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일 “임순례감독 영화출연 14년씩이나 걸렸네요”

입력 2014-09-24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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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보자’의 주인공 박해일은 부조리를 파헤치는 TV 고발프로그램의 프로듀서 역을 맡아 “언론인이란 직업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고 했다. 임민환 기자|minani84@donga.com 트위터@minani84

임순례 감독의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로
무명의 연극배우였던 2001년에 스크린 데뷔
‘제보자’ 시나리오 전부 읽지 않고 출연 수락
유연석·박원상·권해효 “죽 잘 맞아” 시너지


“안부 전화가 아니라 작품을 하자는 연락이었다.”

배우 박해일(37)은 지난해 임순례 감독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오랜만이었다고 했다. 박해일이 무명의 연극배우였던 2001년, 임 감독은 자신의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통해 그에게 스크린 데뷔 기회를 안겼다. 그렇게 시작된 두 사람의 인연은 14년째 이어졌지만 그동안 다시는 영화로 만나지 못했다.

박해일은 “(출연 제의)연락을 받기까지 십수년이 걸렸다”고 말하며 웃었다. 10월2일 개봉하는 ‘제보자’는 그렇게 탄생했다. 박해일은 시나리오를 전부 읽지 않고 임 감독의 제안을 덥석 수락했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기대와 호기심이 있었다. 지나온 시간의 흐름을 봤을 때 감독님이 나에게 연락을 줬다는 건 이미 나를 염두에 뒀다고 볼 수 있었으니까.”

사진제공|명필름·영화사 수박


액션과 멜로, 스릴러까지 10년 넘도록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활약해온 박해일은 ‘제보자’를 통해 사회적인 논란과 논쟁을 야기한 실화 사건으로 빨려 들어갔다. 집요한 성격의 시사프로그램 프로듀서 윤민철이 그의 역할. 박해일은 “한 번도 살아보지 못했고, 앞으로도 이직할 가능성이 없는 언론인이란 직업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고 했다. ‘이야기’가 아닌 ‘극중 직업’이 그를 먼저 자극한 셈이다. 그동안 영화 출연 과정과 비교할 때 흔한 일은 아니었다.

영화는 2006년 줄기세포 논란 의혹을 고발한 MBC ‘PD수첩’ 사건을 극적으로 구성했다. 여전히 논쟁 여지를 남긴 이 사건을 스크린에서 풀어낸 박해일은 “촬영을 준비하는 과정이 꽤 흥미로웠다”고 했다.

그는 제작진이 건넨 생명공학 전문서를 탐독하고 강의를 들었다.

“예를 들어 ‘최종병기 활’ 땐 활 쏘는 법을 주로 배웠다면, 이번엔 책상에 오래 앉아 있었다. 남다른 영화한다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영화에서 박해일은 세 명의 남자배우와 상당한 시너지를 발휘한다. 제보자 역의 유연석을 비롯해 극중 같은 팀으로 뭉친 박원상, 권해효다. 박해일은 “죽이 아주 잘 맞았다”고 했다.

개봉을 앞둔 영화가 시사회와 예매율을 통해 만드는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실화 소재 특유의 힘 있는 이야기가 더욱 단단하게 펼쳐질 수 있던 데는 박해일의 공이 크다.

올해만 3편의 영화를 개봉하는 박해일의 선택도 사실은 자신감에서 나온다. 그는 올해 6월 장률 감독의 ‘경주’를 시작으로 4개월 만에 ‘제보자’를, 다시 이달 말 ‘나의 독재자’를 관객 앞에 내놓는다.

박해일은 “마치 능선을 타듯이 지나왔다”고 돌이켰다. “햇수로 2년 동안 쉬지 않고 일했다. 어떤 결심이 섰다기보다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서로 너무나 다른 영화이다보니 힘이 생겼다.”

그런 박해일도 이젠 40대를 맞이해야 할 나이다. ‘어떤 40대를 꿈꾸고 있느냐’고 물으니, 이전까지 느릿하던 그의 말투는 조금씩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남자배우가 진짜 꽃 피우는 시기는 40대 같다. 영화로 결과물이 빛을 발하는 때이고. 속내가 가장 진지하게 드러나는 때도 40대라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선배 배우들의 모습을 보면 다 맞는 말 같다.”

그런 박해일은 어떤 40대를 꿈꾸고 있을까.

“깊이와 넓이가 달라지는 나이가 되겠지. 아마도 활동하는 폭도 가장 다양하고 넓을 것 같고. 그만큼 책임감도 어마어마하게 커질 텐데. 기대하면서 맞이하고 싶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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