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별리그 A조 예선 4-0으로 일본 완파
역대 29승4무1패…82년 패배가 유일
‘하키 공한증’을 아시나요?
공한증은 일반적으로 한국에 대한 공포나 두려움을 뜻한다. 흔히 축구에서 중국이 한국과 A매치 역대전적(1승12무16패)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펼치면서 만들어낸 조어다. 그런데 이보다 더한 공한증도 있다. 바로 ‘숙명의 라이벌’ 한국과 일본이 벌이는 남자하키다.
남자하키는 23일 인천 선학하키경기장에서 열린 2014인천아시안게임 남자하키 조별리그 A조 예선에서 일본을 4-0으로 완파했다. 페널티 스트로크와 페널티 코너에서 3골을 합작하며 일본을 따돌렸다. 골 넣는 수비수 장종현(30·김해시청)이 2골을 터뜨렸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2006도하아시안게임 이후 8년 만에 대회 정상에 도전한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단연 경계대상 1순위. 하지만 일본의 전력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최근 일본의 상승세는 가파르다. 대표팀은 작년 월드리그 3라운드에서 3-3으로 비기며 고전하기도 했다. 일본은 2002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이자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여자하키대표팀 코치 출신 강민욱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해 도약을 꾀하고 있다. 박신흠 대한하키협회 사무국장 겸 SBS 해설위원은 “일본이 강 감독을 영입하면서 세계적인 하키 흐름에 부응하고 있다. 수비일변도의 ‘뻥 하키’에서 벗어나 압박과 빌드업이 좋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일본은 이날 한국을 상대로 강한 압박과 수차례 빠른 역습을 보여줬다.
사실 한국하키는 1947년 일본인 체육유학생을 통해 한국으로 건너왔다. 10년 뒤 대한하키협회가 생겼고, 1958도쿄아시안게임에서 첫 출전했다. 그해 남자부가 동메달을 따며 반짝했지만 이후 성적은 일본이 나았다.
전세는 1986서울아시안게임부터 급격히 기울었다. 한국하키가 남녀동반 금메달을 따면서 양국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이날 경기 전까지 남자부 역대전적은 28승4무1패. 그리고 조별예선에서 승리하며 29승째를 챙겼다. 유일한 패배는 1982뉴델리아시안게임에서 2-6으로 진 경기였다. 그런데 주목할 점이 있다. 이 경기는 한국과 일본의 첫 맞대결이었다. 그 뒤로 맞붙은 32차례의 경기에서 한국은 숙적 일본에게 단 1차례도 패하지 않았다. 축구 이상의 공한증, 바로 남자하키가 가진 뛰어난 위상이다.
인천|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