너의 겁 없는 도전이 자이언츠의 통산 8번째 우승으로 이어질지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마이너리그 투수 3관왕

범가너는 1989년 8월 1일 노스캐롤라이나의 히코리에서 태어났다. 4살 때부터 야구공을 잡은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팀의 에이스이자 홈런타자로 명성을 떨쳤다. 졸업반 때 11승2패(방어율 1.05)를 기록했는데, 88이닝 동안 무려 143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타석에서는 타율 0.424, 11홈런, 38타점을 올려 노스캐롤라이나주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당초 마이클 조던의 모교인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에 야구 장학생으로 진학할 예정이었지만 2007년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0번으로 자이언츠에 지명됐다. 프로에 들어와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본격적으로 연마하기 시작한 범가너는 2008년 싱글A에서 다승(15), 방어율(1.46), 탈삼진(164)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해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그의 승승장구는 2009년에도 이어졌다. 하이 싱글A부터 출발해 더블A를 거쳐 9월 9일에는 메이저리그 입성에 성공했다. 2010년 스프링캠프에서 5선발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쳤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여동생의 급작스런 죽음 때문에 훈련을 제대로 참가하지 못해 트리플A에서 시즌을 맞은 것. 14차례 선발등판에서 7승1패의 뛰어난 성적을 올리자 6월 27일 다시 메이저리그로 승격 통보를 받았다.


● 앙팡테리블

부상을 당한 토드 웰마이어가 돌아올 때까지 임시선발직의 역할을 맡았지만 범가너는 기대 이상의 피칭을 펼쳐 브루스 보치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8월말 웰마이어가 로스터에 합류했지만 보치 감독은 범가너를 계속 선발로 기용했다. 9월에 출전한 5경기에서 방어율 1.13을 기록하자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4차전에 선발로 투입됐다. 이 경기에서 백전노장 데릭 로와 대결을 펼친 범가너는 자이언츠 구단 역사상 포스트시즌에서 승리를 따낸 최연소 투수가 됐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내셔널리그챔피언십시리즈에서는 불펜투수로 나서 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고,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는 승리를 따냈다. 텍사스 강타선을 상대로 8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해 팀의 4-0 승리에 앞장선 것. ‘앙팡테리블’ 범가너의 깜짝 활약에 힘입은 자이언츠는 56년 만이자 연고지를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옮긴 후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 두 번째 우승

2011년에는 1승도 챙기지 못하고 5패(방어율 4.58)를 당하며 부진한 출발을 보였다. 그러나 후반기 분전으로 13승13패(방어율 3.21)로 시즌을 마감했다. 풀타임 선발로 204.2이닝을 소화해 선발진의 핵심 요원으로 자리매김한 의미 있는 한 해였다. 2012년 4월 자이언츠 구단은 범가너와 6년 3556만 달러의 조건에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구단의 기대에 부응하듯 범가너는 208.1이닝을 던져 16승11패(방어율 3.37)의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플레이오프 초반 난조를 보였지만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언더독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자이언츠는 4경기 만에 타이거스를 제압하고 정상을 차지했다.


● 만루홈런의 사나이

범가너는 올 시즌 타격에서도 놀라운 재능을 과시하고 있다. 타율 0.263에 홈런을 3개나 치며 13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만루홈런을 2개나 때려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4월 12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범가너는 6이닝 4실점으로 시즌 두 번째 승리를 따냈다. 자이언츠가 6-5로 승리한 이 경기에서 범가너는 4회말 상대 선발 호르헤 데라로사에게 만루홈런을 뽑아내는 등 5타점을 혼자 책임졌다. 더욱 놀라운 일은 석 달 후 벌어졌다. 7월 14일 애리조나 디백스와의 홈경기에서 범가너와 포수 버스터 포지가 나란히 만루홈런을 때리며 8-4로 승리한 것이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한 경기에서 투수와 포수가 만루홈런을 쏘아올린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최근에는 본업인 투수로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8월 4일 뉴욕 메츠전에서 2피안타 무실점으로 올 시즌 첫 완봉승을 따냈다. 8월 26일에는 로키스를 상대로 7회까지 퍼펙트게임 행진을 이어가다 1피안타 완봉승을 거두며 기세를 올렸다.


● 라이벌 류현진

지난해 4월 3일 다저스타디움에서는 류현진의 역사적인 메이저리그 첫 선발등판 경기가 열렸다. 상대 팀 투수는 바로 범가너였다. 이 경기에서 류현진은 6.1이닝 동안 안타를 10개나 맞으면서도 3실점(1자책)으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지만 8이닝 2피안타 무실점의 범가너에게 무릎을 꿇었다. 류현진에게 빅리그 첫 패배를 안긴 범가너였다. 하지만 그해 6월 25일에 열린 리턴 매치에서 류현진은 6.2이닝 1실점으로 설욕에 성공했다. 7이닝 3실점(2자책)을 기록한 범가너가 패전 투수가 됐다. 두 좌완투수의 세 번째 대결은 지난 4월 18일 AT&T 파크에서 열렸다. 범가너가 4.1이닝 2실점으로 다소 부진한 투구를 한 사이 류현진은 7이닝 4피안타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현재까지는 2승1패로 류현진이 우위를 보이고 있다. 최근 2년간 성적도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범가너는 30승18패(방어율 2.89), 류현진은 28승14패(방어율 3.07)를 기록했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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