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에서 기다렸던 금맥이 터졌다. 21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남녀유도에서 한꺼번에 3개의 금메달이 쏟아졌다. 정다운은 여자 63kg급 결승에서 중국의 양준시아를 꺾었고(왼쪽 사진), 김성연은 여자 70kg급 결승에서 일본의 아라이 치즈루를 절반으로 제압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가운데). 남자유도의 간판스타 김재범은 81kg급 결승에서 엘리아스 나시프(레바논)를 누르고 아시안게임 2연패의 쾌거를 이뤘다(오른쪽). 인천|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8강·4강 한판승…결승서 지도승 따내
-63kg급 정다운·-70kg급 김성연 금
런던올림픽 이후 국제대회 부진 털어
한국 유도의 금맥이 드디어 터졌다. 대회 첫날인 20일 동메달만 3개를 따서 갈증을 남겼던 한국 유도가 21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무더기 금메달을 캐냈다. 여자 -63kg급의 정다운(25·양주시청)이 첫 금을 땄고, 김재범(29·한국마사회)이 남자 -81kg급에서 예상대로 금메달을 얻었다. 이어 여자 -70kg급의 김성연(23·광주도시철도공사)이 3번째 금메달로 관중석을 흥분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57kg급의 김잔디(23·양주시청)는 은메달, 남자 -73kg급의 방귀만(31·남양주시청)도 투혼의 동메달을 보탰다.
● 역시 김재범, 또 해냈다!
손가락뼈가 휘어지고, 인대가 휘어졌어도 김재범은 김재범이었다. 김재범은 8강에서 북한의 박홍위, 4강에서 일본의 나가시마 게이타 등 강적들을 차례로 만나는 불리한 대진 속에서도 최강의 위용을 뽐냈다. 박홍위를 한판승, 나가시마를 골든스코어(연장 서드데스제)로 잡고 결승에 올랐다. 결승에서 만난 레바논의 엘리아스 나시프는 철저한 수비 작전으로 저항했다. 김재범은 저돌적으로 시종일관 공세를 펼친 끝에 지도승을 따냈다.
인천아시안게임 우승으로 김재범은 그랜드슬램과 아시안게임 2연패를 동시에 달성한 유일한 한국 유도선수로 우뚝 섰다. 이원희(현 여자유도대표팀 코치)가 그랜드슬램(아시아선수권·아시안게임·세계선수권·올림픽 우승)을 이룩했고, 정훈(현 중국유도대표팀 감독·1990∼1994년), 황희태(현 대표팀 트레이너·2006∼2010년)가 아시안게임 2연패를 해냈으나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이뤄낸 선수는 김재범이 유일하다.
2012년 런던올림픽 금메달 이후 더 이상 이룰 것 없는 허탈감과 온갖 부상에 지쳐있던 김재범을 일으킨 사람은 지난해 결혼한 부인과 돌을 앞둔 첫 딸 예담이였다. 다시 도복 끈을 동여맨 김재범은 개인전과 23일 예정된 단체전 금메달을 딸과 아내에게 바치겠다고 다짐했는데 이제 그 절반을 달성했다.
● 예상 깬 여자선수들의 도약!
남자에 비해 약세로 평가됐던 여자선수들은 좋은 대진 운과 홈 이점을 살린 덕에 컨디션이 최고조였다. 이날 출전한 세 선수가 모두 결승에 오르자 사기도 올랐다. 김잔디가 결승에서 일본 선수에게 누르기 한판패를 당해 아시안게임 2회 연속 은메달을 차지했다.
이어 정다운은 결승 4분을 채우고, 골든스코어에서 추가로 2분17초를 더 뛴 끝에 중국의 양준시아를 넘어뜨리고 극적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정다운은 “아시안게임 첫 유도 금메달을 따서 기쁘다. 정말 많이 바랐고, 노력했는데 이뤄지니 믿기지가 않는다. 2016리우올림픽을 위해 또 노력하겠다”고 울먹이며 소감을 말했다.
김성연도 일본의 아라이 치즈루에게 초반 포인트를 따낸 뒤, 착실한 운용으로 끝까지 우세를 지켜냈다. 이날 도원체육관에 애국가가 3차례 울리면서 한국 유도는 런던올림픽 이후의 국제대회 부진을 털어냈고,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금6 은3 동5)에 필적할 성적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인천|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